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보복 천명에 골란고원도 전운…이란, 확전에 선긋기(종합)
네타냐후 "헤즈볼라, 무거운 대가 치를 것"…미국서 조기 귀국
헤즈볼라 "이스라엘 방공망 탓" 공격설 부인…유엔·EU '확전 자제' 촉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 축구장에 떨어진 로켓에 어린이를 포함해 12명이 숨지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다만 '저항의 축'을 주도하며 사실상 헤즈볼라를 지원해온 이란은 이스라엘의 반응을 한편의 '연극'으로 치부하며 전면전 가능성에는 선을 긋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네타냐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축구장 참변과 관련해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공격에 대해 헤즈볼라는 지금껏 치른 적이 없었던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 유족과 시아파 분파인 드루즈인 공동체에 애도를 표하면서 "귀국 일정을 앞당기기로 결정했고, 도착하는대로 즉각 안보 내각을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이츠하그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의 테러범들이 오늘 축구를 하러 나갔을 뿐인 어린이들을 잔혹하게 공격해 살해했다. 그들(어린이)은 돌아오지 못했다"고 규탄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시리아 접경지대 골란고원에 있는 마즈달 샴스에서는 이날 오후 축구장에 로켓이 떨어지면서 공놀이를 하던 어린이와 청소년 최소 12명이 숨졌다.
부상자도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켓이 떨어진 골란고원은 1967년까지는 시리아 영토였으나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당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고원법을 제정해 자국 영토로 병합했지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시아파에서 분파한 이슬람 소수 종파인 드루즈파를 믿는 시리아계 주민과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같은 반응에 사실상 헤즈볼라를 지원해온 이란 측은 "한편의 연극"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 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위협을 "시온주의 정권이 만들어낸 연극"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우리는 (전면전이) 개시될 것으로 전망하지 않으며 현재의 세력균형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본다"면서 "이란은 역내 긴장 완화를 항시 추구해 온 만큼 우리도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도 마즈달 샴스를 공격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무함마드 아피프 헤즈볼라 수석대변인은 AP 통신에 "마즈달 샴스에 대한 공격을 수행했다는 걸 단호히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헤즈볼라가 공격을 부인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AP는 전했다.
헤즈볼라 관리들은 유엔에 이번 사고가 이스라엘 측 방공망에서 발사된 로켓 요격 미사일이 축구장에 떨어진 결과라고 주장했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이스라엘군(IDF)은 헤즈볼라의 이러한 주장을 부인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AFP와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셰바 마을 북쪽 지역에서 발사된 이란제 240㎜ 무유도 지대지 로켓 '팔라크-1' 한 발이 마즈달 샴스에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헤즈볼라가 문제의 로켓을 발사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현지 채널12 방송에서 "헤즈볼라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우리가 전면전에 직면하게 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가 전면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이 레바논으로까지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성명을 내고 "레바논 헤즈볼라를 비롯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그룹에 맞서는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철통(iron-clad )과도 같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직접적으로 공격 배후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엑스를 통해 "이 피바다(bloodbath)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 용납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독립적이고 국제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 확전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레바논 특별조정관과 레바논 유엔 평화유지군(UNIFIL)도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레바논 정부는 성명을 통해 "모든 전선에서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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