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피벗 오나… 이번주 美·日·英 통화정책회의 촉각
美 연준, 9월 인하 기정사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피벗(pivot·정책 전환) 여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주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 회의가 예정돼 있어 글로벌 통화정책이 변곡점을 맞이할지 주목받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오는 30~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과 장기 국채 매입 감축액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앞서 BOJ는 지난 3월 -0.1%였던 기준금리를 0∼0.1%로 인상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뒤 3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이번에 금리가 연 0.15∼0.25%로 오르고, 매월 6조엔(약 54조원) 규모이던 장기 국채 매입 규모가 4조5000억엔(약 40조5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이달 의회에 출석해 "경우에 따라서는 정책금리가 인상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엔·달러 환율 하락에도 금리 인상 기대감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1일 161.79엔으로 고점을 찍은 엔·달러 환율은 25일 한때 151.94엔까지 내려갔다. 환율 하락은 통화가치 상승을 뜻한다.
이처럼 엔화 가치 강세가 이어지고 BOJ가 금리를 올릴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식·채권 등 글로벌 자산시장에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부 금융정책위원들이 이달 회의 때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인상시 기준금리를 0.25%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30~31일에는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금리를 유지하고 9월 금리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7일 기준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연 5.25~5.5%로 동결될 가능성을 93.8%로, 9월 인하 가능성을 100%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둔화와 고용 냉각 흐름도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6일 미국 상무부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전년 대비 2.5% 상승해 지난 5월의 2.6%에서 둔화됐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PCE 인플레이션은 2.6% 상승해 5월과 동일했다.
전문가들은 내달 2일 발표되는 7월 비농업 부문 실업률이 전월과 같은 4.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실업률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경우 연준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더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9월 '빅스텝' 인하론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미국 노동 시장이 이미 냉각하기 시작했으며, 연준이 더 신속하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였던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7월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9월 금리 인하는 너무 늦을 수 있으며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이달 회의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6월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다음 달 1일 통화 정책회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BOE는 지난해 8월까지 1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현재 금리는 16년 만에 최고치인 연 5.25%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임금과 서비스 물가 고공행진을 고려하면 회의 중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OE가 금리를 동결할 경우 9월 인하 신호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브라질·칠레·콜롬비아·파키스탄 등도 이번 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문제를 논의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경기 부진 속에 지난 22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한 데 이어 25일 단기 정책 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내린 상태다.
ECB의 9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두고 7월 물가와 2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여건을 둘러싼 적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이번 기준금리 결정의 핵심은 물가안정 여부에 맞춰지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물가지표가 종전보다 안정되고 있다는 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9월 피봇 개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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