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남기지 않은 자의 눈물과 미소, 이게 올림픽이다[파리올림픽]
그저 아쉬움의 눈물인 줄 알았다. 한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 ‘맏언니’ 강영미(39·광주서구청)는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32강에서 넬리 디페르트(에스토니아)에게 13-14로 졌다. 강영미는 이날 세계랭킹에서 우위인 디페르트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조금씩 밀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17초를 남겨두곤 기어이 13-13 동점을 만들었다. 비록 연장전에서 패했지만, 그랑팔레를 메운 관중들은 아쉬워하는 강영미에게 박수를 보냈다.
강영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했다. 한국식 나이론 이미 불혹이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올림픽을 준비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강영미는 한국이 여자 에페 단체전 강호로 우뚝 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이번엔 개인전에도 내심 욕심을 냈다. 꼭 메달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었다. 결과는 32강 탈락,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강영미는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경기 내용 중에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최선을 다해 즐겼다”며 “잘 즐겼는데 승리하지 못해서 눈물이 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피스트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강영미는 눈물을 보인 것과 별개로 어딘가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는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후회 없이 뛰려고 했다”며 “지금 흐르는 눈물은 후회 없이 뛰었기 때문에 나는 눈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강영미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 선수가 또 있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 ‘맏형’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도 남자 사브르 개인전 32강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에게 8-15로 패했다. 유독 올림픽 개인전 메달과 인연이 없던 구본길은 ‘라스트 댄스’를 선언한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첫 메달에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누구보다 아쉬움이 클 법한데 믹스트존에 들어온 구본길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개인전은 끝끝내 안주네”라며 혼잣말을 하면서도 “이전 세 번의 올림픽과 비교하면 덜 후회된다. 이때까지 준비하고 생각한 것을 한계까지 다 했다”고 말했다.
개인전 일정을 마무리한 두 베테랑의 시선은 단체전으로 향했다. 여자 에페와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한국이 기대하는 메달 종목이다. 강영미는 “개인전을 통해 단체전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는 구본길은 “개인전에 대한 욕심도 물론 있었지만, 단체전을 목표로 두고 파리에 왔다”며 “제가 흔들리면 후배들이 흔들릴 수 있어서 끝난 시합은 빨리 잊고 단체전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선을 다한 강영미와 구본길은 탈락의 아쉬움을 미련 없이 털어냈다. 후회를 남기지 않은 자의 눈물과 미소, 올림픽은 바로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축제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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