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북러’ 면전서 군사협력 비판…‘日中’과 실질교류 약속
북한 비핵화 복귀 촉구에 아세안 공감
日 사도광산 등재에 “후속조치 진정성 기대”
리영철 北대사, 조 장관 인사에도 ‘외면’
[비엔티안=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린 여러 다자·양자회의에서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했다. 지난 5월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로 관계 회복에 나선 중국과는 다양한 교류협력의 모멘텀을 지속하는데 뜻을 모았다. 일본과는 사도광산 등재와 관련한 약속 이행,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 준비 등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일정을 마무리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사회가 연대해 북한의 비핵화 복귀를 촉구하는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며 “아세안 회원국을 포함한 다수 참석국이 북한이 긴장고조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우리와 인식을 같이했다”고 평가했다.
조 장관은 이날 라보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취임 이후 처음 만나 약식 회동을 했다. 라보로프 장관은 조 장관과 만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국이 한국과 공동 핵 계획에 대해 합의한 것이 우려된다”며 “이는 추가적인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한미 밀착을 비판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ARF에서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하고 있는 여러 군사적인 움직임에 대해 총체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외교장관 올해만 세 번째 교류…日과는 사도광산 등 논의
이번 아세안은 한중 관계 개선의 시기에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중은 고위급 교류를 포함한 민관 차원의 교류 확대를 위한 다양한 교류사업을 확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중국은 EAS, ARF 등 주요 다자회의에서 한국과 북러 중 한쪽의 입장을 두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두 달 만에 다시 만났고, 불과 이틀 전에도 외교차관 전략대화에 참석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을 만났다”며 “북러 밀착에 대해 건설적 역할을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했고, 탈북민 문제에 중국의 각별한 관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일 회담에서는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교류협력 사업 등을 논의했다. 한일 외교수장은 당초 예상한 20분을 훌쩍 넘긴 48분간 회담을 통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조 장관은 “일본이 미리 사도광산 현장에 설치한 전시물은 물론 추도식 등 관련 후속조치 이행에 있어 우리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정부가 2015년 교훈을 토대로 일본과 대결보다는 상호 합의에 의한 문제 해결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양국 간 어떤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지혜를 모아가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한일관계 개선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 장관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외교 당국 간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해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발굴해나가자고 했다.
관심을 모았던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ARF에 결국 불참했다. 최 외무상 대신 수석대표로 참석한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도 빳빳하게 목을 세우고 외면했다.
조 장관이 갈라 만찬장에서 리 대사에게 손을 건네며 인사를 했지만 이 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 장관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고자 했지만, 돌아보지 않아서 민망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정권이 작년 말 ‘적대적 2국가’를 선포한 이후 한국 측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외교관은 남북 관계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며 “지금 남북 관계가 극도로 안 좋으니까 평양에서 ‘(남측에)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외교가는 최 외무상이 불참한 것이 북한 외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계속 공격과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고 즐거울 것 같지 않다”며 “와봤자 편하지 않을 거라 판단하고 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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