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의협 올특위…전공의·의대생 '대정부 협상' 키 잡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한 범의료계 협의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운영을 중단했다. 의협과 의대 교수,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등 전 직역이 참가하는 '단일 대화 창구'로 대정부 협상을 주도하려 했지만 핵심인 '젊은 의사'의 불참으로 결국 한 달여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임현택 의협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올특위 활동 중단을 기점으로 전공의·의대생이 대정부 협상의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특위는 지난 26일 오후 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전국 의사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개원의·의대 교수 등 50여명이 참석했지만 대부분이 내빈이나 발표자였다. 평일 오후 열린 만큼 우회적인 '집단 휴진' 성격을 띄었지만, 사전에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참가한 의사가 대다수라 의료 현장의 혼란은 거의 없었다.
앞서 의협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올특위 방향성을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며 이날 토론회를 끝으로 올특위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라 밝혔다. 출범한 지 불과 40여일만이다. 당초 올특위는 의료계의 통일된 목소리를 제시할 것이라 기대됐지만 전공의·의대생의 불참으로 파행 운영되며 정부와 대화를 단 한 차례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구체적인 논의도, 결과물도 없이 반쪽 운영되던 올특위는 지난 19일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로부터 찬성 13명, 반대 3명으로 해체를 권고받기도 했다.
올특위의 파행 운영과 저조한 토론회 참여율에 따라 임현택 의협 회장의 입지는 한층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 내부적으로 의대증원 국면에 임 회장이 구심점 역할을 맡기보다 오히려 분열과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임 회장은 휴학·사직 등 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선 의대생·전공의를 포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임 회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회동 △올특위 구성 등을 놓고 반복적으로 충돌했다. 의대생 단체도 "막말·무능"하다며 임 회장을 공개 저격했다.
올특위에 전공의·의대생 대표가 불참한 것도 임현택 회장 등 의협 집행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의협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앞으로 대정부 협상과 투쟁의 전권을 의대생·전공의에게 넘기고 의협 등 선배 의사는 정책 제시와 경제적 지원 등을 맡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의대생·전공의가 전면에 나서도 이해관계가 다른 의협이 이들에 얼마나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올특위가 '해체' 아닌 '중단'된 것을 두고도 의협 집행부가 정부와 협상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며 뒷말이 무성하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해체가 아니라 중단이라는 의협. (전공의 처분의) 취소가 아니라 철회라는 정부와 다를 게 무엇입니까"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의료계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집행부 산하의 협의체(올특위)를 지키고자 하는 저의는 무엇입니까. 아직도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이제는 부디 자진 사퇴를 고려하시길 권합니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같은 날 의협 회장 선거권 확보를 위한 의대생 준회원 자격 부여, 전공의 대의원회 의석 확대(250석 중 25석 이상), 전공의 회비 감면 등을 주창하는 글을 올리며 의협 내부에서 '젊은 의사'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정부는 여전히 '의료계 통일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중규 중앙사고수습본부 현장소통반장은 가장 최근(지난 25일) 열린 브리핑에서 "올특위 중단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고 별도로 의료계와의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의료계와 단일 창구를 통해서 대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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