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금감원 직원들이 속앓았던 문제의 두산…해외BW 산 집단이
[편집자주] 두산그룹이 추진중인 지배구조 재편작업에 말이 많다. 전체 기업가치를 올리는 밸류업이 아니라 외부주주들의 권익을 최대주주의 이익으로 돌리는 밸류 디스카운트 방식이라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온다. 기업에선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장기적 가치가 향상된다는 입장이지만, 최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재력이 다르듯, 투자 캘린더도 같을 수는 없다. 현행법 테두리에서 발생하는 불합리를 편법이라고 한다. 두산이 택할 시장과의 소통법은 무엇일까.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2002년 해외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유통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소액주주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내용으로 한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바 있다.
당시 참여연대는 두산이 1999년 7월 내놓은 BW발행 공시에서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내용의 리픽싱(행사가격조정)조항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리픽싱 조항의 골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행사가격이 하향조정되지만, 주가가 상승할때는 행사가격이 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BW를 보유한 이들은 주가가 하락할수록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량이 늘어나 쉽게 지분을 늘릴 수 있다.
당초 두산은 해외BW발행 목적에 대해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시장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혜택이 많은 BW를 만들어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면 회사채도 잘 팔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해당 BW는 박용곤, 박용오, 박용성 등 두산그룹 3세대들이 인수했고, 두달만에 박정원 당시 두산 상사BG부문 사장을 비롯해 두산그룹 4세대 20여명이 전체의 68%를 보유하게됐다.
문제가 발생한 건 BW발행과 함께 두산이 자사주 약 91만주를 장내에서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BW 행사가격이 낮아지면서, 이를 통해 두산그룹 일가가 지분을 늘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알려졌다. 회사의 자사주 처분은 주가하락과 연결될 수 있는 이슈였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이슈가 됐다.
BW발행 당시 주가는 약 4만원대를 유지했지만, 이후 자사주처분과 업황둔화 등이 겹치며 주가는 9000원대로 붕괴됐다. 리픽싱조항에따라 BW 행사가격은 5만100원에서 80% 가량 할인된 9460원으로 떨어졌다. 지배주주일가가 인수할 수 있는 두산 보통주는 3년만에 160만주에서 1000만주로 6배 가까이 불어났다.
한편 같은 해 KDI(한국개발연구원)는 보고서를 통해 두산이 지배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실제 지분에 비해 의결권을 과다하게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산의 총수 일가 지분은 20%에 불과하지만, 지배권은 50%가 넘어 기업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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