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D-100' 트럼프 vs 해리스…"노동계급 분노 공감해야 승리"
세계 최강국 미국이 100일 후 4년 간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바꾼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재선 의지를 접고 후보직을 반납하면서 유권자들은 이제 그를 대신할 새 리더를 찾아 미래를 맡기게 됐다.
현재 당선이 유력한 후보는 2017년부터 4년간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합중국의 지도자를 역임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이다. 4년 전 바이든에 패배하고도 한동안 선거결과를 인정치 않고 부정선거를 주장했던 그는 수십건의 송사를 버틴 끝에 다시 출마해 결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각종 민형사 소송에 직면해 있지만 재판 선고나 결과 집행은 선거 이후나 임기 이후로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피격을 당했지만 큰 부상을 입지 않았고 사건 와중에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 지지세력을 결집시켰다. 부통령 후보로 만 39세 해병대-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 흙수저 'JD 밴스'를 지명해 젊은 이미지를 보강했다.
하지만 대세론을 굳히던 트럼프는 민주당의 후보 교체 이후 다시 근접한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고령의 나이로 대통령직 수행에 의문을 샀던 바이든이 재선을 포기하면서 민주당 후보 자리를 사실상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에게 임의로 넘긴 것이다.
여성 권익 문제와 관련해서도 두 사람은 맞서고 있다. 특히 낙태권이 핵심쟁점인데 이는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주의적 판사들이 다수를 차지한 연방대법원이 지난 2022년 이를 사실상 파기하면서 벌어진 문제다. 해리스는 이에 대해 트럼프와 같은 낙태 반대자들을 '극단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에 나온 결과도 이 같은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체조사 결과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트럼프가 49%대 47%로 앞섰지만,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낀 삼자대결에선 해리스가 45%, 트럼프가 44%로 역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당초 바이든이 트럼프와 대결하는 것으로 전제가 이뤄졌을 때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6% 이상의 차이가 나는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하지만 해리스는 아직 민주당의 공식 후보가 아니면서도 원로들의 지지선언을 얻어 대세로 부각되고 있다. 이날 해리스는 의견표명을 늦추던 버락 오마바 대통령 부부의 전화통화와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면서 8월 초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확정을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바이든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해리스 돌풍에 어안이 벙벙한 트럼프 측은 대체 전략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대결에서 사라진 바이든 자리에 해리스를 덧씌우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트럼프 캠페인 '마가(MAGA)'는 "해리스는 바이든을 대신해 국정을 이끌어왔다"며 "국경 침탈이나 인플레이션 등은 해리스가 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과의 TV공개토론으로 재미를 본 트럼프 측은 해리스와 양자토론도 서두르고자 한다. 하지만 해리스 측은 8월 전당대회를 거쳐야 정식 후보가 되는 것이라 서두를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양자토론이 9월부터 2~3차례 이뤄질 거라고 본다. 이 맞불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론에서도 바이든을 대체한 해리스는 트럼프와 전혀 다른 구도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토론이 누가 더 대통령직에 적합한 체력과 열정을 갖췄느냐를 유권자에 소구하는 것이었다면, 해리스는 경쟁구도를 백인과 흑인의 인종대결로,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로 등으로 이미지화할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는 다음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을 지명할 예정이다. 여기서 어떤 러닝 메이트를 지명할 지는 지지율을 움직일 변수다. 다만 민주주의를 무시한 트럼프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지식인층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와의 이미지 대결보다는 노동 유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책으로 차별성을 둬야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소득 백인 노동계급의 분노에 공감하지 않고는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없을 거란 예상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로 유명한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를 범죄자로 조롱하면 기반은 회복되지만 분열은 심화될 것"이라며 "그가 건드린 노동계급의 불만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공적담론의 조건을 높이고, 노동의 존엄성을 높여줄 정책을 만들어 민주당의 오랜 지지층을 되찾는 것이 진정한 승리의 열쇠"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한국 나오자 "북한" 부글부글…개막식 '역대급 사고' 터졌다 - 머니투데이
- '왜 거기서 나와?'…개그우먼 김민경, 올림픽 사격 해설위원 깜짝 데뷔 - 머니투데이
- 정가은, 남배우 엉덩이 만진 후 "손이 호강"…성희롱 논란에 결국 사과 - 머니투데이
- 유승민, '사우나 버스'서 신유빈 구했다…탁구대표팀 '환호' - 머니투데이
- "엄마 콩팥 하나 더…" 양지은 아들, 신장이식 듣고 놀라며 한 일 - 머니투데이
- 트럼프 변호하고 기부자 이끈 '충성파'들, 잇따라 장관으로 - 머니투데이
- 무대 내려오면 세차장 알바…7년차 가수 최대성 "아내에게 죄인" - 머니투데이
- "수업 들어가면 신상턴다" 둘로 쪼개진 학생들…산으로 가는 동덕여대 - 머니투데이
- "4만전자 너무 했지, 지금이 줍줍 기회"…삼성전자 8% 불기둥 - 머니투데이
- '토막 살인' 양광준의 두 얼굴…"순하고 착했는데" 육사 후배가 쓴 글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