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서 두 달 이상 돈 못 받는 소상공인 `6% 이자 폭탄`
은행권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불합리한 판매대금 정산 관행이 파악되고 있다. 플랫폼에 입점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도 길게는 두 달이 넘어서야 판매대금을 받을 수 있고, 돈이 융통되지 않는 '보릿고개'를 버티기 위해 연 6%의 고금리 부담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쓰는 실정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선(先)정산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곳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이다. 해당 대출은 플랫폼 입점업체가 판매 증빙(매출채권) 등을 은행에 제시하고 먼저 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난을 해결하다가, 플랫폼으로부터 실제로 판매대금을 받으면 은행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들 3개 은행이 지난해 1년 동안 취급한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의 선정산 대출은 총 1조2300억원을 웃돈다. 올해 들어 상반기 취급액만 75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수시로 이들 업체가 선정산 대출을 받고 갚기를 반복하면서 지난해 말과 올 6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700억원대 규모다.
선정산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은 최장 67일에 달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선정상 대출의 경우 대출이 이뤄질 때 이커머스 플랫폼이 지정한 정산 예정일까지로 대출 기간이 전산상 자동 산정된다"며 "선정산 대출을 받은 업체들의 평균 대출 기간은 약 60일 정도"라고 말했다.
은행 선정산 대출을 이용하는 입점업체들에 적용된 각 플랫폼의 정산 주기 범위는 △쿠팡 30~60일 △위메프 37~67일 △G마켓 5~10일 △무신사 10~40일 △SSG 10~40일로 확인됐다.
선정산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는 약 6%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은행이 매출 증빙을 참고하지만, 담보력이 크지 않기에 거의 신용대출에 가까운 금리가 적용된다. 건별 대출 기간은 두 달 정도로 짧아도, 판매 채널로서 플랫폼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출도 연중 반복되는 만큼 입점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이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조업 대기업 중에서는 동반성장 협약 대출 등을 통해 협력기업이 무이자로 대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면서도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입점업체들의 선정산 대출 이자를 분담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커머스업체가 소비자가 결제한 대금을 카드사 등으로부터 받아서 활용하다가, 두 달 뒤나 입주업체에 주는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커머스 측이 두 달이 넘게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정기예금 등에 넣어만 둬도 이자를 챙길 수 있는 비정상적 거래 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위메프·티몬 사태처럼 모기업 지원 등 지연된 정산대금이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한다.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이 미뤄지면서 선정산 대출을 받은 이들 플랫폼 입점업체는 당장 원금·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5일 티몬·위메프 관련 선정산 대출의 만기가 도래했고, SC제일은행에서도 앞서 이달 중순쯤부터 관련 선정산 대출의 미정산(미상환)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
은행권은 해당 대출 건을 바로 연체 처리하지 않고, 만기를 미뤄주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은 위메프·티몬과 거래하며 선정산 대출을 받고 만기를 맞은 업체들에 대출금 기한 연장과 원리금 상한 유예, 이자율 인하 등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도 26일 15개 국내은행 부행장을 불러 관련 선정산 대출 업체에 대한 지원을 주문했다. 이커머스 입점업체 선정산 대출을 취급하는 3개 은행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은행, 은행연합회 등과 함께 29일 금융당국이 주재하는 위메프·티몬 피해업체 대책 회의에도 참여한다.
한편, 위메프·티몬의 모기업 큐텐그룹 전체에 대한 주요 금융그룹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미미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티몬의 글로벌 발행 교환사채를 대상으로 투자한 펀드(총 1800억원 규모)에 신한캐피탈이 150억원을 출자한 사례가 5대 금융그룹의 관련 익스포저로서는 거의 유일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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