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잡았어야' 오상욱의 강심장 "실라지 떨어졌을 때 기분 좋지 않았다" [올림픽 NOW]

조용운 기자 2024. 7. 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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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욱에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28일 오전 4시 55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결승전을 통해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를 상대한 오상욱은 15-11로 이기면서 고대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 오상욱에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28일 오전 4시 55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결승전을 통해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를 상대한 오상욱은 15-11로 이기면서 고대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올림픽 첫 금메달과 그랜드슬램을 동시에 달성한 오상욱이 딱 하나 아쉬움을 털어놨다. 강자를 만나 이기고 싶은 승부욕이 세계 정상에 올라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상욱에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28일 오전 4시 55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결승전을 통해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를 상대한 오상욱은 15-11로 이기면서 고대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눈물은 한번으로 족했다. 오상욱은 3년 전 세계랭킹 1위를 자랑하면서도 도쿄 올림픽에서 8강 진출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단체전 금메달로 나름의 성과를 내긴 했으나 개인전 금메달이 유력하다던 평가를 증명하지 못한 불만이 컸다.

오상욱은 더욱 채찍질을 가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르면서 아시아권에서는 적수가 없는 기량을 자랑했다. 남은 건 올림픽 하나였다. 이미 세계선수권대회는 2019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선수권도 2019년과 2024년 두 차례 우승했다. 아시안게임도 정복했고, 실패를 안겼던 올림픽까지 우승을 차지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 오상욱에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28일 오전 4시 55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결승전을 통해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를 상대한 오상욱은 15-11로 이기면서 고대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여러 영광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개인전 피스트에 선 오상욱은 적수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첫 경기였던 32강부터 결승까지 어렵다고 느껴질 만한 상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첫 상대 에반 지로(니제르)를 15-8로 가볍게 제압하며 실력 차이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오상욱은 16강전에서도 알리 파크다만(이란)을 15-10으로 잡았다. 8강 파레스 아르파(캐나다)가 조금 진땀을 흘리게 했다. 토너먼트에서 으레 경험하는 고비였고, 오상욱은 이를 넘어설 충분한 자질이 있었다. 4강이 더 쉬웠다. 루이스 사멜레(이탈리아)를 15-5로 제압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대표팀 맏형인 구본길을 잡고 결승까지 올라온 페르자니를 맞아 오상욱은 4-4 시점에서 내리 3점을 챙기면서 확 달아났다. 긴 리치를 바탕으로 멀리 찌르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발을 쭉 내밀다가 오른 발목에 무게가 실려 몇 차례 부여잡긴 했으나 자신의 분위기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승마저도 크게 긴장감 없는 완벽한 운영으로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섰다.

▲ 오상욱에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28일 오전 4시 55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결승전을 통해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를 상대한 오상욱은 15-11로 이기면서 고대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자타공인 사브르 개인전 최강자가 된 오상욱인데 아론 실라지(헝가리)를 만나지 못한 데 아쉬움이 크다. 실라지는 오상욱 이전 사브르 최강자였다. 2012 런던 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까지 이 종목 3연패를 달성한 챔피언이다.

오상욱과 8강에서 만나는 대진이었다. 오상욱의 금메달 도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는데 실라지가 너무 일찍 떨어졌다. 첫 경기에서 아르파에게 발목이 잡혀 떨어졌다. 일반적으로는 수월해진 대진에 기분이 좋을 법도 한데 오상욱은 달랐다.

그는 "실라지가 떨어졌을 때 사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다. 올림픽 때마다 신 들리는 선수가 있는데 실라지가 그렇다"라고 올림픽을 홈그라운드로 삼아온 전설과 붙어보지 못한 갈망이 있었다.

▲ 오상욱에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28일 오전 4시 55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결승전을 통해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를 상대한 오상욱은 15-11로 이기면서 고대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그래도 최후의 상대는 실라지 못지않게 긴장감을 안겼다. 14-5로 일방적인 결승전을 펼쳤던 오상욱은 1점을 남겨두고 다 이겼다고 생각했던 경기를 11점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계속해서 따라오는 상대를 보며 "온몸에 땀이 엄청 났다. 긴장을 하다보니 '여기서 잡히겠어?'라는 안 좋은 생각까지 하게 됐다"며 "그때마다 코치 선생님께서 계속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주셔서 이겨낼 수 있었다"라고 꽤 손에 땀을 쥐어야 했던 막바지 고충을 털어놨다.

오상욱은 금메달을 따는 순간 '어펜져스' 멤버들을 떠올렸다. 도쿄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합작한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 등과 어펜져스라 불리며 여러 성공을 써왔다. 오상욱은 "도쿄 대회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정환이형과 준호형이 은퇴할 때다. 형들과 함께 성장했는데 나 혼자 남게 됐다. 그래서 더 도쿄 올림픽이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라고 전했다.

이제는 새로운 멤버들과 단체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개인전은 홀로서기를 한 것 같아서 감동이 떨어진다. 역시 단체전이 재밌다"며 "형, 동생들과 함께 이겨내고 부족한 걸 채워주는 맛이 있다. 유력한 우승후보이기에 더 잘하겠다"라고 웃었다.

▲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에게 15-1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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