대구일보 편집국장 취임 1년간 9명 떠나 "거취 결정하라"

윤유경 기자 2024. 7. 28. 16: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구일보 구성원 10명 중 7명 "최 국장 취임 후 대구일보 나쁜 쪽으로 변화"
취재 자율성, 인사 투명성, 보도 공정성, 업무 소통 모두 부정 응답 높아
'중립성 훼손', '특정 보도 인용 강요', '지인 민원 해결성 취재 지시 잦아'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대구일보 CI. 사진=대구일보 페이스북 갈무리.

대구일보 구성원 10명 중 7명(71%)이 최미화 편집국장 겸 이사가 취임한 후 대구일보가 나쁜 쪽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최 국장의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보도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았고, 취재 자율성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다수 의견이 나왔다.

한국기자협회 대구일보지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일보지부는 최 국장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3~7일 전체 구성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면 구성 △취재 자율성 △인사 투명성 △보도 공정성 △업무 소통 등 모든 문항에서 부정적 응답률이 높았다. 최 이사에 대한 평점은 5점 만점에 1.6점이었다. 설문에는 전체 구성원 61명 중 24명이 참여했다.

지면 구성에 대해선 설문 참여자의 46%가 '개선돼야 한다', 21%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 이유로는 '대구시, 경북도 등 특정 기관에 지나치게 호의적인 모습으로 객관성이 매우 떨어졌다', '같은 행사 사진이 3개 면에 들어간다', '경북 정치를 따로 구분해 면을 구성하는 건 어느 신문에도 없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취재 자율성은 참여자 53%가 나빠졌다고 했다. '최미화 편집국장이 특정 보도를 인용할 것을 강요한다', '기사를 논의 없이 수정한다', '본인 치적을 위한 기사 지시 또는 친목, 지인 기사를 더 챙김'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참여자의 71%는 편집국 내 인사가 투명하지 않다고 답했는데, 이와 관련 '편집국장의 인사는 내 마음대로식', '직원들 반대에도 범죄 이력 인물을 부국장으로 임명 강행' 등 의견이 나왔다.

보도공정성이 잘 지켜졌느냐는 질문에는 67%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구체적 이유로는 '편집국장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보도가 주를 이룬다', '지인 민원 해결성 취재 지시가 잦다', '언론의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다' 등이 있었다. 구성원과의 업무 소통에 대해선 42%가 '매우 원활하지 않았다', 25%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편집국장 본인의 감정 기복에 따라 소통과 불통을 오가는 게 문제', '소통 자체가 없고 일방적 전달만 있을 뿐'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최미화 편집국장 취임 1년…9명이 대구일보 떠나

지난해 7월 취임한 최미화 편집국장을 둘러싼 대구일보 구성원들의 불만은 계속돼왔다. 최 국장은 취임 당시 국회의원 두 명으로부터 축하 화분을 받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사받거나 기자들에게 빈번히 출입처 광고 영업을 지시해 여러 논란을 샀다. 경북도에서 5년간 일해 온 최 국장의 지시로 경북도 보도자료 인용 보도가 급격히 늘거나, 본인의 지인을 취재할 것을 지시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2024년 4월1일 오전 8시30분 대구일보 구성원들은 대구 수성구 대구일보 사옥 앞에서 과거 기자 신분을 이용한 권력형 비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기자의 채용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대구일보 구성원 제공.

지난 4월엔 과거 기자 신분을 이용한 권력형 비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직 지역신문 기자 A씨가 대구일보 데스크(편집권을 가진 관리자)로 입사해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는데, 이후 최 국장이 일방적으로 정치부 출입처를 사회2부로 조정하며 사회2부 부장인 A기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행위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구일보지회와 대구일보지부는 24일 성명에서 “편집국 내 막무가내식 인사와 잦은 조직 개편, 부서 내 출입처 조정 개입, 특히 직원들과의 불통으로 사내 분위기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최 국장 취임 이후 총 9명이 대구일보를 떠났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10여 년 가운데 단연 역대급 줄사표로, 어려워진 사내 상황을 반증한다”며 “편집국장으로서 인력이 빠지면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충원에 노력해야 하지만 기존 인력을 돌려막는 데에만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면은 더욱 엉망이 됐다. 그간 내세워 온 '로컬 퍼스트'는 온데간데 없이 지면 구성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됐고 특정 기관지로 전락했다”며 “대구일보 기사 표기 준칙을 지키지 않는 등 오랜시간 우리가 만들어 놓은 기준과 원칙은 깡그리 무시한 채 본인이 넣고 싶은 기사로 하루하루 지면 메우기에 허덕이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최 국장을 향해 “불명확한 지시를 해놓고 본인의 뜻에 반하면 공사 구분없이 입을 닫아버리는 것도 문제다. 급기야 불필요한 문책성 인사를 하기도 했다”며 “최 이사는 여전히 노조 조합원, 비조합원을 구분지어 선택적 소통을 일삼으며 조직 내 민주주의를 황폐화 시키고 있다. 이는 명백한 노조탄압으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언론사의 핵심 권한인 '편집권' 오남용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며 “편집국 수장으로서 윤리의식도, 책임감도, 리더십도 없는 최 국장은 설문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거취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후혁 대구일보 사장을 향해서도 “대구일보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 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