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메카’ 육성 12년, 제주를 가다
정혜연 기자 2024. 7. 28. 09:01
여행객 “제주 온 김에 빌려” vs 도민 “호불호 극명, 구매는 글쎄…”
전기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여행객들은 대체로 "한번 경험 해보기 위해"라고 답했다. 제주도에 전기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이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서 온 50대 남성 김모 씨는 "제주는 전기차 충전소가 관공서나 마트, 쇼핑몰 등 곳곳에 있어서 충전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충전 앱을 깔면 근처에 어떤 충전소가 있는지, 급속·완속 충전기 대수와 현재 충전 가능 대수는 몇 대인지 다 뜨더라. 한 블로거가 제주는 충전 천국이라기에 마음이 동해서 빌려봤다"며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세간의 시선대로 제주도는 전기차의 메카로 꼽힌다. 제주도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제주의 미래 비전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Carbon Free Island·CFI 2030)'을 선언한 지 올해로 12년을 맞았다. 10여 년간 도는 제주를 지속 가능한 녹색섬으로 만들기 위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충전 인프라 구축 등으로 전기차 보급에 힘써 왔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제주 홈페이지에 올라온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도내 전기차는 자가용 3만677대, 영업용(렌터카·택시·버스·화물 등) 6328대, 관용 511대 등 총 3만7516대가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기, 서울, 인천, 부산에 이어 5번째다. 제주의 전체 등록 차량 41만2657대 가운데 9.09%가 전기차인 셈. 전기차 점유율만 놓고 보면 전국 평균인 2.32%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노형동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김모 씨는 보유 차량은 없다면서도 제주도민들이 전기차로 많이들 바꾸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최근 아는 형 서너 명이 보조금 1000만 원가량 받고 전기차로 바꿨다. 몇 년 전보다 보조금이 줄어서 아쉽다고 한다. 그래도 매일 차로 출근해도 한 달에 충전비가 4만 원가량 든다며 만족하더라. 집에 충전기가 없지만 회사에 충전기가 있어서 괜찮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그는 "부모님과 주변 어르신들은 아직까지 충전이 원활하지 않다는 소문 때문인지 휘발유 차를 고집하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기차 메카라고 하는 제주에서도 충전 문제 걱정만큼은 완벽히 들어낸 수준은 아닌 듯했다. 전력거래소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전기차 및 충전기 보급·이용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기 보급 대수는 누적 약 19만4081대다. 이 가운데 제주도에 설치된 공용 급속충전기는 1798대, 완속충전기는 4074대 등 총 5872대로 집계됐다. 그런데 충전기 한 대당 차량 비율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1.9대인 데 비해 제주도는 8.1대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다만 제주는 비공용(개인용) 완속충전기 1만5973대가 설치되는 등 개인 충전기를 보유한 전기차 차주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제주에는 개인 주택에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는 차주가 적지 않았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40대 최모 씨는 "전기차를 2대 구입하면서 집 마당에 비공용충전기를 200여만 원을 들여 설치했다"고 말했다. 집이 도심에서 떨어진 지역인 데다가 출퇴근하는 동선 안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아파트에 살면 충전 걱정이 덜하겠지만, 단독주택에 살면 충전기를 설치해 '집밥(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개인용 충전기를 지칭)'을 먹일 수 있어야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경차와 화물차를 전기차로 구입했는데 한 달 충전비가 5만 원 정도 나온다. 휘발유차 두 대를 몰 때에 비해 10분의 1로 줄어 몇 달 만에 충전기 설치비 본전을 뽑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제주의 전기차 증가율은 19.5%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증가율은 경남이 59.3%로 1위를 기록했고, 전남(57.3%)·부산(57%)·전북(55.5%)·울산(54.9%)·인천(53.9%) 등이 뒤를 이었다. 뒤늦게 전기차 도입에 적극 나선 지역이 늘면서 제주의 전기차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측면도 있다.
