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기회 있었지만, LG 전화 받고"…148㎞ 쾅! 6구종 점검, 새 1선발의 강렬한 첫인사

김민경 기자 2024. 7. 2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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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첫 불펜 피칭을 진행했다. ⓒ 잠실, 김민경 기자
▲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첫 불펜 피칭을 진행했다. ⓒ 잠실,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빅리그에서도 기회가 있긴 했는데, 어쨌든 경기를 뛰고 싶었다. LG에서 전화해서 야구를 같이하겠냐고 해서 결정했다."

LG 트윈스 새 에이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가 한국에서 처음 공을 던지며 기대감을 높였다. 에르난데스는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처음 불펜 피칭을 진행했다. 에르난데스는 25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26일 처음 잠실 그라운드를 밟았다. 26일과 27일 모두 훈련 시간에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러닝과 같은 정상 훈련을 진행하기 어려웠으나 에르난데스는 폭우가 한 차례 내리고 난 뒤에 불펜 피칭장에 섰다. 투구를 마칠 때쯤에 또 한번 폭우가 내려 방해를 받긴 했지만, 투구를 지켜본 차명석 단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만족스럽게 지켜봤다.

에르난데스는 첫 불펜 피칭에서 40구를 던지면서 최고 구속 148㎞를 기록했다. LG와 지난 19일 새벽 총액 44만 달러(약 6억원)에 계약하고 한국 입국 일정이 조금 지연되면서 약 일주일 만에 공을 던진 결과였다. 에르난데스는 직구(15개)와 커터(슬라이더) 6개, 투심패스트볼(3개), 체인지업(7개), 커브(6개), 스위퍼(3개) 등 본인이 던질 수 있는 다양한 구종을 모두 점검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불펜 피칭하는 것을 봤는데, 갖고 있는 메커니즘 자체가 매우 좋다. 100구를 던져도 크게 구속이 안 떨어질 스타일"이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어 "몸 전체를 잘 쓰는 투수다. 상체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밸런스가 굉장히 좋다. 약간 미국 스타일이 아니라 동양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커브도 던진다고 하니까"라고 덧붙이며 기대감을 보였다.

에르난데스는 LG가 2019년부터 함께했던 장수 외국인 에이스 케이시 켈리(35)를 방출하고 선택한 카드라 눈길을 끌었다. 차 단장이 직접 미국에 건너가 계약을 추진할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에르난데스는 2018년 마이애미 말린스에 입단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통산 35경기에서 11승7패, 159⅔이닝,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도 6시즌을 보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마이애미에서 5년 동안 90경기(선발 48경기), 10승21패, 287⅔이닝, 평균자책점 5.04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메이저리그 성적이 없고, 올해는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2팀에서 메이저리그 등판 기회를 얻었다. 올 시즌 성적은 9경기(선발 1경기) 1패, 15⅔이닝, 평균자책점 6.32다. 후반기가 되면서 메이저리그에서는 꾸준히 던질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고, 마침 LG의 오퍼를 받으면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에르난데스는 첫 불펜 피칭을 마친 뒤 "날씨 때문에 지연되긴 했는데, 오늘(27일) 불펜 투구는 느낌이 좋았다. 공을 안 던진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느낌이 좋더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LG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빅리그에서도 기회가 있긴 했는데, 어쨌든 경기에 뛰고 싶었다. 시즌 중반에 LG에서 전화가 와서 야구를 같이하겠냐고 해서 결정했다. 미국에 있을 때는 1주일에 한번씩 불펜으로 나와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며 "지금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해 전력으로 던지겠다"고 힘줘 말했다.

▲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첫 불펜 피칭을 진행했다. ⓒ 잠실, 김민경 기자

에르난데스는 한국에 오기 전에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데니 레예스(28)에게 KBO리그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고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에르난데스와 레예스는 뉴욕 메츠에서 마이너리그 생활을 같이 했다. 에르난데스는 "답장을 못 받아서, 이제 한국에서 만나면 물어보려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경험자의 조언은 듣지 못했지만, 에르난데스는 영상으로 LG 경기를 확인했다. 그는 "경기를 찾아보면서 LG에 익숙해졌다. 오스틴 딘은 같이 경기를 한 적이 있어서 먼저 생각이 나고, 경기를 보니까 공을 강하게 잘 치더라. 김현수는 전력을 다해 열심히 하는 선수 같았고, 유격수 오지환도 정말 열심히 해서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을 봤다. 나도 LG 선수들과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직접 만난 LG 선수들은 더 따뜻하고 좋았다고 한다. 에르난데스는 "다들 환영해 줬고, 집처럼 편안했다. 모두와 다 친하게 지내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다 잘 대해주고, 친해져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에르난데스가 가장 닮고 싶고 좋아하는 투수는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인 펠릭스 에르난데스(38)다.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15시즌 동안 메이저리거로 활약하면서 418경기, 169승136패, 2729⅔이닝, 2524탈삼진,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6차례 올스타로 선정됐고, 2010년에는 34경기, 13승13패, 249⅔이닝, 232탈삼진, 평균자책점 2.27로 맹활약하면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2009년에는 19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하는 등 빅리그에서 한 획을 그었던 에이스였다.

에르난데스가 에르난데스를 닮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마음가짐이다. 그는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다. 경기 후 인터뷰를 봤는데, 그가 인터뷰마다 꼭 하는 말이 있다. '경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언제나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패를 걱정하기보다는 전력을 다 쏟으면 결과는 자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나도 야구장에서는 투쟁심이 강한 스타일이라 그런 말이 마음에 들어서 에르난데스를 좋아한다"고 했다.

에르난데스는 오는 29일 취업 비자를 가장 빨리 발급받을 수 있는 나라로 출국할 예정이다. 비자 문제가 해결되고 정식 선수로 등록되면 퓨처스리그 경기에 한 차례 등판하고, 다음 달 7일 또는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데뷔할 예정이다.

▲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 LG 트윈스
▲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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