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초부자 증세’ 논의 G20 회의에서 “증세보단 정부 지출 구조조정”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초부자 증세’ 방안이 주요 의제였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증세 반대 견해를 밝혔다. G20 재무장관들은 “초고액 자산가에게 효과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도록 협력할 것”이라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았다.
최 부총리는 지난 25일~2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정부지출 구조조정이 증세에 비해 국내총생산(GDP)과 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작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해 “일률적인 증세 대신 민간 투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고 성장과 세입의 선순환을 통해 장기적으로 세입을 확대하겠다”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정 여력은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경제 생산성 제고를 위한 미래 대비 투자 중심으로 재구조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 입장은 현 정부의 감세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2024년 세법개정안에서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대기업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20% 폐지를 추진했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앞으로 5년간 세수가 올해 대비 18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작 최 부총리가 참석한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의 주요 의제는 초부자 증세였다. G20 재무장관들은 합의문에 “초고액 자산가에게 효과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도록 협력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합의문에 ‘효과적인 세금 부과’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주요 외신들은 부자 증세 논의의 첫발을 뗀 것으로 해석했다. G20 국가 간에 초부자 세금 부과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합의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미국 등이 반대해 합의문에 ‘2%’라는 최저 세율을 명시하지는 못했다.
앞서 회의 의장국인 브라질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의 재산이 있는 전 세계 3000명의 초부자에게 보유 재산의 2%를 매년 ‘최소 세금’으로 매기자고 제안했다. 초부자들이 다른 나라들을 조세회피처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G20 차원의 공동 최소 세율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2% 최소 세금을 매기면 연간 2000억~2500억달러의 세금이 초과로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세계 상위 1%의 초부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42조달러(5경8000조원)의 재산을 늘렸다. 이는 전 세계 하위 50% 인구 전체가 모은 재산보다 36배 많다. 세계 억만장자 5명 중 4명은 주요 20개국(G20)에 거주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세금 시스템은 진보하지 않고 퇴보한다. 최부유층은 노동계급보다 비례적으로 훨씬 적은 세금을 낸다”면서 부자 증세를 주장했다. 브라질 제안에 프랑스,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등이 찬성했고, 미국과 독일 등은 반대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 정부는) 진보적 과세를 강력히 지지하고 초부유층·초고소득층이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세금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조율하기 매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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