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난 親코인 대통령” vs 해리스 “反기업색 벗어날것”… 美대선 흔드는 비트코인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가 “친(親) 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하며 파격적인 가상화폐 관련 공약들을 쏟아냈다. ‘쩐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자본의 영향력이 막대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100일 앞두고 가상화폐 업계를 향한 노골적 구애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가상화폐에 비판적이었던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공략에 힘입어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이날 7만 달러 선을 향해 치솟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美를 가상화폐 수도로”
그는 “우리는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그 엄청난 부를 모든 미국인이 혜택을 입도록 영구적인 국가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지정하는 문제는 가상자산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트럼프 후보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공화당의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관련 법안의 발의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100여년 전의 철강산업”이라며 그러면서 “가상화폐를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채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시장을 미국이 선점하지 않으면 중국 등 다른 국가들에 뺏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오를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달 8일 기준 5만5000달러대에 머물렀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날 장중 6만90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고 코인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전했다.
“코인은 사기”라던 입장에서 180도 선회
가상화폐에 대한 트럼프 후보의 전폭적인 지지는 가상화폐를 ‘사기’로 규정했던 1기 행정부 때와 정반대 모습이다. 그는 2019년 당시 트위터(현 엑스·X)에 “나는 가상화폐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규제되지 않은 가상화폐는 마약 거래 등 불법 행위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강화로 비트코인 업계가 공화당에게 기울면서 태도를 180도로 뒤집었다. 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SEC는 가상화폐 산업 관련 인물을 상대로 80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다. 전체 미국인 4명 중 한 명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만큼, 가상화폐 공약이 유권자 표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도 “비트코인은 정부의 강제와 통제로부터의 자유·주권·독립을 뜻한다”라며 “가상화폐와 비트코인에 대한 현 행정부의 탄압은 미국에 매우 해롭다”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그녀는 가상자산을 싫어한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재집권 성공시 취임 첫날 가상자산 업계의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바로 해고하겠다고 밝혀 좌중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행사장에서는 일부 지지자들이 트럼프 후보의 선거 구호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MBGA(비트코인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해리스 측 “암호화폐 업계와 관계 재설정”
해리스 캠프의 외부 고문들은 FT에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재계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민주당이 ‘반(反)기업적’이라는 인식을 바꾸기를 원한다”고 했다. 소식통들은 “업계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현명한 규제의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한 건설적인 관계 구축을 목표로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상화폐 업체 간부는 FT에 “해리스 부통령에게 ‘들을 의지’가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대화 자리를 가질 기회조차 없었다”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비교적 젊은 데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정치인이라 기술 친화적인 성향을 가질 것이란 기대에서도 전향적인 접근법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 부부는 최근 평일 저녁에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개최한 유권자들과 온라인 모임을 여는 것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25일 한 여성 단체 주최 행사에는 16만4000명이 접속해 200만 달러 가까운 후원금이 모이면서 “줌 역사상 최대 규모 화상회의”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ABC방송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아직 화상회의에 나타난 적이 없다. 다만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는 25일 흑인 성소수자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등장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를 발표했을 당시, 나는 동네에서 게이 친구들과 스피닝 수업을 다녀온 뒤 카페에서 수다 떨고 있었다”고 말하는 등 친근한 모습으로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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