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사회' 만드는 상법 개정에 상장추진 기업 36%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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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면서 배임죄 등 사법 리스크 증가로 이사회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비상장사들도 상장사와 마찬가지로 충실의무 확대 시 이사의 책임 가중 및 경영보수화, 주주 간 이견 등을 우려했다"며 "기업이 이런 문제로 상장을 꺼린다면 밸류업의 취지에 역행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정책당국이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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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237개 비상장사 조사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면서 배임죄 등 사법 리스크 증가로 이사회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상장을 추진하는 비상장사 세 곳 중 한 곳은 상법 개정 때문에 상장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국내 비상장기업 237개사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이 46.4%에 달했고, 이 중 36.2%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상장계획을 재검토'(34.5%) 또는 '철회'(1.7%)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현행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의 경영 판단을 두고 일부 주주들이 충실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이사를 배임죄로 고발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또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등 경영권 공격 세력이 이사회 의사결정을 왜곡해 책임을 추궁하는 등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국내 비상장기업의 73.0%는 상법이 아직 개정되지 않은 현재도 주주소송 위험, 공시의무 부담 등으로 상장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또 상법 개정 시 비상장사의 67.9%는 지금보다 상장을 더 꺼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응답기업들은 상장을 지금보다 더 꺼리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주주대표소송 및 배임 등 이사의 책임 가중'(70.8%)을 꼽았다. 이어서 '주주 간 이견 발생 시 의사결정 지연'(40.4%), '경영 보수화 우려'(37.3%), '지배구조 등 분쟁 가능성 확대'(28.0%)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최근 상장사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이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자본시장법은 상법·민법 등 민사법에 기반한다"며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개정한다 해도 자본다수결 원칙과 법인 제도 등 우리 민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소지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비상장사들도 상장사와 마찬가지로 충실의무 확대 시 이사의 책임 가중 및 경영보수화, 주주 간 이견 등을 우려했다"며 "기업이 이런 문제로 상장을 꺼린다면 밸류업의 취지에 역행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정책당국이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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