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그린 밟아본 ‘골프 女전사 삼총사’의 남다른 각오

조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2024. 7.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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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도쿄 때의 아쉬움 안 남길 것” 양희영 “리우에선 4위, 이번엔 메달”
김효주 “첫 올림픽은 긴장 많이 해”…생애 첫 태극마크 김주형, 남자부에서 ‘겁 없는 도전’

(시사저널=조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우승해도 천문학적인 상금은 없다. 1~3위까지 주어지는 메달을 제외하면 아무런 보상이 없다. 때문에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남자 세계랭킹 1~4위 선수 중 단 한 명도 출전하지 않는 수모를 겪었다. 그 어떤 종목보다 상업적 성공을 거둔 골프는 올림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소송에 나서는 선수까지 나왔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에서 골프는 어느새 톱랭커들도 서고 싶은 무대가 됐다. 7월26일(현지시간) 개막한 파리올림픽에서 골프는 남녀 개인전에 각각 60명씩 출전한다. 정식종목 부활 첫 대회였던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골프는 남자 톱랭커들의 불참으로 빛이 바랬고, 2021년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탓에 반쪽짜리 대회로 치러졌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골프가 각국을 대표하는 최강자들의 대결로 이뤄지는 첫 올림픽인 셈이다. 한국은 고진영(29)과 양희영(35), 김효주(29)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박인비의 영광 재현에 도전한다. 남자부에서는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김주형(22)과 '올림피언 가족' 안병훈(33)이 메달 획득을 정조준한다.

여자골프 국가대표 양희영, 고진영, 김효주 (왼쪽부터) ⓒAFP 연합

'침체' 한국 여자골프, 반전 계기 만들까

골프가 올림픽에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00년 파리 대회에서다. 하지만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를 마지막으로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전 세계에서 고르게 시행되는 종목이 아닌 데다, 4일간 72홀 플레이를 진행하는 탓에 운영 및 중계에 어려움이 컸던 탓이었다. 

골프가 다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것은 2016년 리우 대회부터다. 116년 만에 올림픽에 돌아왔지만 남녀 선수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여자선수들은 당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2위 브룩 헨더슨(캐나다), 3위 박인비 등 톱랭커 대다수가 일찌감치 출전을 확정했다. 반면 남자선수들은 제이슨 데이(호주),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세계랭킹 1~4위를 비롯해 15위 이내 선수의 절반가량이 당시 브라질에서 유행한 지카 바이러스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스포츠계에서는 올림픽으로 상금을 한푼도 벌 수 없는 데다, 이후 투어 일정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21년 도쿄 대회 역시 당시 세계 1위 존슨 등 적잖은 톱랭커가 출전하지 않아 다소 김이 빠졌다.

반면 파리올림픽에서는 톱랭커들이 각국 대표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올림픽은 세계랭킹에 따라 국가당 2명이 출전권을 얻는다. 단 세계랭킹 15위 이내는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6월17일 기준으로 올림픽 출전권이 결정된 이후 출전을 포기한 선수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남자부에서는  세계랭킹 15위 이내 선수 가운데 10명이 출전한다. 출전하지 않는 5명은 모두 '같은 국적 선수가 4명 이상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자격을 얻지 못했을 뿐이다. 

프로 골프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에 적극적으로 바뀐 것은 올림픽이 주는 유무형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우올림픽 금메달의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박인비, 도쿄올림픽 금메달의 잰더 쇼플리와 넬리 코다(모두 미국)는 올림픽 우승 이후 '격이 다른 선수'로 올라섰다. 4번의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하는 '커리어 골든 슬램'은 선수들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 현재 골프 역사상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남녀 통틀어 박인비가 유일하다.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우승이 크게 줄어든 한국 여자골프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반전을 노린다. 한국 여자부 대표인 고진영, 양희영, 김효주는 모두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다. 양희영은 2016년 리우 대회에 출전해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고진영과 김효주는 2021년 도쿄 대회에 출전했다. 

앞서 두 대회에선 모두 4명을 출전시켰던 한국이지만 이번에는 출전권 3장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한국 선수들의 세계랭킹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결과다. 그나마 양희영이 메이저대회인 KPMG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극적으로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면서 '삼총사'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LPGA투어 통산 15승의 고진영은 도쿄올림픽에서 공동 9위에 그친 아쉬움을 이번에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당시 고진영은 "2024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지금 같은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지난해 5월 파운더스컵 이후 우승 소식이 끊겼지만 최근 3개 대회 가운데 2개 대회에서 톱10에 들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는 모든 시계를 파리올림픽에 맞춰 훈련에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희영은 최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기간 동안 인근에 있는 IOC 본부를 찾아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은 골프선수에게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며 "아깝게 메달을 놓쳤던 리우 대회의 아쉬움을 꼭 털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주 역시 "도쿄 때는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이번에는 체력과 쇼트게임 연습에 집중해 잘 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남자골프 국가대표 김주형(왼쪽 사진)과 안병훈 ⓒAFP 연합

안병훈, 올림픽 메달리스트 부모의 氣 받아

남자부는 김주형과 안병훈이 나선다. 김주형은 이번 올림픽에서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다. 어린 시절 해외 곳곳을 떠돌며 골프선수로 활동한 '골프 노마드'였던 그는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경험하지 못했다. 김주형은 올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상승세를 만들어냈다. 지난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연장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낼 경우, 군 면제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 

안병훈은 리우올림픽에 이어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다. 올 시즌 초만 해도 세계랭킹 60위였던 그는 5번의 톱10에 힘입어 임성재를 제치고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안재형 전 탁구대표팀 감독과 자오즈민 전 중국 탁구대표의 아들인 그는 대를 이어 메달을 따내는 것이 목표다.

아쉽게도 한국 골프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하다. 외국 베팅업체 '벳365'에 따르면 여자선수로는 코다, 남자선수로는 셰플러가 금메달을 따는 데 베팅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고진영은 배당률 13대 1로 4위로 예상됐고, 김효주가 23대 1로 공동 9위, 양희영은 41대 1로 공동 20위라는 예측이 나왔다. 남자부에서는 김주형이 31대 1로 13위, 안병훈이 67대 1로 공동 23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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