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이응복 감독 "아포칼립스물은 확장하면 망해, 그런데도 했던 이유" [인터뷰M]

김경희 2024. 7. 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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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K크리처물을 알리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스위트홈'의 세 시즌을 마무리 지은 이응복 감독을 만났다. 욕망에서 탄생하는 괴물로 K-크리처물의 시작을 알린 시즌1, 장기화된 괴물화 사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조명하며 세계관을 확장한 시즌2에 이어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은 지난 7월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응복 감독을 만나기 전 '스위트홈'의 시즌3을 보며 궁금증이 많았다. 세계관부터 캐릭터들에 대한 의문까지, 제작자에게 직접 듣고 싶은 설명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궁금증을 예상했는지 이응복 감독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허심탄회하게 하나하나 답변을 했다.

가장 먼저 궁금한 건 세계관이었다. 시즌1에서 보여줬던, 아무 이유 없이 욕망 때문에 괴물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즌 2,3을 거치며 어떻게 신인류까지 가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감독은 "이유 없이 괴물이 된 사람들은 고치가 되고, 괴물의 욕망을 소진 한 뒤 고치에서 깨어나 신인류가 된다. 감정이 없는 신인류가 된 이후 가족이나 연인 등의 관계에서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런 질문을 던지고 인간성을 되돌아보자는 것"이라며 시즌 2,3을 관통하는 세계관을 설명했다.

왜?라는 질문에 대해 "장르의 룰"이라고 답한 이응복 감독은 "저로서는 설명이 충분했다고 여기는 부분을 어떤 시청자는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유지하며 가려했던 전략인데 기본적으로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 시청자의 상상력을 뺐는 것이라 생각했다. 원작에서도 많이 알려진 부분이라 인간-괴물-고치-신인류의 세계관을 살짝 관가 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라며 '스위트홈'의 기본 설정을 이야기했다.

시즌2,3을 한 번에 촬영했던 이응복 감독은 "시즌 2는 흩어져서 괴물화 사태에 대한 미스터리를 쌓아가는 과정, 시즌3은 미스터리가 풀리고 스타디움으로 귀환하며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인물들의 감정에 포인트를 줬다."며 연출의 포인트를 밝혔다.

그러며 "동양적인 사상을 넣으려 했다. 인간이 괴물이 되고 고치가 되고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는 게 원작의 설정인데 이걸 불교적인 느낌으로 해석했다. 서양의 흐름과 달리 동양의 정서를 넣으려 했다. 후반부 상욱이 귀환하는 것도 윤회적인 의미"라며 작품 전체에 녹아있는 메타포를 드러냈다.

동양적인, 불교 철학이 담겨 있다는 해석을 듣고 보니 괴물화를 해결하는 등장인물들의 방식도 쉽게 납득이 되었다. "현수가 괴물이 되지 않은 이유도 스스로의 마음이었다. 상욱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튀어나와 내면의 악당을 물려내는 과정도 마음 다스림이었다. 이런 설정은 전체 주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며 이응복 감독은 "자기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건 인간애라 생각한다. 사람들의 충돌이 결국 인간애로 모아지는 과정"을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 것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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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이런 생각은 현수의 서사에서도 드러났다. 세상이 망하기 전 죽기로 결심했지만 괴물화 사태로 인해 죽지 못한 현수였다. "살기 싫었던 아이가 인류를 구원하게 되는 이야기다. 살기 싫었는데 은유를 만났고 은유 때문에 세상을 구하게 되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어 이제는 현수가 신인류가 되어 감정을 잃은 은유를 구원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며 시즌2,3이 현수-은유 중심의 서사로 꾸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이들의 서사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설명했다.

사람-괴물-고치-신인류로 이어지는 세계관이라는 정리를 듣고 나니 많은 의문점들이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세계관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그린홈'을 벗어나 스타디움으로 배경을 확장시키며 많은 새로운 등장인물을 투입시켜야 했냐는 질문은 계속 남아 있었다.