구체적 원인은 보조금에 있었다. 도에서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선 2010년대 중반, 전기차 1대를 구매하는 데 국비 1400만 원, 도비 700만 원, 충전기 설치 지원 400만 원 등 최대 25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당시 보조금을 파격적으로 지원한 덕에 제주도의 전기차 증가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부작용도 나타났다. 2017년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는 보조금을 받아 BMW i30 200대를 도입했다가 3년 만에 부도가 나면서 차량이 전부 경매에 부쳐졌다. 타 지역 중고차 업자들이 이 차량들을 헐값에 낙찰받아 가면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당시 도민들은 "남 좋은 일만 한 꼴"이라며 도에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해당 사건 직후 2022년 실태 파악을 위해 도에서 렌터카 현황을 조사했는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보조금이 투입된 전기차 4000여 대 가운데 2000여 대만 실제 운행되고 있었고, 나머지는 다른 지역에 매각되거나 수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제주도는 매년 전기 렌터카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1곳당 구입 차량도 50대로 제한했다.
보조금 규모도 대폭 삭감했다. 올해 제주도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액수는 승용차 최대 1050(국비 650+도비 400)만 원, 화물차 최대 1600(국비 1100+도비 500)만 원이다. 지원 규모도 총 3100대까지다. 인당 구입 대수도 개인은 승용차 1대, 화물차 1대까지, 법인과 개인사업자도 2대까지로 제한한다. 개인의 경우 승용차는 2년 내 2대 이상, 화물차는 5년 내 2대 이상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법인과 개인사업자는 3대 이상 구매 시 도비만 지원하지 않는 조건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전기차를 직접 운전하고자 하는 도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 조건을 세세하게 작성하고, 불합리한 부분이 없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제주 지역 한 일간지는 주차타워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불이 나 주차타워가 전소되는 사고 발생 이후 전기차 입고를 허가하지 않는 곳이 늘었다고 보도했다(제주의 소리, 3월 14일자, '제주 전기차 천국인데…주차금지에 차고지증명 거부까지'). 전기차는 배터리 화재 발생 시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순식간에 열이 800~1000도까지 올라가는데, 이 때문에 화재 진압이 어렵다. 특히 실내 주차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데다가 2차 피해 우려도 있어 차량이 전소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진압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당시 거주하는 오피스텔 관리실에서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는 바람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전기차 차주, 주거지에서 차고지 증명을 거부당한 차주 등이 소개되기도 했다.
1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도민 우려는 줄어든 분위기였다. 제주시 노형동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김모 씨는 "지난해 화재가 났던 전기차는 노후 차량이라고 들었다. 전기차 화재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라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요즘 나오는 신형 전기차는 화재 위험이 거의 없다고 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고깃집 앞 주차장에도 전기차 서너 대가 주차돼 있었다. 화재 우려로 전기차 주차가 불가하냐고 묻자 가게 직원은 "딱히 전기차라고 주차를 못 하게 막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제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건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6월 제주소방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차 화재 건수는 총 10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9년 1건, 2020년 1건, 2022년 5건, 2023년 3건이다. 제주도에 등록된 전기차가 총 3만7516대인 것을 감안하면 근소한 수치다.
