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D-100' 트럼프 vs 해리스…"노동계급 분노 공감해야 승리"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 7. 2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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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인종·정책 정반대 두 후보…9월 토론 변곡점 될 듯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굳힌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여론조사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4%로, 트럼프 전 대통령(42%)을 2%포인트(p) 앞섰다. 이 여론조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지난 21일 다음 날인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 /사진=(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세계 최강국 미국이 100일 후 4년 간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바꾼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재선 의지를 접고 후보직을 반납하면서 유권자들은 이제 그를 대신할 새 리더를 찾아 미래를 맡기게 됐다.

현재 당선이 유력한 후보는 2017년부터 4년간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합중국의 지도자를 역임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이다. 4년 전 바이든에 패배하고도 한동안 선거결과를 인정치 않고 부정선거를 주장했던 그는 수십건의 송사를 버틴 끝에 다시 출마해 결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각종 민형사 소송에 직면해 있지만 재판 선고나 결과 집행은 선거 이후나 임기 이후로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피격을 당했지만 큰 부상을 입지 않았고 사건 와중에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 지지세력을 결집시켰다. 부통령 후보로 만 39세 해병대-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 흙수저 'JD 밴스'를 지명해 젊은 이미지를 보강했다.

하지만 대세론을 굳히던 트럼프는 민주당의 후보 교체 이후 다시 근접한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고령의 나이로 대통령직 수행에 의문을 샀던 바이든이 재선을 포기하면서 민주당 후보 자리를 사실상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에게 임의로 넘긴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출신의 해리스는 흑인 여성이라는 '언더독' 이미지에 검사라는 이력까지 부각시키며 출발선상에서부터 '부정한 정치인'을 내쫓겠다는 각오를 벼르고 있다. 트럼프에게 씌워진 각종 추문과 범죄혐의를 부각시켜 자신이 민주주의에 더 적합한 지도자라는 선명성을 얻겠다는 심산이다.
감세·낙태권·이민 등 정반대 정책대결
(그랜드래피즈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귀의 상처에 살색 밴드를 붙인 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피격 사건,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처음으로 JD 밴스 부통령 후보와 합동 연설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07.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그랜드래피즈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트럼프는 재집권하면 법인세를 더 낮추고 관세 장벽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일부 소득세를 낮추거나 팁에 대해서는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하지만 해리스는 오히려 기업 법인세를 높이고, 부유층의 자본이득에서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해 해리스를 향해 "급진적 좌파 광인"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여성 권익 문제와 관련해서도 두 사람은 맞서고 있다. 특히 낙태권이 핵심쟁점인데 이는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주의적 판사들이 다수를 차지한 연방대법원이 지난 2022년 이를 사실상 파기하면서 벌어진 문제다. 해리스는 이에 대해 트럼프와 같은 낙태 반대자들을 '극단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민 정책도 상반된다. 자메이카 이민자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난 해리스는 불법이민자들을 강간범이라고 비하하는 트럼프에 맞선다. 트럼프는 "중남미 이민자 문제를 일으킨 외교 실패자가 바로 해리스"라고 비난하고 있다.
돌풍의 해리스, 지지율 엎치락 뒤치락
[워싱턴=AP/뉴시스]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2022년 4월5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이른바 '오바마 케어'로 알려진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행사 도중 서로 포옹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그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2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민주당의 새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2024.07.26. /사진=유세진
대세론을 이어가던 트럼프는 지난 24일 일격을 맞았다. 로이터통신 여론조사(22~23) 결과 해리스 지지율이 44%를 기록해 42%에 머문 자신을 앞섰기 때문이다. 조사는 오차범위 ±3%P 내에서 이뤄져 확신할 수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경쟁력이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에 있다는 것은 증명됐다.

지난 26일에 나온 결과도 이 같은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체조사 결과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트럼프가 49%대 47%로 앞섰지만,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낀 삼자대결에선 해리스가 45%, 트럼프가 44%로 역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당초 바이든이 트럼프와 대결하는 것으로 전제가 이뤄졌을 때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6% 이상의 차이가 나는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하지만 해리스는 아직 민주당의 공식 후보가 아니면서도 원로들의 지지선언을 얻어 대세로 부각되고 있다. 이날 해리스는 의견표명을 늦추던 버락 오마바 대통령 부부의 전화통화와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면서 8월 초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확정을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성(性) 대결에 부통령 지명도 관심…부통령 대결·9월 토론 등 변수
(샬롯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이후 첫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24.07.2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샬롯 AFP=뉴스1) 우동명 기자
해리스는 흑인과 라틴계, 젊은 유권자들을 지지영역으로 흡수하고 있다. 아일랜드계 백인 남성으로서 바이든이 갖던 주류 미국인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민주당이 가진 언더독 정신을 대변하면서 소수 인종을 포괄하는 결과를 얻고 있다.

바이든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해리스 돌풍에 어안이 벙벙한 트럼프 측은 대체 전략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대결에서 사라진 바이든 자리에 해리스를 덧씌우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트럼프 캠페인 '마가(MAGA)'는 "해리스는 바이든을 대신해 국정을 이끌어왔다"며 "국경 침탈이나 인플레이션 등은 해리스가 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과의 TV공개토론으로 재미를 본 트럼프 측은 해리스와 양자토론도 서두르고자 한다. 하지만 해리스 측은 8월 전당대회를 거쳐야 정식 후보가 되는 것이라 서두를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양자토론이 9월부터 2~3차례 이뤄질 거라고 본다. 이 맞불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론에서도 바이든을 대체한 해리스는 트럼프와 전혀 다른 구도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토론이 누가 더 대통령직에 적합한 체력과 열정을 갖췄느냐를 유권자에 소구하는 것이었다면, 해리스는 경쟁구도를 백인과 흑인의 인종대결로,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로 등으로 이미지화할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는 다음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을 지명할 예정이다. 여기서 어떤 러닝 메이트를 지명할 지는 지지율을 움직일 변수다. 다만 민주주의를 무시한 트럼프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지식인층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와의 이미지 대결보다는 노동 유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책으로 차별성을 둬야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소득 백인 노동계급의 분노에 공감하지 않고는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없을 거란 예상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로 유명한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를 범죄자로 조롱하면 기반은 회복되지만 분열은 심화될 것"이라며 "그가 건드린 노동계급의 불만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공적담론의 조건을 높이고, 노동의 존엄성을 높여줄 정책을 만들어 민주당의 오랜 지지층을 되찾는 것이 진정한 승리의 열쇠"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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