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선희, ARF 불참…득보다 실이 크다 판단한 듯
리영철 주라오스 대사 참석, 6년 연속 대사급
조태열 장관 “인사나 합시다”에 리 대사 외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라오스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 불참했다. 북·러가 지난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이후 개최된 첫 ARF여서 최 외무상의 참석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북한이 ARF에서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ARF에는 북한 측에서 리영철 주라오스 대사가 참석했다. ARF는 아세안 10개국과 남북 및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7개국이 참여한다. 특히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이다. 북한은 2000년 ARF에 가입한 이후 주로 북한 외무상을 파견했으나,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부터 지난해까진 대사급이 나왔다.
북·러가 지난 6월 정상회담을 통해 조약을 체결한 이후, 최 외무상이 전격 ARF에 참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북한이 ARF를 활용해 국제사회에 북·러 밀착을 과시하면서 고립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외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장국인 라오스는 북한과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우방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이 재차 대사급을 보낸 것은 북·러 조약 체결로 인해 한·미·일 등 다른 회원국의 비판 강도가 더욱 거셀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더불어 최 외무상이 러시아 등과 함께 ‘반미연대’ 구축에 집중하는 게 더 실효성이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외무상은 지난 23~26일 방북한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의 일정을 챙겼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최 외무상이) 오면 계속 공격과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편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ARF 참석은 반미진영 확대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라며 “러시아 등과 함께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안보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본 것 같다”라고 짚었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오후 의장국인 라오스 주최 갈라만찬에서 리 대사에게 말을 걸었지만, 리 대사는 싸늘한 태도로 일관했다. 조 장관이 리 대사에게 다가가 팔을 만지며 “인사나 합시다”라고 대화를 시도했으나, 리 대사는 뒷짐을 진 채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에 조 장관도 자리로 돌아갔다. 조 장관은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리 대사와 인사를 하고 ‘우리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로 복귀하라’는 말을 하려 했다”라며 “리 대사가 돌아보지도 않아서 민망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냉랭한 남북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리 대사의 무반응은 남측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다는 북한의 대남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측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괜찮을 때는 북측 인사가 적극적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다”라며 “현재 극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서 평양에서 ‘남측에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지 않았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비엔티안(라오스) |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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