건수는 적어도 피해 규모가 큰 탓에 제주는 전기차 화재 대비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제주소방서는 지난해 3월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데 특화된 이동식 소화수조를 도입했다. 이동식 소화수조는 전기차 주변에 물막이판을 설치해 배터리 높이까지 물을 채워 화재를 진압하는 장비다. 지난해 4월 제주소방서, 서귀포소방서에 배치됐던 2세트 외에 서부소방서와 동부소방서에도 이동식 소화수조 2세트를 추가 도입해 도내 모든 소방서에 소화수조가 배치됐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보조금 과잉 지급, 충전기 관리 문제 등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 도는 차근차근 탄소중립 제주를 실현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제주도청 혁신산업국 우주모빌리티과 이용석 주무관은 "사실 지금 제주도는 보급률이 예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보조금 규모를 동결한 데 이어 추가보조금을 발굴해 소상공인, 다자녀 등 대상자를 선별해 적극 지원하고, 노후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유도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전기차 동향에 대해 "도 차원에서 10년 넘게 추진해 왔고 전기차 보급률 10% 돌파를 눈앞에 둔 만큼 계속 노력하다 보면 탄소중립도 언젠가 달성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제주도는 또 하나의 비전을 선포했다. 2035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 사회 실현을 달성한다는 것. 5월 1일 한라수목원 잔디광장에서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을 열고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15년 이상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탄소중립을 가장 먼저 시작한 제주가 탄소중립 사회도 가장 먼저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 “렌트비 비싸지만 충전비 부담 적어, 장기 여행 시 적합”
● 전체 41만여 차량 중 전기차 9.09%, 점유율 전국 1위
● ‘충전 천국’ 제주, 쇼핑몰·관공서 등 충전기 ‘넉넉’
● 다만 제주도민은 ‘집밥’ 먹일 수 있어야 추천
● 올해도 전기차 3100대 최대 1050만 원까지 보조금 지원
●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전국 5위, 증가율은 ‘꼴찌’
● 화재 불안감에 공영주차장엔 화재질식소화포 설치
● 올해 ‘2035 넷제로 제주’ 비전 선포, 갈 길 멀어도…
"휴가차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3박4일 놀러 왔는데 렌터카 업체에서 전기차 대여료를 25% 할인해 줘서 빌려봤어요. 수원에서 서울로 몇 년째 장거리 출퇴근하다 보니 '전기차로 바꿔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번 기회에 경험해 보려고요. 일단 내부가 넓고 트렁크가 넉넉한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며칠째 내린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7월 초, 제주공항에서 셔틀버스로 10여 분 떨어진 렌터카 업체 쏘카에서 만난 40대 남성 박모 씨는 전기차 아이오닉5를 빌리게 된 경위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렌트 직전 휴대전화로 차량 앞뒤, 옆면의 사진을 꼼꼼하게 촬영하던 그는 "생각보다 괜찮네"라며 연신 감탄했다.
옆에 있던 아내 최모 씨는 "기름값이 비싸기도 하고, 사람들이 전기차가 의외로 괜찮다고 해서 빌렸다"며 "사흘간 충전비가 얼마나 나가는지, 한 번 완충하는 데 몇 시간 정도 걸리는지, 완충하면 몇㎞를 달릴 수 있는지 등 꼼꼼하게 체크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며칠째 내린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7월 초, 제주공항에서 셔틀버스로 10여 분 떨어진 렌터카 업체 쏘카에서 만난 40대 남성 박모 씨는 전기차 아이오닉5를 빌리게 된 경위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렌트 직전 휴대전화로 차량 앞뒤, 옆면의 사진을 꼼꼼하게 촬영하던 그는 "생각보다 괜찮네"라며 연신 감탄했다.
옆에 있던 아내 최모 씨는 "기름값이 비싸기도 하고, 사람들이 전기차가 의외로 괜찮다고 해서 빌렸다"며 "사흘간 충전비가 얼마나 나가는지, 한 번 완충하는 데 몇 시간 정도 걸리는지, 완충하면 몇㎞를 달릴 수 있는지 등 꼼꼼하게 체크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택 이유? 제주는 전기차 천국이니까"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제주도의 전기차 현황과 충전 인프라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오전 10시쯤,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렌터카 업체 쏘카에는 국산 전기차 20여 대가 주차돼 있었다. 주차장 펜스에 충전기가 빼곡히 설치돼 있는데, 그 앞쪽 자리는 전부 전기차 차지였다. 