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탄다더니, 그랜저 진짜 망했다?…“아빠는 그래도 좋더라” [세상만車]
SUV 대세에 그랜저 ‘굴욕’
50대 이상 男 선호도 높아
그랜저-X세대 ‘운명공동체’
요즘 그랜저가 예전 같지는 못합니다. 예상은 했습니다. 2020년대 들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대세가 되면서 세단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였기 때문이죠.
‘성공하면 타는 세단’ 대명사인 그랜저도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022년에 SUV 대표주자인 기아 쏘렌토가 1위를 차지하면서 “그랜저 망했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그랜저가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하면서 “망했다”가 무안해졌는데, 올해에는 쏘렌토에 완전히 밀리면서 다시 “망했다”가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초 생산 이슈 때문에 판매에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차이가 너무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는 1위 탈환이 쉽지 않을 것같습니다. 쏘나타에 이어 그랜저가 오랫동안 차지했던 아빠차 타이틀도 넘겨줘야 합니다.
그래도 그랜저의 존재가치는 여전합니다. 쏘렌토에 치였지만 여전히 세단 대표주자로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아빠들 덕분입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국산차 5개사 등이 발표한 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봤습니다.
그랜저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넘사벽’(넘기 어려운 사차원의 벽)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덩달아 아반떼와 쏘나타에 이어 국민차 자리도 차지했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SUV 대세에 힘입은 쏘렌토에 일격을 당해 2위로 밀려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판매대수는 11만4298대로 전년보다 76.6% 증가했죠. 국내 판매 차종 중 유일하게 1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기아 쏘렌토는 8만4410대로 2위, 기아 카니발은 7만833대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아빠 세대에 해당하는 40~60대의 전폭적 지지가 1위 탈환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50대 선호 1위 차종은 그랜저(2만7530대)였습니다. 2위 쏘렌토(1만8325대)보다 1만대 가량 더 구입했습니다.
60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랜저(1만7375대), 쏘렌토(1만1107대), 현대차 싼타페(9636대) 순이었습니다.
40대는 쏘렌토(1만6652대)를 가장 많이 샀습니다만, 그랜저(1만6260대)도 선호했습니다.
20~30대에서 그랜저는 판매 5위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쏘렌토는 30대에서는 스포티지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판매 10위까지 알아보면 쏘렌토는 20대에서는 9위를 기록했지만 그랜저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그랜저가 굴욕을 당했지만 망한 것은 아닙니다. 전체 1위는 놓쳤지만 세단 1위 자리는 지켰습니다.
50~60대 남성도 SUV를 선호했지만 ‘세단은 역시 그랜저’라며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동안 개인 구매자들이 가장 많이 산 차종은 쏘렌토(4만9588대)였습니다.
카니발(4만4868대), 싼타페(3만9765대), 스포티지(3만9299대), 그랜저(3만3370대)가 그 다음이었죠.
연령대별 1위 차종을 살펴보면 20대는 스포티지, 30대는 쏘렌토, 40대는 카니발, 50~60대는 쏘렌토로 분석됐습니다.
그랜저는 50~60대가 가장 선호하는 세단이었습니다. 50대에선 쏘렌토, 싼타페, 스포티지 다음으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50대 남성 구입 순위에서 3위를 기록한 게 세단 1위에 큰 힘이 됐습니다.
60대에서도 톱5에 포함됐습니다. 쏘렌토, 싼타페, 스포티지, 투싼 다음이었죠. 60대 남성 구입 순위에서도 그랜저는 전체 5위, 세단 1위를 기록했습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넘사벽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중고차 거래 톱10에 그랜저는 3개 차종이 포함됐습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 높은 경차를 제외하고 다른 차종들을 모두 이겼습니다.
그랜저 HG(2만438대)는 모닝(2만3201대)과 쉐보레 스파크(2만449대)에 이어 3위를 달성했습니다.
그랜저 IG(1만5112대)는 4위, 뉴 그랜저 IG(1만2683대)는 7위를 기록했습니다. 쏘렌토는 순위에 들지 못했습니다. 카니발은 8위에 그쳤죠.
역사상 가장 부유하다는 ‘X세대’(1970~1980년에 태어난 세대)의 지지 덕분입니다.
X세대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관심 대상입니다. 인구도 많은데다, 왕성한 경제활동을 펼쳐 소득 수준도 높기 때문이라고 하죠.
통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950년대생은 603만명(11.7%), 1960년대생은 851만명(16.5%), 1970년대생은 828만명(16.1%), 1980년대생은 705만명(13.7%), 1990년대생은 679만명(13.2%)으로 집계됐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인 1960년대생(1960~1969년생)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1970년대생(1970년~1979년생)입니다.
1970년대생 대부분은 아직 왕성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1960년대생 상당수는 은퇴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소득과 소비도 X세대가 주축인 50대가 가장 높았습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636만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40대는 632만원, 40세 미만은 473만원, 60세 이상은 365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월평균 가계지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40대가 508만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50대는 493만원, 40세 미만은 362만원, 60세 이상은 267만원으로 나왔습니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나쁜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기려는 심리 현상을 뜻합니다.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생존 본능 가운데 하나죠.
무드셀라 증후군은 개인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추억을 공유하는 특정 세대에 더 크게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는 특정 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마케팅에 효과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은 해당 세대가 막강한 경제력을 가졌을 때 무드셀라 증후군을 활용하는 마케팅을 적극 펼칩니다. 레트로(Retro)·뉴트로(Newtro) 마케팅이죠.
1986년 출시된 그랜저는 당시 초·중·고를 다닌 X세대가 선망하던 차였습니다. ‘성공하면 타는 차’로 여겨졌죠.
2019년 방영된 그랜저 CF에도 고등학생이 친구에게 “나중에 성공하면 뭐할꺼야”라고 묻자 철길 위를 지나가는 1세대 그랜저를 보고 “그랜저 사야지”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라떼 향수는 특정 계층이 소비한 상품을 구입하면 자신도 해당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파노플리(Panoplie) 효과와 결합했습니다.
현재 성공한 사람들만 타거나 부유했던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그랜저·쏘나타를 지금 사더라도 자신의 가치나 품격이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입니다.
그랜저는 제네시스 G80·G90에 밀리기는 했지만 현재도 ‘성공하면 타는 차’로 여겨집니다.
대기업 임원차로 인기를 끌면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보다 ‘성공 이미지’가 강해졌습니다.
물론 그랜저 위상이 예전 같지는 못합니다. 언젠가는 단종되겠죠. 아직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X세대와 ‘운명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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