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집단분쟁조정 시작돼도 소비자 구제까지 ‘산 넘어 산’
조정 절차 오래 걸리고, 당사자들이 동의할지 의문
무엇보다 ‘티메프’ 자금 능력 물음표
결국 민·형사 소송 예상
한국소비자원이 ‘티몬·위메프 사태’를 놓고 다음달부터 집단분쟁조정 접수를 받는 등 피해 구제에 나섰지만 실제 피해를 본 소비자를 도울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조정 절차가 마무리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데다 두 업체가 자본잠식 상태인 탓에 절차가 끝나도 지급 능력이 없다면 피해 구제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제재 조치도 실효성이 떨어져 결국 민·형사소송으로 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28일 집단분쟁조정의 향후 절차에 대해 “제출서류에서 추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고, 이후 사업자별 분류 작업까지 거치려면 상당한 시일 걸릴 것”이라며 “올해 안에 조정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소비자원은 다음달 1일부터 ‘티몬·위메프 사태’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원은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을 산 후 청약 철회를 요청했으나 대금 환급이 거절된 경우와 판매자의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대금 환급을 요청했으나 거절된 경우 우선 조정 신청을 받기로 했다.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본 소비자 50명을 넘어서면 조정 작업을 시작한다.
조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일단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접수된 신고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데에만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고, 추후 입점업체와 소비자 중 선보상 순위·판매자에게 넘어가 있는 판대대금 규모 등을 배상 범위와 수준을 정하는 절차도 남아 있어서다.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 때는 9월에 집단분쟁조정 신청이 시작돼 이듬해 6월에서야 조정 결정이 나왔다.
조정이 최종적으로 성립될지도 불투명하다. 조정안은 당사자인 소비자, 티몬·위메프, 여행사 등 입점업체가 모두 동의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머지포인트 사태 때도 사업자들이 조정안을 거부해 소송 절차로 넘어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의 압박으로 티몬 ·위메프가 좀 더 조정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설령 보상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업체가 자본잠식 상태에서 자금을 끌어올 방법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티몬·위메프에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지만, 과거 플랫폼 처벌 사례는 없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상거래법은 판매자가 환불 요청을 받으면 영업일 기준 3일 이내에 환불 조치를 이행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규약이라 유통 플랫폼이 여기에 적용될 지는 따져봐야 한다. 설령 플랫폼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돼 소비자 피해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불액 지급 시정명령도 티몬·위메프가 지급 능력이 없으면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아직 정확한 미환불 피해규모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티몬 ·위메프 본사에 현장조사를 나갔으나 환불 관련 자료가 없어서 빈손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은 이날까지 약 600건의 환불을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26일 티몬 본사 현장 대기자만 1000명이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아직 상당수 피해자가 환불을 받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번 주 재차 현장조사에 나서 피해 규모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사태가 향후 민·형사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형석 더킴로펌 대표변호사는 “분쟁 조정 절차와 함께 계좌 압류 등 민사적 대응이 우선 진행될 것”이라면서 “회사가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걸 사전에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사기에 해당해 형사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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