차종은 경차부터 승합차까지 다양했다. 친구, 부부, 가족 단위 등 차를 빌리러 온 여행객들은 저마다 대여 차량에 짐을 싣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기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여행객들은 대체로 "한번 경험 해보기 위해"라고 답했다. 제주도에 전기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이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서 온 50대 남성 김모 씨는 "제주는 전기차 충전소가 관공서나 마트, 쇼핑몰 등 곳곳에 있어서 충전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충전 앱을 깔면 근처에 어떤 충전소가 있는지, 급속·완속 충전기 대수와 현재 충전 가능 대수는 몇 대인지 다 뜨더라. 한 블로거가 제주는 충전 천국이라기에 마음이 동해서 빌려봤다"며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세간의 시선대로 제주도는 전기차의 메카로 꼽힌다. 제주도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제주의 미래 비전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Carbon Free Island·CFI 2030)'을 선언한 지 올해로 12년을 맞았다. 10여 년간 도는 제주를 지속 가능한 녹색섬으로 만들기 위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충전 인프라 구축 등으로 전기차 보급에 힘써 왔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제주 홈페이지에 올라온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도내 전기차는 자가용 3만677대, 영업용(렌터카·택시·버스·화물 등) 6328대, 관용 511대 등 총 3만7516대가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기, 서울, 인천, 부산에 이어 5번째다. 제주의 전체 등록 차량 41만2657대 가운데 9.09%가 전기차인 셈. 전기차 점유율만 놓고 보면 전국 평균인 2.32%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기자 역시 취재를 위해 현대 아이오닉5를 빌렸다. 1박2일 렌트비는 약 12만 원인데, 25% 할인가인 9만 원대에 빌릴 수 있었다. 차량 대시보드에 충전 상태는 47%, 주행 가능 거리는 145㎞라고 떠 있었다. 제주공항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 거리는 약 40㎞인데 이틀간 해변도로 일주(약 200㎞)를 하지 않는 이상 추가로 충전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렌터카 업체 직원에게 취재 일정을 설명하며 추가 충전의 필요성에 대해 묻자 "지금 상태로도 충분하다. 아이오닉5 기준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완충시 주행 가능 거리는 500㎞, 에어컨을 틀면 350㎞로 내려간다. 불안하면 도내 어떤 충전소든 가서 차량에 비치된 전용 충전카드로 충전하면 된다. 비용은 주행 거리로 청구되기 때문에 얼마를 충전하든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의 전기차 점유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직원은 전체 차량 가운데 30%가량을 전기차로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 보유율이 높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대여료가 일반 휘발유 차량보다 20~30% 정도 비싸다. 주유비가 부담인 장거리, 장기 여행객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휘발유 차량을 찾는 이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 등 외제차는 보이지 않았다. 국산 전기차만 들여놓은 이유에 대해선 "앱으로 차량 문이 열리게끔 개조하는데 대당 비용이 꽤 들기 때문에 외제 전기차는 들여놓지 않는다"고 했다. 차량 수리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올 것 같았는데 아니라고. 그는 "수리비는 일반 차량과 동일한데, 오래되면 배터리 효율이 떨어져 교체해야 한다. 배터리 교환에 대당 2000만 원가량 들어 업체로서도 부담이다"고 했다.
대신 충전비가 저렴한 것은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직원은 "제주도 내 충전비는 kWh당 200~300원인데, 렌터카 업체마다 충전기를 구비하고 있어 kWh당 100원대로 충전한다. 일부 업체는 이벤트 기간을 정해 충전비를 받지 않기도 한다더라"고 말했다.
취재를 갔던 7월 첫째 주 기준 제주도의 휘발윳값은 리터당 1728원, 경유값은 리터당 1595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었다. 50kWh 충전에 1만 원가량 나오는데, 이것으로 아이오닉5의 경우 200㎞가량 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직원은 "충전 속도도 과거에 비해 빨라져 요즘은 완전 방전 상태에서 80% 충전까지 급속충전기는 30분가량, 완속충전기는 두어 시간가량 걸린다"며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는 것을 피력했다.
