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페스티벌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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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페스티벌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많은 페스티벌이 비가 잦은 여름철 야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7년 뒤인 2006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부활한 축제에도 비가 내렸다.
이후 록 페스티벌에 비가 안 오면 왠지 서운한 지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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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페스티벌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많은 페스티벌이 비가 잦은 여름철 야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록 페스티벌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우드스톡부터 그랬다. 1969년 8월15일부터 나흘간 미국 뉴욕주 베설(베델)평원에서 열리는 동안 큰비가 내려 바닥은 진흙탕이 됐고, 곳곳에 물이 찼다. 하지만 사랑과 평화를 찾아 온 히피들은 낙천적이었다. 빗물에 샤워를 하고 물웅덩이에서 수영했다. 비는 축제에 낭만을 더했다.
한국 최초의 국제 록 페스티벌로 기록된 인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도 그랬다. 1999년 7월31일 막을 올린 축제에는 드림시어터, 딥 퍼플 등 거물 밴드들이 대거 찾았고, 록 팬들의 가슴은 부풀었다. 하지만 한국 록 역사상 기념비적인 날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진흙펄이 신발을 삼켜 사람들은 맨발로 다니기 일쑤였고, 야영하던 이들은 한밤중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해야 했다. 다음날 공연은 전면 취소됐다. 트라이포트는 1회를 끝으로 사라졌다.
7년 뒤인 2006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부활한 축제에도 비가 내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비가 돼 있었다. 우비 입고 장화 신고 빗속에서 펄쩍펄쩍 뛰며 해방감을 맛봤다. 이후 록 페스티벌에 비가 안 오면 왠지 서운한 지경이 됐다. 일부러 물을 뿌리는 ‘흠뻑쇼’(싸이)나 ‘워터밤’ 같은 페스티벌도 생겼다. 지난 20일 흠뻑쇼 과천 공연은 폭우로 취소됐지만 말이다.
최근엔 날씨에서 자유로운 페스티벌이 등장했다. 27~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이 대표적이다. 대형 전시장 안이라 비 맞을 걱정 없고, 시원하기까지 하다. 첫날 출연한 영국 밴드 트래비스는 마지막 곡으로 ‘와이 더즈 잇 올웨이스 레인 온 미?’를 불렀다. 비가 잦은 스코틀랜드에 사는 프랜시스 힐리(보컬)가 날씨 좋기로 유명한 타국 휴양지에 가서도 비를 만나자 “왜 늘 나에게만 비가 오나요?” 하며 만든 노래다. 1999년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트래비스가 이 노래를 부르자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진 일화는 유명하다.
킨텍스에서 트래비스가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비가 오는지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다만 몇몇 관객이 상징적으로 펼쳐 든 우산이 우중 축제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을 따름이다. 가끔은, 좀 불편해도 낭만이 있던 시절이 그립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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