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트럼프와 사실상 ‘동률’…D-100 미 대선판 뒤집혔다
미국 대선(11월5일)이 28일(현지시각)로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하차로 판이 크게 흔들리면서 더욱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로 접어들었다. 지난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직 사퇴 이후 주요 언론사들과 여론조사 업체들이 한 대부분의 여론조사 가상 대결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동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근소한 우위를 유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누를 수 있을까? 각종 여론조사 내용을 토대로 경쟁자를 맹추격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분위기 탔다…민주당 지지층 깨워
해리스 부통령은 잇따른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로 따라붙으면서 후보 교체론이 적중했음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조사에서는 적극 투표층에서 47%-48%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짝 따라붙었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도 47%-49%로 역시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상대를 추격했다. 시엔엔(CNN)-에스에스아르에스(SSRS) 조사도 46%-49%로 오차범위 안 접전이다.
이전 조사의 바이든-트럼프 대결과 비교하면 해리스 부통령으로 사실상 후보를 교체한 효과가 분명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첫 텔레비전 토론을 망친 직후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 6%포인트 뒤졌다. 이때 나온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조사 결과에서도 적극 투표층에서 6%포인트, 등록 유권자층에서 8%포인트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근소하게 앞서는 결과도 두 개 나왔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44%-42%,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46%-45%로 앞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경합주나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과 관련해서도 기대를 낳는 결과를 받았다. 에머슨대의 경합주(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조사에서는 이달 초 바이든-트럼프를 가정한 조사보다 모든 주에서 지지도가 개선됐고, 위스콘신에서는 47% 동률을 기록했다.
또 폭스뉴스의 3대 경합주 조사에서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에서 상대와 함께 각각 49%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위스콘신만 49%-50%로 1%포인트 뒤졌다. 비경합주들의 승부가 2020년 대선과 같다고 가정할 때 민주당 후보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의 이 3대 경합주만 지켜내면 승리할 수 있다.
전통적인 친민주당 그룹의 지지세 강화도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전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조사와 비교하면 흑인층의 민주당 후보 지지는 59%→69%, 히스패닉은 45→57%, 30살 미만은 46→56%로 급증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이고, 바이든 대통령보다 진보적이고, 가자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에 더 비판적이라는 평가가 이런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결과 등을 두고 폴리티코는 “선거판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아직 뒤지는 건 사실
하지만 오차범위 내이기는 해도 해리스 부통령이 계속 뒤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27일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선거운동이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열세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주로 반사 효과를 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에머슨대의 스펜서 킴벌 여론조사 국장은 “해리스가 얻은 수치는 바이든의 3월 지지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투표일에 어차피 돌아올 지지 세력이 돌아왔을 뿐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지를 많이 보내는 편인 백인과 노년층 표를 온전히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캠프는 주류 언론을 중심으로 한 “해리스 허니문”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 상승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 그에 대한 호감 여론은 47%, 비호감 여론은 50%였다. 2021년 11월 이후 이 신문의 앞선 9차례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호감도는 지금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집중된 관심을 되찾으려는듯 자극적 발언과 특징적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는 26일 보수 기독교계 행사 연설에서 “기독교인들은 이번만 투표하라”며 “다시 투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보수 기독교인들이 숙원을 풀어주겠다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 캠프는 “민주주의를 끝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에는 ‘비트코인 콘퍼런스’ 연설에서 재집권하면 정부에 “전략적 비트코인 보유고”를 만들겠다며 비트코인 업계와 보유자들의 표심에 호소했다. 그는 애초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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