렌터카 업체 직원에게 취재 일정을 설명하며 추가 충전의 필요성에 대해 묻자 "지금 상태로도 충분하다. 아이오닉5 기준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완충시 주행 가능 거리는 500㎞, 에어컨을 틀면 350㎞로 내려간다. 불안하면 도내 어떤 충전소든 가서 차량에 비치된 전용 충전카드로 충전하면 된다. 비용은 주행 거리로 청구되기 때문에 얼마를 충전하든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의 전기차 점유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직원은 전체 차량 가운데 30%가량을 전기차로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 보유율이 높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대여료가 일반 휘발유 차량보다 20~30% 정도 비싸다. 주유비가 부담인 장거리, 장기 여행객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휘발유 차량을 찾는 이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 등 외제차는 보이지 않았다. 국산 전기차만 들여놓은 이유에 대해선 "앱으로 차량 문이 열리게끔 개조하는데 대당 비용이 꽤 들기 때문에 외제 전기차는 들여놓지 않는다"고 했다. 차량 수리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올 것 같았는데 아니라고. 그는 "수리비는 일반 차량과 동일한데, 오래되면 배터리 효율이 떨어져 교체해야 한다. 배터리 교환에 대당 2000만 원가량 들어 업체로서도 부담이다"고 했다.
대신 충전비가 저렴한 것은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직원은 "제주도 내 충전비는 kWh당 200~300원인데, 렌터카 업체마다 충전기를 구비하고 있어 kWh당 100원대로 충전한다. 일부 업체는 이벤트 기간을 정해 충전비를 받지 않기도 한다더라"고 말했다.
취재를 갔던 7월 첫째 주 기준 제주도의 휘발윳값은 리터당 1728원, 경유값은 리터당 1595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었다. 50kWh 충전에 1만 원가량 나오는데, 이것으로 아이오닉5의 경우 200㎞가량 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직원은 "충전 속도도 과거에 비해 빨라져 요즘은 완전 방전 상태에서 80% 충전까지 급속충전기는 30분가량, 완속충전기는 두어 시간가량 걸린다"며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는 것을 피력했다.
7월부터 과태료 10만 원, 자리 넉넉하나 고장도 많아
전기차 충전에 어려움은 없는지 확인해 보고자 인근 충전소를 검색했다. 전기차 충전기 100여 기를 보유해 국내 최대 규모라는 노형동 제주드림타워로 향했다. 지하 3층으로 들어서자 충전기 10대가 설치된 충전 구역이 서너 군데 눈에 띄었다. 충전하는 차량을 제외하고 전기차라도 충전기 앞에 주차된 차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불법 주차 차량이 없는 이유는 고액 과태료 때문이었다. 충전기에 부착된 안내 게시물에는 7월 1일부터 충전 구역 및 전용 주차 구역에 주차 시 일반 차량은 10만 원, 전기차의 경우에도 충전 후 1시간 초과 시(급속) 10만 원이 즉시 부과된다고 적혀 있었다.
이곳 직원은 "도에서 전기차 충전 관련 민원을 줄이기 위해 올 초부터 대대적으로 '7월 즉시 부과'를 홍보했다. 과태료 즉시 부과 덕에 '충전소에 자리가 없다'는 민원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반 차량은 그렇다 쳐도 충전하는 동안 용건을 보러 간 사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과태료를 10만 원씩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직원은 "도 차원에서 적극 관리한 덕에 전기차 운전자도 스트레스가 덜하고 일하는 입장에서도 편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공영주차장의 충전 구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귀포시 서귀포동 매일올래시장 주차타워 3층 전기차 충전기 앞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은 없었다. 충전기 총 2대에 충전선 2개씩, 총 4대가 동시 충전할 수 있었다. 다만 1대는 파손 상태로 '점검 중이니 이용할 수 없다'는 게시물이 부착돼 있어 이용자들이 자칫 헛걸음을 할까 우려됐다. 아무래도 공영주차장이라 관리가 덜 되고 있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려웠다.
이곳 직원은 "도에서 전기차 충전 관련 민원을 줄이기 위해 올 초부터 대대적으로 '7월 즉시 부과'를 홍보했다. 과태료 즉시 부과 덕에 '충전소에 자리가 없다'는 민원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반 차량은 그렇다 쳐도 충전하는 동안 용건을 보러 간 사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과태료를 10만 원씩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직원은 "도 차원에서 적극 관리한 덕에 전기차 운전자도 스트레스가 덜하고 일하는 입장에서도 편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공영주차장의 충전 구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귀포시 서귀포동 매일올래시장 주차타워 3층 전기차 충전기 앞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은 없었다. 충전기 총 2대에 충전선 2개씩, 총 4대가 동시 충전할 수 있었다. 다만 1대는 파손 상태로 '점검 중이니 이용할 수 없다'는 게시물이 부착돼 있어 이용자들이 자칫 헛걸음을 할까 우려됐다. 아무래도 공영주차장이라 관리가 덜 되고 있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려웠다.
