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서 조선인 노동 알기 힘들어…사실부터 기록해 알려야"
"세계유산이라면 어두운 면도 소개해야…추도식으로 한일 기억 공유 기대"
(니가타[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많은 조선인이 사도 광산에 왔다고 하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전혀 적혀 있지 않아요. 사실상 방치된 곳이 많죠.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역사적 사실을 담담히 적는 것입니다."
한일관계를 연구하는 요시자와 후미토시 니가타국제정보대 교수는 지난 27일 니가타현 니가타시에서 만난 연합뉴스 기자에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도 광산의 향후 과제는 무엇보다 "현장에 사실을 기록해 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도 광산에는 '조선인이 모집돼 왔고 돌아갔다'는 내용 외에는 조선인 강제노동에 관한 기록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사실을 적게 된다면 한걸음 전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사도 광산은 너무 관광지처럼 꾸며져 있다"며 "방문객 대부분은 광산에서 조선인이 일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사도 광산은 니가타시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남짓 가야 하는 사도섬에 있다. 사도섬 항구에서 다시 자동차로 50분쯤 이동해야 광산에 닿는다.
한일 학자들이 각종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사도 광산에는 조선인 약 1천500명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일했다.
일본은 애초에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유산 시기를 에도시대가 중심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역 시기가 포함된 근대를 배제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 요구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권고를 받아들여 사도 광산의 근대까지 아우르는 '전체 역사'를 현지에서 설명하기로 했다.
일본은 28일 사도 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을 소개한 새로운 전시 공간을 공개하고, 올해부터 매년 노동자 추도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내놓은 이러한 조치가 2015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낫다고 평가했다. 이 유산에는 이른바 '군함도'로 알려진 나가사키현 '하시마 탄광'이 포함됐다.
일본은 메이지 산업혁명유산 전시 시설을 현지가 아닌 도쿄에 지었고, 내부에는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정하는 자료가 많아 지금까지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요시자와 교수는 "도쿄 산업혁명유산 전시관을 둘러보면 조선인도 대만인도 모두 행복했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있다"며 "적어도 사도 광산 전시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사도 광산 건에서는 평화 확산에 공헌한다는 유네스코 정신과 마주하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에 대한 일본 정부 대응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비교하면 후퇴하고 있다"며 "일본은 한국과 사도 광산 문제를 합의한 것을 계기로 역사 인식을 무라야마 담화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당시 담화에서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아시아 사람들에게 손해와 고통을 준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반성하면서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밝혔다.
조선인 노동 전시에 대해 일본 보수 세력이 반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시를 직접 보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로 "강제 연행이나 강제 동원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고, 역사적 사실만 기록했기에 부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시자와 교수는 추도식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행사가 열리면 한국인 유족도 오고 일본인도 모여 사도 광산이 어떤 곳이었다는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이 사도 광산 역사를 잘 모르는 편"이라면서 "추도식을 개최하면 광산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되고 관심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시자와 교수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면 역사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도 남겨야 가치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체 역사를 이해하려면 사도 광산을 소유한 업체가 보유한 미공개 자료도 공개돼야 합니다. 이는 일본의 역사를 밝힌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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