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내딸이 성차별 당한다면? 용납 못해”
배우 조정석(44)이 코미디 영화 <파일럿>으로 극장에 돌아온다. 2019년 <엑시트>로 942만 관객을 모은 ‘대박’을 터뜨린 지 5년 만의 복귀다. 이번에는 ‘여장 남자’ 파일럿인 주인공을 연기했다. 조정석은 지난 18일 기자와 만나 “하이힐을 신고 뛰다가 허벅지 통증 때문에 고생했다”며 “도전을 두려워하거나 실패와 성공을 규정짓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면 더 나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 항공사 기장인 ‘한정우’는 술자리에서 여성 승무원들의 외모를 품평한 성희롱 발언이 폭로돼 직장을 잃은 뒤 여동생 ‘한정미’의 신분으로 재취업한다. ‘여장 남자’ 설정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남성이 사회적 여성이 되면서 겪는 차별과 편견을 보여준다. 영화사는 일부 남성들의 예민한 반응을 우려했는지 홍보하면서 성차별 고발 의미를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조정석은 “제 딸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용납하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날 것”이라며 “한정우가 잘못을 뉘우치는 과정 자체가 성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조정석에게 ‘여장’은 처음이 아니다. 2006년부터 다섯 차례 뮤지컬 <헤드윅>의 트랜스젠더 로커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 하얀 피부 덕분에 ‘뽀드윅’이란 별명도 붙었다. 조정석은 <파일럿>을 위해 체중을 7㎏ 감량하고 100벌이 넘는 의상을 입었지만 “<헤드윅>을 오래 해왔던 터라 여장에 별로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긴 머리 버전은 제가 봐도 탈락감이었어요. 원래 ‘무쌍’(홑꺼풀)인데 진하게 쌍커풀을 만든 버전은 테이프가 떨어져서 탈락했죠. 목소리는 인위적으로 변형하지 않고 제 가장 높은 음역대를 내려고 했어요. 가장 자연스러우니까요. 확실히 하이힐 신고 뛸 때는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조정석은 배우의 덕목으로 ‘인성’을 강조하며 “좋은 인성을 가진 배우가 연기도 더 잘한다”고 말했다. “배우의 인성과 연기가 비례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이 주변에 함께할 테니까요. 연기가 좋은 후배들이 눈에 딱 띄는데 실제 그 사람을 만나 인성을 보면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조정석은 2018년 가수 거미와 결혼해 다섯 살 딸을 뒀다. 조정석은 “화목한 가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있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나면 딸과 놀아주는데 지금은 아빠 개그에 아주 자지러집니다. 중·고교 때까진 퇴근길에 통닭이나 빵을 사오는 평범한 회사원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신병이 난 것처럼 언제부턴가 끼가 분출했죠. 평소에는 내성적인데 이상하게 학예회에서 노래하고, 수련회에서 춤추고 있더라고요.”
조정석은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했다. 2002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일찍부터 생계전선에 뛰어들어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20년간 쉼 없이 영화, 드라마, 뮤지컬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 수십편에 출연해왔다. “돈 벌려고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해요. 후회가 없어요. 후회가 되는 순간이 별로 없어요.”
올해 1~3월 tvN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에, 3~6월에는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 싱어송라이터 가수에 도전할 계획이다. “저는 10년 뒤에도 스크린이든, TV든, 무대든 열심히 활동할 것 같아요. ‘아직도 한창이다’ 생각할 것 같습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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