반면 민간에서 운영하는 곳은 전기차 충전소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SK렌터카가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와 손잡고 서귀포시 상예동에 건설한 에코라운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급속충전기 5대, 완속충전기 2대가 있었는데 충전 정도를 알리는 전광판이 상단에 달려 있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했다. 충전 단가는 kWh당 347.2원이었는데 SK렌터카의 경우 60원으로 대폭 할인됐다.
대구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김모 씨 부부는 제네시스 GV60에 충전기를 꽂으며 "원래 6월까지는 충전비가 무료라고 해서 예약했는데 와보니 행사 기간이 끝나서 충전비가 60원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부담 없었다. 이틀간 250㎞ 달렸는데 1만3000원 정도 나왔고, 18분이면 완충할 수 있어서 편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휘발유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김 씨에게 전기차 구매 의사를 묻자 "대구는 충전소가 적어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며 고개를 저었다.
대구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김모 씨 부부는 제네시스 GV60에 충전기를 꽂으며 "원래 6월까지는 충전비가 무료라고 해서 예약했는데 와보니 행사 기간이 끝나서 충전비가 60원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부담 없었다. 이틀간 250㎞ 달렸는데 1만3000원 정도 나왔고, 18분이면 완충할 수 있어서 편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휘발유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김 씨에게 전기차 구매 의사를 묻자 "대구는 충전소가 적어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모든 민간 충전소가 운영이 잘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7년 전 서귀포시 안덕면에 오픈한 250만㎡ 규모 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 야외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는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차양막 등 보호 시설물도 없이 충전기만 덩그러니 설치돼 있다 보니 비바람에 녹슬고 삭아버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부 기기는 파손돼 충전 가능한 기기를 찾는 것도 일이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20대 커플은 "빈자리가 있어서 차를 대고 내려서 보니 파손된 기기였다. 지금 두세 군데 빈자리는 다 고장난 기기여서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듯하다"며 다시 차에 올라탔다.
"충전소 많아도 도민은 '집밥' 먹일 수 있어야…"
제주도민은 전기차를 얼마나 모는지 취재하기 위해 인구밀도가 높은 제주시 노형동 노형오거리 쪽으로 향했다. 신호대기로 정차한 차량들 가운데 파란색 번호판을 단 차량이 10대 중 2~3대 정도로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골목길로 들어서자 연립주택 담벼락마다 승용차와 승합차, 화물차가 줄줄이 주차돼 있었다. 이 가운데 전기차 비율은 10% 미만으로 간간이 보이는 정도였다.
