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살 걸 그랬나" 어느새 900원대…엔화 왜 달라졌나
일본 엔화 가치가 요동치고 있다. 이달 초 달러를 상대로 3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더니 3주 만에 6% 넘게 뛰었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변곡점에 다다랐다는 전망 속에 엔화 매도 흐름에 급제동이 걸리면서다. 엔화가 바닥을 쳤단 관측이 번지는 가운데 일각선 엔화 랠리가 여전히 취약하단 지적이 맞선다. 투자자들은 엔화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주중 열리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엔화 가치는 미일 금리 격차가 조만간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 속에 하락 일로였다. 시장 흐름이 바뀐 건 11일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3%를 기록, 3년 사이 최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한 터라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여건이 조성됐단 전망이 번졌다. 일각선 당장 30~3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단 관측까지 제기되며 엔화가 급등세를 탔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엔저를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도 엔화 상승을 부채질했다.
엔화 오름세엔 일본은행의 긴축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도 힘을 더했다. 일본은행은 30~31일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여는데, 이때 구체적으로 국채 매입 축소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본격 논의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엔저로 인한 경제적 역풍을 지적하며 금리 인상을 압박하던 터다. 일본 집권 자민당 2인자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22일 "단계적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금리 차이가 좁혀지는 분위기가 환율을 움직인 셈이다.
25일(현지시간) 공개된 2분기 미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연율 2.8%를 기록, 시장 예상치인 2.1%를 훌쩍 웃돌면서 엔화 상승세엔 일단 급제동이 걸린 상태다.
26일 발표된 도쿄도 지역의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2% 상승했으나 변동성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1.1% 상승에 그쳤다. 도쿄도 지역의 소비자물가가 전국의 선행지표임을 고려할 때 일본의 조기 금리 인상은 사실상 어렵단 평가다. 우에노 야스야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를 통해 "일본은행이 주장하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실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0.5% 상승에 불과했다"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주장엔 역풍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중 회의 결과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축소 계획이 너무 점진적이란 평가가 나온다면 엔화는 다시 급격한 약세 흐름을 탈 수 있다. ATFX글로벌마켓의 트레이더인 닉 트위데일은 "일본은행이 긴축 정책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파티를 망치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서 "앞서 엔화 약세를 부추겼던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이번 주 회의에서 9월 금리 인하를 확실하게 시사할지도 확인할 부분이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100% 확신한다. 삭소캐피탈마켓의 차루 차나나 통화 전략가는 연준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미국의 경제 지표가 불을 뿜으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후퇴할 경우 엔/달러 환율은 다시 160엔을 시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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