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국민 25만원' 일단 숨고르기…'난색' 정부는 대응 고심
"이재명 하명법" vs "국민 명령"…여야, 격론 충돌
정부 "예산 편성권 침해에 위헌"…실효성 지적도
尹에 거부권 행사 건의할듯…권한쟁의심판 청구
野, 내달1일 본회의 상정 방침…與, '필버'로 맞불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당 대표 후보) 발의 법안인 이른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통과가 보류되면서 해당 법안을 둘러싼 논쟁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국 '시간의 문제'인 만큼 법안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정부는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8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법사위는 지난 2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민생지원금 특별법)을 논의했으나, 여야 입장차로 의결을 보류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여야 간 이견이 있어 전체회의에서 계속 심사하겠다"며 법안을 의결하지 않은 채 회의를 마쳤다.
앞서 하루 전인 23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 국민의힘의 항의 퇴장 속에 야당 단독으로 법안이 의결돼 법사위에서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민생지원금 특별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원의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급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이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총선 공약이기도 한 것으로, 이 전 대표는 지난 5월 말 직접 법안을 발의했으며 민주당은 이를 22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민생지원금 특별법을 놓고 여야는 강하게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이재명표 포퓰리즘" "이재명 하명법"이라고 반발했다. 민생 회복은커녕 국민 혈세로 나랏빚만 내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잘했다면 법안을 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전 대표의 명령이 아닌 국민의 명령"이라고 맞섰다. 민생회복 지원금은 효과가 빠르고 직접적이며 소비를 진작시킨다면서 여당의 지적을 반박하기도 했다.
특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를 집행해야 하는 정부는 누구보다 난색을 드러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행안위에서 "예산 편성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데, 이를 상당히 제약하는 문제가 있다"며 "여러 가지 위헌성 논란과 정책적 효과 의문 뿐만 아니라 집행상의 문제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또 "해당 법안은 정부의 재정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법안대로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나라 빚이 늘어나고 국민의 재정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은 총 13조~18조원으로 추산된다. 전 국민 5000만명을 대상으로 최소 25만원에서 최대 35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치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한데, 헌법이 보장한 행정부의 예산안 편성 권한을 입법부가 침해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물론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이는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법안에는 '민생회복 지원금은 이 법 시행일에 지급한다'라는 조항을 둬 사실상 집행을 강제하도록 했다.
민생회복 지원금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현금성 지원을 하는 방법은 한 마디로 부작용이 우려되는 미봉책"이라며 "효과가 있다 해도 아주 일시적이고 임시방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원 조달을 위해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물가 등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민생의 어려움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일단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시간은 다소 벌 수 있게 됐지만, 정부는 추후 법사위 및 본회의 통과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만약을 가정해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간의 여러 (쟁점 법안 통과) 선례들을 참고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민생지원금 특별법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에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법안이 다시 국회로 돌아와 재의결 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출석하고 야권에서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도 국민의힘에서 8표가 이탈해야 가결된다.
정부와 여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이 끝까지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헌재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을 통해 반드시 위헌성을 밝혀내도록 하겠다"며 "아울러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도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경우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아 아직까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현재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종료되는 7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민생지원금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법사위 의결을 거쳐 1일 본회의가 열리면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법안 처리를 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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