노형동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김모 씨는 보유 차량은 없다면서도 제주도민들이 전기차로 많이들 바꾸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최근 아는 형 서너 명이 보조금 1000만 원가량 받고 전기차로 바꿨다. 몇 년 전보다 보조금이 줄어서 아쉽다고 한다. 그래도 매일 차로 출근해도 한 달에 충전비가 4만 원가량 든다며 만족하더라. 집에 충전기가 없지만 회사에 충전기가 있어서 괜찮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그는 "부모님과 주변 어르신들은 아직까지 충전이 원활하지 않다는 소문 때문인지 휘발유 차를 고집하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기차 메카라고 하는 제주에서도 충전 문제 걱정만큼은 완벽히 들어낸 수준은 아닌 듯했다. 전력거래소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전기차 및 충전기 보급·이용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기 보급 대수는 누적 약 19만4081대다. 이 가운데 제주도에 설치된 공용 급속충전기는 1798대, 완속충전기는 4074대 등 총 5872대로 집계됐다. 그런데 충전기 한 대당 차량 비율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1.9대인 데 비해 제주도는 8.1대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다만 제주는 비공용(개인용) 완속충전기 1만5973대가 설치되는 등 개인 충전기를 보유한 전기차 차주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제주에는 개인 주택에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는 차주가 적지 않았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40대 최모 씨는 "전기차를 2대 구입하면서 집 마당에 비공용충전기를 200여만 원을 들여 설치했다"고 말했다. 집이 도심에서 떨어진 지역인 데다가 출퇴근하는 동선 안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아파트에 살면 충전 걱정이 덜하겠지만, 단독주택에 살면 충전기를 설치해 '집밥(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개인용 충전기를 지칭)'을 먹일 수 있어야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경차와 화물차를 전기차로 구입했는데 한 달 충전비가 5만 원 정도 나온다. 휘발유차 두 대를 몰 때에 비해 10분의 1로 줄어 몇 달 만에 충전기 설치비 본전을 뽑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기차 증가율은 전국 최저치
12년 전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 등록 차량을 100% 친환경 차량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현재 제주의 전기차 점유율은 9.09%에 그친다. 시간이 6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당초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제주의 전기차 증가율은 19.5%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증가율은 경남이 59.3%로 1위를 기록했고, 전남(57.3%)·부산(57%)·전북(55.5%)·울산(54.9%)·인천(53.9%) 등이 뒤를 이었다. 뒤늦게 전기차 도입에 적극 나선 지역이 늘면서 제주의 전기차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측면도 있다.
구체적 원인은 보조금에 있었다. 도에서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선 2010년대 중반, 전기차 1대를 구매하는 데 국비 1400만 원, 도비 700만 원, 충전기 설치 지원 400만 원 등 최대 25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당시 보조금을 파격적으로 지원한 덕에 제주도의 전기차 증가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부작용도 나타났다. 2017년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는 보조금을 받아 BMW i30 200대를 도입했다가 3년 만에 부도가 나면서 차량이 전부 경매에 부쳐졌다. 타 지역 중고차 업자들이 이 차량들을 헐값에 낙찰받아 가면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당시 도민들은 "남 좋은 일만 한 꼴"이라며 도에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해당 사건 직후 2022년 실태 파악을 위해 도에서 렌터카 현황을 조사했는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보조금이 투입된 전기차 4000여 대 가운데 2000여 대만 실제 운행되고 있었고, 나머지는 다른 지역에 매각되거나 수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제주도는 매년 전기 렌터카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1곳당 구입 차량도 50대로 제한했다.
보조금 규모도 대폭 삭감했다. 올해 제주도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액수는 승용차 최대 1050(국비 650+도비 400)만 원, 화물차 최대 1600(국비 1100+도비 500)만 원이다. 지원 규모도 총 3100대까지다. 인당 구입 대수도 개인은 승용차 1대, 화물차 1대까지, 법인과 개인사업자도 2대까지로 제한한다. 개인의 경우 승용차는 2년 내 2대 이상, 화물차는 5년 내 2대 이상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법인과 개인사업자는 3대 이상 구매 시 도비만 지원하지 않는 조건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전기차를 직접 운전하고자 하는 도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 조건을 세세하게 작성하고, 불합리한 부분이 없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우려에 이동식 소화수조·질식소화포 배치
제주의 전기차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또 다른 이유로는 화재 우려가 꼽힌다. 이는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을 선언하고 친환경 차량 100% 전환을 목표하는 제주로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지난해 3월 제주 지역 한 일간지는 주차타워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불이 나 주차타워가 전소되는 사고 발생 이후 전기차 입고를 허가하지 않는 곳이 늘었다고 보도했다(제주의 소리, 3월 14일자, '제주 전기차 천국인데…주차금지에 차고지증명 거부까지'). 전기차는 배터리 화재 발생 시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순식간에 열이 800~1000도까지 올라가는데, 이 때문에 화재 진압이 어렵다. 특히 실내 주차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데다가 2차 피해 우려도 있어 차량이 전소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진압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당시 거주하는 오피스텔 관리실에서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는 바람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전기차 차주, 주거지에서 차고지 증명을 거부당한 차주 등이 소개되기도 했다.
