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데 웃겨”…해리스 코코넛·브랫 밈, 美Z세대한테 통했네
'진보적' 해리스, 젊은 유권자 관심 유도
밈 의존은 경계…중요 메시지 관심 분산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오는 11월 미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민주당 새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소셜미디어(SNS)에 쏟아지고 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Z세대를 대상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실제 해리스 부통령의 득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회의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해리스, 어떻게 밈통령 됐나
이른바 ‘코코넛 밈’이 대표적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진행한 히스패닉계 미국인을 위한 교육 및 경제적 기회 창출 관련 연설에서 “어머니는 ‘젊은이들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너희들이 그냥 코코넛 나무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니?’라고 말씀하셨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의 발언은 젊은 세대가 기존 세대와 연결돼 있다는 내용이나 이후 해리스 부통령의 갑작스러운 웃음이 부각되는 영상이 다양한 밈으로 제작돼 온라인에서 퍼졌다.
코코넛은 미국에서 아프리카계·아시아계 미국인을 지칭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코넛처럼 겉은 갈색이지만 속은 하얀, 즉 피부색은 어둡지만 정체성은 미국인인 경우를 뜻한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인도계 흑인이다.
당초 해당 밈은 해리스 부통령을 조롱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새 대선 후보로 부상하면서 지지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의미가 달라졌다.
앤트후안 시라이트 민주당 전략가는 “젊은 유권자들은 해리스 캠프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확실히 이전에 없었던 에너지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30세 미만 유권자 56% 해리스 지지
틱톡의 월간 미국 이용자 수는 1억7000만명으로, 그중 대부분이 18~27세다.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도 젊은 유권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다. 이에 이 같은 분위기가 실질적인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유권자 등록 비영리 단체인 보트(Vote)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포기를 결정한 후 이틀 동안 4만명의 새로운 유권자가 단체에 등록했다면서, 18~34세 유권자가 이중 83%였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기후 변화, 학자금 부채 탕감 등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보다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으로 꼽히는 낙태권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줄곧 옹호해 왔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등 젊은 팝 가수들 역시 SNS를 통해 지지를 표명하면서 해리스 캠프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미 방송 CNN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기존 두 후보 모두 Z세대의 조부모보다 나이가 많아 Z세대에게 다가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조부모 보다는) 부모님 나이에 가까워 Z세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CNN은 설명했다.
실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22~24일 등록 유권자 1142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해 25일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3%포인트)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30세 미만 유권자들로부터 56%의 지지를 얻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30세 미만 유권자는 38%에 그쳤다.
코코넛, ‘브랫’ 밈이 투표를 통한 지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SNS가 기금 모금과 인지도 제고에 효과적인 도구인 것은 맞으나 유권자의 실질적인 움직임은 SNS 상의 인기와는 별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틱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인 캘리포니아주의 케이티 포터 민주당 하원의원을 예로 들었다. 포터 의원은 50만명의 팔로워를 자랑하고, 3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포터 의원은 지난 3월 연방 상원의원 예비선거에서 패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폭동 이후 계정이 정지되기 전까지 페이스북에서 34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았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은 유권자 확보에 일부 도움이 됐을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고 SNS 이용자의 정치적 견해를 바꾸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지나치게 밈에 의존하면 정책 등 보다 중요한 메시지에 대한 주의가 분산될 위험이 있다. 브랜드 전략 회사 블랭크의 니키타 왈리아 창립자는 “밈을 너무 많이 활용하다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해리스 캠프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밈이 선거 운동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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