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손 번쩍 들어준 패자…‘올림픽 정신’ 빛난 이 순간

남지은 기자 2024. 7. 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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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현지시각)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16강전.

올림픽 정신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지만, 그 정신이 빛나는 순간은 항상 존재했다.

경쟁 관계를 뛰어넘는 선수들의 우정은 올림픽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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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펜싱 사브르 16강전 아쉬운 패배 뒤
울분 터뜨리는 대신 상대 손들어주며 축하
지난 27일(현지시각) 열린 펜싱 사브르 16강전에서 올림픽 정신을 일깨워준 세바스티앵 파트리스(프랑스)와 마티야스 사보(독일)의 경기. AP연합

지난 27일(현지시각)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16강전. 세바스티앵 파트리스(프랑스)는 상대 선수 마티야스 사보(독일)의 회심의 일격을 피하지 못하고 13-15로 졌다. 13-14 상황에서 황급히 뒤로 물러서다가 순간 휘청한 영향이 컸다.

선수도, 그를 응원하는 관객도 진한 아쉬움에 허탈해지려는 순간, 경기장에 탄식이 아닌 박수가 터져 나왔다. 파트리스가 주저앉아 아쉬움을 토해내는 대신 사보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축하해줬기 때문이다. 올림픽 정신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파트리스는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우리는 모두가 친구다. 같은 가치를 존중해왔다. 사보는 훌륭한 사람이고 현재 가장 잘하는 선수”라며 그를 응원했다고 한다.

같은 날, 우리나라 펜싱 오상욱도 결승 상대인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가 공격을 피하려다 넘어지자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 화제를 모았다. 오상욱은 시상식 뒤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인 대회가 1년에 10개 정도 있어서 (상대 선수들을) 매번 만난다”며 선수들 사이 우정을 이야기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지만, 그 정신이 빛나는 순간은 항상 존재했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는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이후 109년 만에 육상 공동 금메달이 나왔다. 무타즈에사 바르심(카타르)과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는 나란히 2m37을 넘으며 동률을 기록하자, 최후의 1인을 가리지 않고 공동 금메달을 택했다. 바르심은 경기 뒤 엑스(구 트위터)에 탬베리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하나의 금메달보다 좋은 건 금메달 2개”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쟁 관계를 뛰어넘는 선수들의 우정은 올림픽의 맛이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에서 우리나라 이상화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보여준 우정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경쟁자로 비교되던 두 사람은 경기가 끝난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고다이라는 눈물을 쏟는 이상화에게 서툰 한국어로 “잘했어”라며 위로했다고 한다.

넘어져도 끝까지 달리는 선수들의 투지도 올림픽 정신의 가치를 일깨운다. 도쿄올림픽 때 시판 하산(네덜란드)은 육상 여자 1500m 예선을 치르던 중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 놓고 먼저 넘어진 선수의 발에 걸려 함께 쓰러졌다. 하산은 대회 쪽에 이의를 제기한 후 구제를 받고 결선에 나갈 수도 있었지만 2초 만에 다시 일어나 달렸고 1위로 결승전을 통과했다.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에서도 아이제아 주윗(미국)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니젤 아모스(보츠와나)와 엉켜 넘어졌다. 둘은 한참 주저앉아 있었지만 이내 손을 내밀어 서로를 일으켜 완주했다.

파트리스는 올림픽 정신을 묻는 말에 “올림픽 정신은 단순히 경기나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만들어내는 관계, 우정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승부를 뛰어넘는 감동의 순간은 이제 시작됐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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