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리그 축덕들이여, 극락이 너희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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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응원하는 구단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모두가 선망하는 1부 리그, 화려한 조명에 아랑곳없이 내세울 것 없는 나의 팀, 우리 동네,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공동체에 대한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러브 스토리다.
"레드같은 2부 리그 팬들은 외로운 존재들이에요. 그럼에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투쟁하면서 자신의 팀을 아끼고 사랑하는 게 존경스럽죠." '수카바티'는 극락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로 레드의 응원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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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응원하는 구단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경기를 볼 때나 팀 이야기를 할 때면 눈물을 쏟아 레미콘을 모는 건장한 40대인데도 그는 ‘캔디’라고 불린다. ‘최캔디’는 많은 이들이 “하찮게” 여기는 프로축구 2부 리그, 그 중에서도 연고팀을 서울에 뺏긴 에프시(FC)안양 서포터즈 레드 멤버다.
31일 개봉하는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은 에프시안양 서포터즈의 역사와 열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줄줄이 꿰도 국내 팀, 특히 2부 리그는 축구팬조차 관심 없는 문화에서 영화 초반 이들의 열정은 웃기고 괴상해 보인다.
영화를 만들기 전 나바루(나현우), 선호빈 감독 역시 2부 리그는커녕 1부 리그에도 관심 없는 ‘축알못’이었다. “3살 때부터 살던 안양에서 이사를 하게 됐어요. 기억할 것 하나 없는, 별것 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난다니 내가 안양에 대해서 아는 게 뭔가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우연히 레드를 만나게 됐죠.” 6개월 동안 안양 이곳저곳을 찍고 다니던 나바루 감독이 안양종합운동장을 지나다가 북적임에 끌려 우연히 경기를 보러 들어가면서 이 모든 게 시작됐다. “별 생각 없이 원정석에 앉았는데 맞은 편 서포터들의 뜨거운 반응이 경기보다 더 재밌는 거예요. 모든 게 사라지고 바뀌어버린 것 같던 안양에 유일하게 살아있는 게 이거구나 싶었죠.”
함께 사무실을 쓰며 작업을 돕던 선호빈 감독(‘비급 며느리’ 연출)이 “이거다” 무릎을 친 건 안양에서 연고지를 옮긴 에프시서울과 2012년 창단된 시민구단 에프시안양이 외다리에서 만난 2017년 에프에이(FA) 컵 32강전이었다. 레드의 상징이자 다른 팀 서포터즈를 압도했던 홍염(연막탄)을 든 수백명의 서포터즈가 서울 상암경기장을 불바다처럼 만들어 축구 역사에 박제된 장면을 보고 선 감독은 나 감독에게 전화했다. “우리 선댄스(영화제) 갈 수 있어!”
2019년부터 동영상 자료들을 수집하고 레드 주요 구성원과 축구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며 영화를 완성해나갔다. 선수와 관계자 섭외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팬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연고지를 바꾼 사람들이 아직도 한국 축구를 좌지우지하고 있고 다른 이들은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니까요. 겁나서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시는 분들은 오히려 고맙더라고요.”(선호빈)
영화에는 연고팀을 뺏겨 울분에 찬 레드가 “내 팀을 가지고 싶다”는 열망으로 안양 구단을 만들기 위해 벌인 투쟁도 담았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꿋꿋하게 외치는 “내 팀”에 대한 사랑과 열망을 보노라면 처음엔 우습게만 느껴졌던 이들의 진심이 관객의 마음을 뻐근하게 만든다. ‘수카바티’는 단순한 축구팬의 축구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가 선망하는 1부 리그, 화려한 조명에 아랑곳없이 내세울 것 없는 나의 팀, 우리 동네,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공동체에 대한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러브 스토리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 다큐 두 편을 만들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나 감독은 영화를 그만 둘 생각이었다고 한다. “내 인생이 2부 리그, 아니 7부 리그, 8부 리그에 놓여있는 느낌이었어요. 레드를 만나면서 7부, 8부 리그의 삶도 존재 이유가, 응원받을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선호빈 감독은 레드의 응원을 “아름다운 아수라장”이라고 하면서 팬들에 대한 케이(K)리그의 냉대를 아쉬워했다. “레드같은 2부 리그 팬들은 외로운 존재들이에요. 그럼에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투쟁하면서 자신의 팀을 아끼고 사랑하는 게 존경스럽죠.” ‘수카바티’는 극락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로 레드의 응원구호다. 극락은 불교적 의미를 품은 안양의 뜻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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