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은 국시, 의대 교수는 수련 ‘보이콧’··· 장기화되는 의대 증원 갈등
의사 수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하반기에도 의료공백 사태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 대다수는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보이콧’했고, 의대 교수들은 하반기 전공의 선발 및 지도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히며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6일 오후 6시에 의사 국시 실기시험 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내년도 응시 대상 인원은 의대 본과 4학년에 외국 의대 졸업자 등을 더해 3200여명인데, 이중 11.4%인 총 364명만이 기한 안에 원서를 접수했다. 의대 재학생 중에서는 전체의 5%(159명)만이 원서를 냈다. 앞서 지난 21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 응시 거부 의사를 밝혔었다. 이대로 의사 국시가 진행된다면, 내년도 신규 의사 배출 인원이 평년의 10분의 1 수준이 되면서 대형병원의 인력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대 교수들의 하반기 추가 모집 전공의에 대한 ‘수련 보이콧’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9~25일 전국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26일 발표했다. 설문에 참여한 의대 교수 3039명 중 50.2%(1525명)가 하반기 전공의 수련 모집 과정에서 전공의를 아예 뽑지 않겠다고 답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고 병원을 떠나있는 전공의를 일괄 사직처리하는 것과 병원 측의 사직처리 시점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응답자의 66.9%가 ‘무대응 전공의’에 대한 병원의 일괄 사직 처리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96.1%는 ‘2024년 2월을 사직시점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방침은 6월 이후 시점에서 사직서를 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에서 교수 대다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향후 교수와 전공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공의 일괄 사직 및 하반기 모집 후 교수와 전공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90.6%(2754명)가 ‘매우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전의교협은 성명을 통해 “전공의 하반기 모집이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오히려 막게 해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료농단·교육농단으로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교육은 불가능하게 됐으며, 의대 교수의 소임이 사라지고 많은 교수는 현직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에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
정부는 의대생·전공의 복귀가 단기간 내에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방문 환자 수를 줄이고, 중환자 중심의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중심으로 추진돼 오는 9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대형병원의 일반병상을 최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실 수가와 중증수술 수가를 대폭 올리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전공의의 초과 노동 없이 전문의와 PA(진료지원) 간호사 중심으로 병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간호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말에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최종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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