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슬픔 뒤섞인 올림픽···역대 최소 선수단 꾸린 우크라이나
3년째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2024 파리올림픽에 역대 가장 작은 규모의 선수단을 보냈다. 이들은 고국을 떠나 훈련한 끝에 어렵사리 올림픽에 출전했다. 올림픽 유망주 다수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번 올림픽 총 26개 종목에 140명이 참가한다. 육상 선수가 25명으로 가장 많고 배드민턴 선수는 1명이다. 역대 우크라이나 선수단 최소 규모다.
전쟁이 길어지자 일부 선수는 운동을 그만둬야 했다. 훈련 시설이 파괴되어 해외로 피란한 선수들도 많았다. 올림픽에 처음 참가하는 폴리나 부흐로바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출신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북부 도시 하르키우는 러시아의 폭격을 세 차례 이상 겪었다. 우크라이나를 떠난 후에도 큰 소리가 나면 폭격이 떠오른다는 부흐로바는 “(전쟁) 뉴스를 읽을 때마다 너무 화가 난다”면서도 “이건(올림픽은)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를, 우리가 여기에 있고 끝까지 싸우리란 것을 보여줄 기회”라고 말했다.
펜싱 선수 올가 카를란은 이번 올림픽 준비가 유독 힘들었다고 AP에 전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러시아 선수와 맞붙었는데, 악수를 거부했다가 실격 처리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예외적으로 카를란에게 파리올림픽에 나갈 기회를 부여하면서 출전할 수 있었다. 카를란은 “나라를 위해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며 “우리는 불행하게도 러시아로부터 죽임을 당해 여기 올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싸우며 경기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조정 선수 아나스타샤 코젠코바는 “올림픽에 갈 수 있을지조차 몰라 두려웠다”며 우크라이나의 출전 자체가 큰 성과라고 말했다. 다이빙 선수 올렉시 세레다는 방위군(NGU)에서 복무 중인 아버지를 떠올리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머무는 숙소 곳곳에는 “강한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 “우크라이나 군대에 영광을” 등 문구가 어린이들 그림과 함께 걸려있다. AP는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파리에 온 우크라이나 선수들에겐 기쁨과 슬픔이 함께한다”고 표현했다.
바딤 구차이트 우크라이나 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선수촌의 모든 (우크라이나) 선수는 전쟁에 영향을 받았다”며 올림픽에서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과는 교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몇몇 선수는 전쟁에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을 잃었고, 우크라이나에서 500개가 넘는 스포츠 경기장과 훈련장이 사라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침략전쟁에도 올림픽을 준비하고 모든 우크라이나인의 정신을 보여준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며 “우크라이나를 믿는다!”고 선수단을 격려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엑스에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선수가 최소 487명이라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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