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티몬과 머지포인트, 끊지 못한 악순환의 고리 [視리즈]
위메프‧티몬 사태 어디까지➋
위메프·티몬 정산대금 지급 지연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로 불려
환불 대란 불러온 머지와 위메프
3년 전 머지 사태는 왜 터졌을까
# 우리는 視리즈 '위메프‧티몬 사태 어디까지' 1편에서 셀러(seller)와 소비자 사이에서 정거장 역할을 하는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티몬이 왜 '결제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는지를 살펴봤다.
# 셀러가 제공한 제품을 정거장(플랫폼)에 올려주고, 소비자로부터 받은 돈(결제금)을 셀러에게 돌려주면 그만인 이 단순한 사업에서 '미지급 사태'가 터진 이유는 간단하다. 두 업체가 셀러에게 돈을 제때 주지 않는 '사후정산'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공교롭게도 우리 사회는 2021년에도 비슷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다름 아닌 머지포인트 사태다. 많은 언론에서 위메프‧티몬 사태와 머지포인트 파동을 함께 다루는 이유다. '위메프‧티몬 사태 어디까지' 2편에서 이 이야기를 다뤘다. 3편에선 금융당국의 대응 방식과 피해자 구제 문제를 다뤄볼 계획이다.
지난 7월 25일과 26일. 2000여명이 넘는 소비자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위메프와 티몬 본사로 몰려들었다.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2도를 넘는 폭염이 이틀째 이어졌지만 소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운 날씨보다는 내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셀러(seller) 정산금 미지급 사태에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환불을 받기 위해 본사를 방문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중엔 소비자도 있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는 환불을 받고, 환불해 주겠다는 회사의 말을 믿고 돌아간 이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분노한 소비자들이 본사를 점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체 측은 '정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셀러와 소비자는 불안하기만 하다. 특히 셀러가 걱정이다. 두 플랫폼에 상품을 제공한 셀러들이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줄도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머지포인트가 뭐기에 소환된 걸까. 시계추를 2021년 8월로 돌려보자.
■ 2021년 여름 = 그해 8월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주택가 일대에 수백명의 사람이 몰리면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한 건물에서 시작한 긴 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로변을 거쳐 주택가 골목까지 이어졌다. 줄을 선 사람들을 취재하려는 방송사까지 출동하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치솟았지만 사람들은 더위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잘못했다간 피 같은 돈을 날릴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날은 2021년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진 날이다.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를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던 머지포인트는 이렇게 무너졌다.
■ 빈수레 머지포인트 = 머지포인트는 일종의 상품권 판매 플랫폼이었다. 이 회사가 소비자의 관심을 받은 건 일종의 '머니'를 판매하면서다. 머지포인트는 20% 할인한 가격으로 포인트 형식의 '머지머니'를 판매했고, 소비자는 이를 구매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했다. 10만원어치 포인트를 8만원에 판매했으니 소비자는 이를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머지포인트의 인기에 가맹점은 2만여개까지 늘어났다.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는 소비자가 구매한 포인트를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추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지급한 돈을 가맹점에 늦게 전달한 셈이다. 이때의 가맹점과 위메프‧티몬 셀러의 상황이 비슷하다. [※ 참고: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방식은 7월 26일 출고한 '돈 못 받은 티몬 셀러의 공포, 머지 사태 '불편한 오버랩' 기사에서 자세히 다뤘다.]
20%라는 높은 할인율 탓에 머지포인트를 쌓아둔 소비자들은 수없이 많았다. 실제로 머지포인트의 GMM(총 상품 판매액)은 2019년 127억원에서 2021년(7월 기준) 211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머지포인트 이용 고객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머지포인트가 무너지는 덴 2주도 걸리지 않았다. 폭풍은 금융당국이 머지포인트에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할 것을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소비자로부터 돈을 먼저 받고 포인트를 제공하는 선불전자지급 수단 발행업을 영위'하려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머지포인트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자, 불안함을 느낀 소비자들의 '환불 사태'가 이어졌다. 이른바 '머지런'이었는데, 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됐다. 대규모 환불로 머지포인트의 정산이 늦어지면서 그 피해가 가맹점으로 확산했다. 머지포인트가 가맹점에 정산하려면 '소비자의 포인트'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 제2의 머지사태 = 어떤가. 이번에 터진 위메프‧티몬 미정산 사태와 비슷해 보이지 않은가. 소비자의 돈으로 대금을 정산하는 '돌려막기' 구조, 대규모 환불 사태까지 두 사건은 닮아 구석이 너무 많다.
당시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니플러스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는 점도 지금과 똑같다. 당시 머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19년 –56억원에서 2021년 –380억원으로 악화했지만, 이들은 마치 '동앗줄'과 같던 20% 무제한 할인이란 영업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머지포인트 사태는 어떻게 결론 났을까. 당시 돈을 돌려받지 못했던 소비자들은 구제받았을까. 위메프와 티몬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셀러들은 어떻게 될까. 정부는 이른바 '폰지사기'의 대응책을 얼마나 잘 만들어놨을까. 이 이야기는 3편에서 이어나가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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