감독은 "시즌1과 동일한 세계관이다. 세계관이 바뀐 건 아니다. 다만 플레이그라운드가 확장되었을 뿐이다. 원작자인 김칸비 작가도 '원작에서도 그린홈 밖으로 나오고 싶었는데 제작비 이슈가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신인류, MH, 아이 등의 캐릭터들이 한 공간 안에 있으면 이상하니까 필연적으로 아포칼립스 느낌을 구현해야 했다. 아포칼립스를 구현하려면 수호대가 등장해야 했고 새 주민이 필요했다."라며 까마귀 부대와 스타디움의 생존자 무리의 등장은 꼭 필요했던 요소임였다고 답했다.

"시청자들이 혼란했던 이유는 시즌1의 주요 인물이 시즌2에 등장하지 않아서라 생각한다. 그런데 새로운 인물을 팔로우하다 보면 세계관의 요소인 괴물, MH, 신인류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이응복 감독은 "저 역시도 그린홈에서의 소중한 캐릭터가 없어지는 게 아쉬웠다. 여러 고민을 했지만 아포칼립스의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피날레가 각인되고 공감되도록 연출했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애정하고 아쉬워할 줄은 몰랐다."며 윤지수를 연기한 박규영이나 왕호상을 연기한 현봉식, 지반장을 연기한 김신록, 오준일을 연기한 김동영 등의 배우들이 죽음으로 연출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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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복 감독은 "아포칼립스의 경우 무조건 확장하면 망한다는 건 알고 있다. 확장의 뜻을 가지고 만든 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즌1의 미덕이 시즌2에서 많이 희석되는 게 있는데 시즌1의 미덕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도 중요하다. 그린홈에서 시즌2,3이 펼쳐진다면 잘 해냈을 것. 그런데 그린홈을 벗어나 새로운 과정의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 이야기는 시추에이션물(병원물이나 법정물같이 에피소드만 바뀌고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동일한 장르)이 아니다. 처음에 새로운 멘션을 짓고 그린홈처럼 기획했더니 시즌1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더라. 비슷한 흐름의 이야기를 누가 봐줄까 싶어 고민하다 보니 새 인물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반복과 변주가 중요했다. 시즌1과 똑같은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더 욕먹었을 것."이라며 시즌2,3으로 확장하는 방향성에 있어 할 수 있는 모든 고민을 해봤음을 고백했다.

크리처물임을 감안하더라도 유난히 잔혹한 장면이 많았던 시즌2,3이었다. 이에 대해 이응복 감독은 "제일 큰 의도는 현실감이었다. 진짜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는 표정으로 찔리거나 다치는 걸 보여줬다면 지금은 더 무서워진 환경 안에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공포감을 시청자가 같이 느낄 수 있게 가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괴물화된 사태가 이미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그 상황이 편하다는 인상을 줄 수 없었다. 더욱 공포가 극도로 치닫아야 했다. 그래서 더 고어적인 부분이 강조되었다. "며 의도를 밝혔다.

그는 "외국의 크리처물은 훨씬 더 잔혹한데 그거보다는 수위를 조절했다. 넷플릭스 측에서도 그런 장면을 더 짧게 해달라고 요청하더라."라며 나름대로 수위와 분량이 조절된 것임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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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시리즈를 통해 송강-고민시-이도현이라는 쟁쟁한 스타를 발굴해 냈다. 이응복 감독은 "처음부터 너무 잘해서 이들이 잘될 줄 알았다. 현장에서 태도도 너무 좋은 배우들이었다. 시즌1은 한 세트에서 다 찍었기 때문에 엄청 협동심도 있었고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서 그게 그들의 자산이 된 것 같다. 다른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걸 보니 뿌듯했다."며 이들의 성공을 시작부터 예감했다고 했다.

신인을 스타로 키워냈으니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드냐는 말에 그는 "아버지라기보다 팬으로 손뼉 쳐주고 싶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용돈을 줘야 하는데, 지금은 제가 용돈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진심 어린 농담을 했다.

이응복 감독은 "드라마가 소비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단번에 봐줬으면 하는 작품도 있는가 하면 두고두고 봐줬으면 하는 작품도 있다. 아직 '스위트홈'에 대한 평가는 계속되고 있다. 뒤늦게 이 드라마를 편하게 볼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드라마가 가진 의미와 재미를 다시 곱씹어주면 좋겠다."라고 하며 여러 번 보면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며 관전포인트를 밝혔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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