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패션 전쟁"…'국가대표 단복'의 비밀

정혜인 2024. 7.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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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가 제작
국가 상징 패턴과 디자인으로 차별화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지난 27일 새벽(한국 시간) 파리에서 공식 개막했습니다. 제33회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경기장 밖에서 열렸는데요. 아름다운 센강을 따라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등 파리 시내의 주요 명소를 지나는 각국 선수단 행렬이 인상적이었죠.

이렇듯 개막식에서는 많은 볼거리가 있었는데요. 특히 각국 선수단의 '패션 대결'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 국가대표 '팀코리아'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제작한 벽청색 수트를 입고 개회식에 참석했습니다. 차분한 청색 수트에 전통 관복의 허리띠 '각대'를 재해석한 벨트, 하얀 스니커즈로 구성된 우리 선수단 단복은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단복은 단순히 선수단이 착용하는 옷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 국가의 문화와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국가 자체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단복 제작 기업들 역시 국가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서 해외에서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대표 선수단 단복을 만드는 회사는 어떻게 선정할까요?이번 [생활의 발견]에서 알아봤습니다.

단복의 역사

국가대표 선수단이 단복을 입기 시작한 것은 1948년 제14회 런던 올림픽부터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때부터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달고 올림픽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요. 짙은 감색 블레이저의 왼쪽 가슴에 태극 문양과 올림픽 마크를 더한 휘장이 부착돼 있었습니다.

그때의 단복은 서울의 '테일러탑(Tailor Top)'이라는 양복점에서 제작했다고 하네요. 현재는 당시 한국대표팀 고문 자격으로 참가했던 이원순 씨가 입었던 단복 딱 한 벌만 남아있는데, 이 단복은 현재 국가 등록 문화유산(문화재)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1948 런던 올림픽 당시 한국대표팀 고문 자격으로 참가했던 이원순 씨가 입었던 단복. /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이후 국가대표 선수단은 계속 정장 스타일의 단복을 입었습니다. 주로 남색, 감색, 하늘색 등 파란색 계열의 상의에 흰색 등 무채색 바지, 치마를 더한 스타일이었습니다. 1972년 제20회 뮌헨올림픽과 1976년 제21회 몬트리올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상징하는 황금색 단복을 입기도 했지만 최근까지도 청색 계열 선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는 국내 토종 스포츠 의류업체들이 단복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오롱'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까지 5개 올림픽 연속으로 단복을 만들었고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훼르자'가 맡았습니다. 이런 업체들은 입찰을 통해 공식 의류 지원 업체 자격을 얻고 당시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선수단 후원금과 물품을 제공하는 대신 올림픽 로고를 사용할 수 있는 '휘장권'을 얻었습니다. 

이때는 개·폐회식에서 입을 단복 외에도 경기에서 입는 유니폼, 스포츠용품, 가방, 운동화, 단화 등까지 그때그때 계약을 통해 어느 업체가 무엇을 제공할지를 정했다고 합니다. 국가대표 선수단은 반드시 후원 계약을 맺은 제품들을 착용해야 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2024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팀 단복을 입은 근대5종 김선우 선수. / 사진=무신사

이 과정에서 잡음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KOC가 계약한 공식 의류 지원업체와 각 종목의 연맹, 협회가 계약한 업체가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림픽에서는 공식업체의 제품을 착용해야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이 평소에 쓰던 제품을 써야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죠.

실제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전병관 선수가 공식업체 코오롱이 아닌 타사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적이 있었는데요. 코오롱이 대한역도연맹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또 국가대표 경기용품에 선정되기 위한 청탁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2004년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스포츠 의류업체들에게 경기용품 선정 등의 청탁을 받고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확실한 홍보 효과

현재는 올림픽 의류 후원사 계약을 대한체육회에서 관할하고 있습니다. 2009년 KOC가 대한체육회에 통합됐기 때문입니다. 대한체육회는 동·하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기간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4년 단위로 기간을 나눠 계약을 맺습니다.

