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택시 다 ‘예약’…폭염에 하염없이 손 흔드는 노인들

권나연 기자 2024. 7. 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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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예약하는 법을 배우긴 배웠는데, 뭘 잘못 눌렀는지 또 안 되더라고."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앱이나 기기가 고령자 편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택시 예약 앱 등이 음성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직관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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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디지털 정보화 수준 최저
택시 호출 스마트폰 앱 활성화에
이용법 모르는 고령층은 막막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택시 예약하는 법을 배우긴 배웠는데, 뭘 잘못 눌렀는지 또 안 되더라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생활이 점점 편리해지고 있지만 디지털 소외 계층인 어르신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택시 이용’이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일반화하면서 길에서 손을 흔들어도 ‘예약’ 안내등을 켠 택시들만 지나가고 수십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때가 부지기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종합수준은 70.7%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비 0.8% 포인트 올랐지만 ‘4대 정보 취약계층’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정보 취약계층 중에는 저소득층(96.1%)이 가장 높았다. 장애인·농어민은 각각 82.8%와 79.5%로  뒤를 이었다.  

고령층은 개인용 컴퓨터(PC)와 모바일기기 이용 능력을 의미하는 디지털 정보화 역량 수준(55.3%)도 최저치를 기록, 4대 취약계층 평균치(65.1%)에 미치지 못했다. 디지털 정보화 활용 수준(73.8%)도 4대 계층 중 가장 저조했다.  

급속하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경북 안동에 거주하는 김모씨(69)는 ‘택시 예약 앱’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대답했다. 

택시 이용 방법을 묻는 질문엔  “길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서 택시를 부를 때는 전화를 이용한다”면서 “앱을 배워도 금방 까먹을 게 뻔하고, 어차피 택시는 비싸서 자주 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에겐 전화로 택시를 호출하는 ‘콜택시’가 그나마 친숙한 편이다. 하지만 콜택시엔 추가 비용이 발생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어르신에겐 이마저도 부담스럽다.   

고령층은 ▲주기적인 병원 방문 ▲면허증 반납 ▲낮은 체력 등을 이유로 택시 이용이 절실하지만, 오히려 택시 활용 방법에 대한 접근성은 가장 낮은 셈이다. 

아침 일찍 병원에 갈 때마다 택시를 이용한다는 이모씨(70대)는 “건강을 이유로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택시를 탄다”며 “매번 콜택시를 부르다가 추가 비용이 없다는 말에 앱을 깔고 사용법을 배웠는데 무슨 일인지 잘 안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뭔가 잘못 눌러서 배울 때랑 다른 화면이 나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또 콜택시를 불렀다”고 덧붙였다.

요즘처럼 더위가 심한 날에는 ‘디지털 격차’가 건강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택시를 호출한 뒤 건물 안에서 기다리다가 도착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과 달리 ‘앱’을 모르는 고령층은 뙤약볕에 길거리에서 하염없이 손을 흔들어야 한다. 

상당수 택시기사들이 예약 호출을 받고 운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택시를 잡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낮 시간대 택시를 잡기 위해 30분 이상 거리에 서 있으면 지면 열기까지 더해져 고령층은 두통·어지럼증 등 온열질환을 겪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와 앱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앱이나 기기가 고령자 편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택시 예약 앱 등이 음성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직관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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