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6% "자연재해로 지각 후 불이익 경험·목격"

직장갑질119, 직장인 1천명 대상 설문조사
직장인 61.4% "자연재해 상황에서 정시 출근 경험"
15.9% "자연재해로 지각했는데…불이익 경험·목격"
"재난 상황 안전 근무 위한 제도·법령 마련 필요"

절기상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인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류영주 기자

직장인의 약 16%는 태풍·폭설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괴롭힘 또는 불이익을 당하거나, 동료가 불이익을 당하는 걸 목격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설문 주체인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보다 극심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기후 재난 상황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명문화 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8일 발표한 '자연재해 상황 출근 경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1.4%는 태풍, 폭염,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로 정부가 재택 근무,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을 권고한 상황에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정시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직장인 15.9%는 자연재해 상황에서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괴롭힘 또는 불이익을 경험하거나 동료가 경험한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의 경우 현행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에 천재지변, 자연재해 등에 따른 휴업 관련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태풍이나 호우주의보 상황에서 출퇴근 시각을 조정할지, 아예 쉬게 할 경우 유급으로 쉬게 할 것인지 여부는 현재 전적으로 개별 사업장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의 내규, 사업주의 재량에 달려있다"고 부연했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 '천재지변, 교통 차단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출근이 불가능할 때' 공가를 승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직장갑질119는 "노동관계법에 기후유급휴가제도를 신설하거나 천재지변에 따른 결근을 소정 근로일수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 조주희 노무사는 "기후 변화로 매해 폭염, 폭우 등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가 심해지고 있으나, 대다수 노동자들은 위태로운 출근을 계속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변화하는 환경 하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안전․재난문자 발송보다 실질적인 제도와 법령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5월 31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구조화 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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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나채영 기자 nan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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