1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도민 우려는 줄어든 분위기였다. 제주시 노형동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김모 씨는 "지난해 화재가 났던 전기차는 노후 차량이라고 들었다. 전기차 화재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라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요즘 나오는 신형 전기차는 화재 위험이 거의 없다고 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고깃집 앞 주차장에도 전기차 서너 대가 주차돼 있었다. 화재 우려로 전기차 주차가 불가하냐고 묻자 가게 직원은 "딱히 전기차라고 주차를 못 하게 막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제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건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6월 제주소방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차 화재 건수는 총 10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9년 1건, 2020년 1건, 2022년 5건, 2023년 3건이다. 제주도에 등록된 전기차가 총 3만7516대인 것을 감안하면 근소한 수치다.
건수는 적어도 피해 규모가 큰 탓에 제주는 전기차 화재 대비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제주소방서는 지난해 3월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데 특화된 이동식 소화수조를 도입했다. 이동식 소화수조는 전기차 주변에 물막이판을 설치해 배터리 높이까지 물을 채워 화재를 진압하는 장비다. 지난해 4월 제주소방서, 서귀포소방서에 배치됐던 2세트 외에 서부소방서와 동부소방서에도 이동식 소화수조 2세트를 추가 도입해 도내 모든 소방서에 소화수조가 배치됐다.
서귀포시는 올해 2월 전기차 충전 구역에서 화재를 조기 진압하기 위해 화재질식소화포를 공영주차장 8곳에 설치했다. 화재질식소화포는 화재 진압 시 차량을 덮어 산소를 차단, 유독가스와 화재 확산을 막아 2차 피해를 예방토록 하는 소방 장비다. 서귀포시는 전기차 충전 구역이 있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천지 △중앙 △정방 △홍로 △동홍1 △아랑조을거리 △중앙로터리 등 공영주차빌딩에 질식소화포를 설치했다.
설치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서귀포매일올레시장 공영주차장을 찾아갔다. 1층 안내소 바로 앞에는 화재질식소화포가 저장된 박스가 설치돼 있었다. 박스 겉면에는 화재질식소화포로 어떻게 차량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지 그림으로 쉽게 설명돼 있었다. 일반인들도 그림만 보고도 초기 진압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취재를 위해 전기차를 빌린 터라 화재질식소화포를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설치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서귀포매일올레시장 공영주차장을 찾아갔다. 1층 안내소 바로 앞에는 화재질식소화포가 저장된 박스가 설치돼 있었다. 박스 겉면에는 화재질식소화포로 어떻게 차량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지 그림으로 쉽게 설명돼 있었다. 일반인들도 그림만 보고도 초기 진압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취재를 위해 전기차를 빌린 터라 화재질식소화포를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2035 넷제로 제주' 비전 달성 위해
제주도 전체의 전기차 현황과 충전 인프라 실태 등을 취재하는 데 이틀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제주 전기차 시장의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으나 분명한 사실은 지난 12년간 제주도가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 기조보다 앞서나가 전기차 및 친환경 차량 보급을 늘리는데 애써왔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비중 10%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됐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보조금 과잉 지급, 충전기 관리 문제 등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 도는 차근차근 탄소중립 제주를 실현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제주도청 혁신산업국 우주모빌리티과 이용석 주무관은 "사실 지금 제주도는 보급률이 예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보조금 규모를 동결한 데 이어 추가보조금을 발굴해 소상공인, 다자녀 등 대상자를 선별해 적극 지원하고, 노후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유도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전기차 동향에 대해 "도 차원에서 10년 넘게 추진해 왔고 전기차 보급률 10% 돌파를 눈앞에 둔 만큼 계속 노력하다 보면 탄소중립도 언젠가 달성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제주도는 또 하나의 비전을 선포했다. 2035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 사회 실현을 달성한다는 것. 5월 1일 한라수목원 잔디광장에서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을 열고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15년 이상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탄소중립을 가장 먼저 시작한 제주가 탄소중립 사회도 가장 먼저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Copyright © 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동아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