현재 후원 프로그램은 올해 말까지를 대상으로 합니다. 계약 시점에 따라 4년을 통째로 후원하기도 하지만, 중도에 계약하면 2년, 1년씩 짧게 계약할 수도 있습니다. 후원사 선정은 기본적으로 공개입찰로 이뤄집니다. 후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기업이 의향서를 제출하면, 이미 후원사가 존재하는 카테고리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나라장터에서 공개 입찰이 이뤄집니다.

노스페이스의 파리올림픽 공식 단복을 입은 유도 안바울 선수(왼쪽)와 노스페이스 유니폼을 입은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선수(오른쪽). / 사진=영원아웃도어

평가는 후원금 평가 70%, 기술(신용도) 평가 30%로 이뤄지기 때문에 후원금 규모가 낙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후원 등급은 연간 후원 금액에 따라 총 3개 등급으로 나뉩니다. 4년 계약을 기준으로 1등급 후원사인 '대한체육회·팀코리아 공식파트너'는 최소 40억원 이상을 후원하는 식입니다. 수십, 수백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부담스럽더라도 '홍보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국가대표 후원사가 되길 희망한다고 하네요.

현재 올림픽 의류 후원 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공식 복장(단복)인데, 개·폐회식과 대한체육회가 국내에서 개최하는 기자회견에서 착용합니다. 다른 하나는 스포츠 의류로 시상식, 대회 훈련과 경기, 대회 공식 기자회견용 옷입니다. 단 경기 중에 입는 옷은 여기에서 제외됩니다. 선수들은 각 종목 연맹과 협회가 계약한 업체의 의류를 착용하거나, 개인 후원사의 유니폼을 입기도 합니다.

패션도 국가대표 대항전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패션기업들은 한국 전통 문양을 더한 단복과 경기복들을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파리 올림픽 단복 후원사는 앞서 언급한 무신사 스탠다드입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와 2등급 후원사인 '공식스폰서' 계약을 맺어 올해까지 팀코리아를 후원하는 중입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파리 올림픽 단복까지 제작했습니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는 이번 파리 올림픽 스포츠 의류 분야 후원사입니다. 영원아웃도어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팀코리아의 최장기 후원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시상용 단복, 후드와 티셔츠 등 일상복, 운동화와 모자 등 장비까지 총 23개 품목을 후원합니다.

스파오가 제작한 패럴림픽 단복을 입은 태권도 주정훈 선수. / 사진=이랜드그룹

종목별로 후원하는 패션회사도 있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양궁 대표팀을 후원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양궁 전용화를 개발했다고 하네요. 코오롱FnC의 골프웨어 브랜드 '왁(WAAC)'은 골프 대표팀의 유니폼과 물품들을 지원합니다. 팀코리아 스포츠 의류 후원사인 노스페이스는 클라이밍 대표팀도 별도로 후원하며 유니폼을 만들었습니다.

나이키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최초로 채택된 종목인 브레이킹 댄스 대표팀 유니폼을 후원했습니다. 나이키가 이미 후원 중인 김홍열(홍텐) 선수가 나이키의 브레이킹 컬렉션을 착용하고 경기에 임할 예정입니다. 아디다스는 펜싱 남자 사브레 팀 중 구본길 선수와 오상욱 선수를 후원하고 있는데요. 두 선수가 올림픽에서 아디다스 펜싱화를 착용할 예정입니다.

패럴림픽은 대한체육회가 아닌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기업들과 별도로 후원 계약을 맺습니다. 올림픽이 종료된 후 다음달 28일부터 시작되는 패럴림픽 단복은 이랜드의 SPA브랜드 '스파오'의 작품입니다.

나이키 브레이킹 댄스 대표팀 키트. / 사진=나이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요. 미국 대표팀은 '랄프 로렌', 이탈리아 대표팀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랑스 대표팀은 '벨루티'가 만든 의류를 착용합니다. 모두 각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죠. 최근에는 몽골 패션 브랜드 '미셸앤드아마존카(Michel&Amazonka)'가 만든 몽골 대표팀 옷도 화제였습니다. 몽골 전통 의상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파리 올림픽은 다음달 12일까지 진행됩니다. 팀코리아의 선전을 응원하면서 각국 선수들이 경기 중에, 시상식에서, 그리고 폐회식에서 입을 옷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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