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수지·백희나 작가를 찾습니다!
크기도 모양도 스타일도 제각각 다른 그림책 더미북(가제본 견본책)들이 진열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작은 수첩 크기에 오밀조밀하게 그림을 그려넣은 책도 있고, 도화지 크기만한 넓이에 시원하게 여백을 담은 책도 있다. 단색으로 생동감 넘치게 그린 공그림에 눈길이 가는가 하면, 알록달록 익살스럽게 그려진 옥수수 그림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프린트한 그림을 이어 붙인, 그야말로 ‘수작업’이 도드라지는 더미북에서는 ‘날 것’의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성 출판물처럼 하드보드에 인쇄한 더미북들은 서점 진열대에 꽂아놔도 손색 없을 듯하다.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2024 제3회 그림책 더미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참여 작가들이 출품한 더미북 일부가 전시됐다. 저마다의 개성은 다르지만, 출간을 꿈꾸는 신인 작가들의 정성과 수고, 설렘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똑같았다.
그림책협회의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는 출판사와 그림책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미발표 신작 에 대해 발전적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2022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다. 올해는 창비, 비룡소, 봄봄 등 30여개의 그림책 출판사와 80여명의 그림책 작가·작가 지망생들이 참여했다. 출판사들은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작가들은 쉽게 만날 기회가 없었던 출판사 편집자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자리다.
백희나 작가, 이수지 작가 등 국내 그림책 작가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가운데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최은영 그림책협회 부회장은 “160여명의 작가·작가 지망생들이 단 며칠 만에 참여 신청을 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협회는 예심을 거쳐 이들 중 81명을 선발했고, 사전 선호도조사와 현장 추첨을 통해 출판사와 작가를 짝지었다. 작가 1명이 반나절 동안 총 6개의 출판사와 자신의 신작을 검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매해 ‘그림책 더미데이’에서 출품된 더미북은 실제 출간으로도 이어졌다. <무지개 탐험>(봄봄), <두두와 새 친구>(창비), <눈물닦개>(기린미디어), <바다로 간 여우>(다정다감) 등 30여권의 책이 ‘더미데이’를 통해 출간됐거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매해 참가한 허선영 봄봄출판사 팀장은 “오늘도 출간하고 싶은 작품이 여러 개 있다. 그림만이 아니라 글의 완성도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20분의 미팅과 5분의 휴식이 오전·오후 각각 6차례씩 이어지는 가운데 출판사 편집자들은 휴식 시간까지 반납하며 열정적으로 면담을 이어갔다.
참여한 작가들은 행사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물풀 작가는 “투고를 해도 출판사에서 일일이 바로 답을 주지는 않는다. 소중한 기회인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라며 “유익한 것은 물론 출판사들이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한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느껴져서 감동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박지숙 작가는 “그림을 전공했지만, 그림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긴장했다”라며 “스토리 전개, 그림 수정 방향 등에 대해 전문가의 시각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 자신감을 얻기 됐다”라고 밝혔다.
그림책협회는 “해외 그림책 축제에서는 편집자를 만나기 위해 더미북을 들고 부스 앞에 줄 선 작가·작가 지망생을 흔히 볼 수 있다”라며 “앞으로도 ‘더미데이’ 행사를 통해 미래의 주인공들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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