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두환 아호 딴 ‘일해공원’ 명칭, 공식 심의·고시 없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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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이 합천읍 황강 주변 공원에 2007년 전두환의 아호에서 따온 '일해공원'이란 이름을 붙이면서 지방자치단체 지명위원회 심의와 공보 고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생존해 있던 전씨의 아호를 가져와 공원 이름을 지은 것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 표준화 편람'의 규정에도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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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이 합천읍 황강 주변 공원에 2007년 전두환의 아호에서 따온 ‘일해공원’이란 이름을 붙이면서 지방자치단체 지명위원회 심의와 공보 고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생존해 있던 전씨의 아호를 가져와 공원 이름을 지은 것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 표준화 편람’의 규정에도 어긋난다. 합천군이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공원 이름을 ‘일해’로 밀어붙이면서 의도적으로 관련 절차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남도와 합천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합천군은 2000년대를 맞은 것을 기념해 2004년 68억원을 들여 합천읍 황강 근처에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을 조성했다. 이후 합천군은 2007년 1월 군정 조정위원회를 열어 공원 이름을 ‘일해공원’으로 바꿨다. 문제는 공원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원 이름을 공식화하려면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심의·의결 절차를 차례대로 밟고, 광역지자체가 이를 국토지리정보원에 알려 공보에 고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기본도 등에 등재되면서 공식 인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합천군은 이런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다. 경남도 관계자는 한겨레에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은 합천군이 고시를 하지 않아 지역에서 임의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일 뿐”이라며 “애초 합천군이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에 대해 도 지명위원회 심의를 신청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합천군 관계자 역시 “일해공원이라는 이름을 고시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왜 그렇게 했는지는 17년이나 지난 일이라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당시 합천군이 의도적으로 관련 절차를 회피했다고 본다. 무리해서 공원 이름을 바꾸려다가 관련 규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고 공원 이름을 공식 인정받는 것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 표준화 편람’에는 사람 이름을 지명에 넣는 것과 관련해 ‘생존 인물의 이름은 배제한다’ ‘지역 주민이 선호하고 특별한 반대가 없는 경우, 지역과 관련된 사후 10년이 경과된 인물의 이름을 지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이 있다. 하지만 당시 전씨는 생존해 있었고, 그의 아호로 공원 이름을 짓는 것에 대해 지역 내 반대 의견도 상당했다. 편람에 나온 두가지 관련 규정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편람의 규정은 강제성·의무성을 갖지 않는 권고 규정이기 때문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합천군은 일해공원 명칭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자 주민 여론 수렴을 위한 공론화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합천군 관계자는 “이달 31일까지 공론화위원회 위원을 모집한 뒤, 9월까지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해 공원 명칭 존치·변경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 ‘일해공원’이란 명칭 자체를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은 공론화 절차 자체에 부정적이다.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현재 합천군이 추진하는 공론화는 공정성·대표성·숙의성이 결여돼 있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단체의 고동의 간사는 “합천군이 말하는 공론화는 일해공원이라는 이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요식 절차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합천군 관계자는 “일해공원 이름과 관련해 공론화를 처음 추진하는 것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외부에서 많은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공론화는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숙의하려는 것으로, 어떠한 결론도 미리 만들어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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