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책임 구영배 잠행·침묵…카드사·정부에 수습 떠맡겼나

유선희 기자 2024. 7. 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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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자금부족…카드사에 환불 요청하라”
나스닥 상장 추진 큐텐그룹 큐익스프레스 ‘선긋기’
“상품권 깡·자금유용은 처벌 사안…정부 나서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융지원센터에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을 위한 위메프·티몬 전담 창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인 큐텐의 계열사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파장이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큐텐 쪽은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신용카드사에 환불을 신청하라’는 공지를 끝으로 현장 환불 신청을 중단했고,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구영배 대표는 큐텐 물류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시이오(CEO)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8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티몬·위메프는 누리집을 통해 “신용카드로 상품을 결제했지만 사용하지 못했거나 받아보지 못한 경우 결제방식에 따라 ‘이용대금 이의제기 절차’나 ‘할부계약 철회·항변권’을 사용해 결제대금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는 공지를 올린 채 현장 환불절차를 중단했다.

지난 25~27일까지 티몬·위메프 본사를 방문해 거센 항의를 이어가던 소비자들도 일단은 모두 철수한 상태다. 티몬과 위메프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현장 환불 신청 접수를 중단한 탓이다. 위메프는 지난 25일 기준으로 1500명, 티몬은 26일 기준으로 260명에 대한 환불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피지(PG)사들과 간편결제사(페이사)들은 금융당국 요청으로 전면 중단했던 소비자 환불절차를 26일부터 시작했다. 한 간편결제사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쪽과 중복환불을 받는 경우가 있어 이를 걸러내는 데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카드사와 피지사·페이사에 책임을 떠넘긴 채 나몰라라 하는 티메프 쪽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활을 걸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싱가포르 본사는 이번 사태에 선을 긋고 나섰다. 큐익스프레스 본사 쪽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어 “큐텐 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은 직접적 관련은 없으며, 그 영향도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큐익스프레스는 앞서 26일 구영배씨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마크 리 재무최고책임자(CFO)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비상 경영제체 돌입’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꼬리 자르기를 한 뒤 계속해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려는 무책임한 모습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사태의 파장이 큐익스프레스 싱가포르 본사까지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결국 상장은 포기할 수 없으니 선을 긋자는 의도가 포함된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구영배 대표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구 대표는 일부 언론에 “수습책도 못 내놓은 상황인데 당연히 국내에 머물고 있다” “어떻게든 자금을 확보해 실질적인 수습안을 갖고 나서고 싶은데 쉽지 않다. 조금만 더 양해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만 남겼다.

큐텐 구영배 대표. 큐텐 제공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구영배 대표를 찾아 대책과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전자상거래업체 한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가 상품권을 할인판매해 자금을 동원한 것은 일종의 ‘상품권 깡’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사안 아니냐”며 “소비자의 돈을 에스크로 등에 맡기지 않고 돌려막기를 하거나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위시’ 등을 인수하는 자금으로 썼다면 배임·횡령 혐의도 제기될 수 있다. 정부가 왜 가만있는지 모르겠다. 출국금지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금액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현재 미정산 대금 규모는 지난달 11일 기준 1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7월분과 그 이후 금액까지 합치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티몬과 위메프는 현재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로 큐텐 본사의 자금 수혈이나 구영배 대표의 개인자금을 출연하는 것 외에는 해결 방안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27일 티몬 본사에서 소비자·취재진에게 “중국에 큐텐 운영자금 600억원이 있다고 들었다”고 언급했지만, 이 자금을 어떻게 들여올 것인지에 대한 복안이 없을 뿐 아니라 600억은 사태를 해결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피지사·페이사를 대상으로 소비자 환불을 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피해를 중소상인·개인판매자 등에 대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방안은 이르면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아니지만, 거래처 부도 등으로 경영 어려움이 발생할 때 긴급 융자를 해주는 제도다.

우선 금융감독원이 플랫폼 거래 규모를 파악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이 자료를 토대로 지원 대상자를 추릴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단체도 피해 상황 파악에 자체적으로 나섰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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