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보다 많은 고령층 창업…‘노인 빈곤’ 부추긴다[머니뭐니]
한국 50대 이상 창업이 48.9%…일본은 26.3%
고령 창업 지속 증가…5년 내 폐업 확률 66%
늘어나는 ‘노후 파산’…“은퇴 후 창업 줄여야”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한국의 고령층 창업 비중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보다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은퇴 연령에 접어든 가운데, 노후 생계비 마련을 위해 자영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무분별한 자영업 진출이 ‘사업 실패’로 이어지며 노년 경제력 상실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인 빈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헤럴드경제가 일본정책금융공고가 발표한 ‘2023년 일본 신규창업 실태조사’와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 창업기업 실태조사’를 비교·분석한 결과 전체 창업자(창업 1년 이내) 중 60대 이상 창업자의 비중은 전체 16.3%로 일본(6.1%)과 비교해 10.2%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보다 고령 창업의 비중이 2.67배가량 높게 나타난 셈이다.
아울러 한국의 50대 이상 창업자 비중 또한 전체 48.9%로 일본(26.3%)과 비교해 22.6%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50대로 한정한 창업 비중 또한 한국(32.6%)이 일본(20.2%)과 비교해 12.4%포인트 높았다. 반면 한국의 30대와 40대 창업 비중은 19.3%, 26.7%로 일본보다 각각 10.8%포인트, 11.1%포인트 낮았다.
실제 한국의 고령 창업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부동산업을 제외한 60세 이상 창업기업은 3만8000개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고령화율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이다. 한국의 고령화율은 지난해 기준 약 19%로 30%에 근접해 세계 고령화율 1위를 차지한 일본과 비교해 10%가량 낮은 상태다.
한국에서 유독 고령층 창업 비중이 높은 이유는 기존 직장에서 은퇴한 후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0대 이상 창업자(1~7년 차) 중 직전 경력이 ‘취업 상태’였던 경우는 63.6%에 달한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이전에 직장을 다니다가 창업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한국의 법정 정년은 만 60세다. 은퇴 후 평균수명까지 최소 20년 이상은 더 생활을 지속해야 하지만, 노후 생계비가 마련된 경우는 소수다. 2023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0대 가구 중 적정생활비 충당 여부에 ‘여유 있다’고 답한 비중은 7.98%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만 60세를 넘어서도 일하는 가구(60대 가운데 소득 분위 20~80%인 보통 가구 대상)가 80%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고령층 창업이 결국 ‘노인 빈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자영업 시장에서 관련 경험이 없는 고령층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부족한 창업자금을 토대로, 비교적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다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고령자 노후실태 및 취업현황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0세 이상 자영업자 중 3개월 미만의 준비 기간을 거친 비중은 64.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이전 직무와 관련 있는 창업을 하는 경우도 적다. 일본정책금융공고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 창업자의 43.9%는 사업 선택 기준을 묻는 질문에 ‘직무 경험이나 기능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해 전체 응답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국 창업자들의 창업 동기 1위는 ‘더 큰 경제적 수입’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선택이 없어서’라고 답한 비중도 16.2%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 폐업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후 폐업률은 66.2%로 나타났다. 특히 문턱이 낮은 탓에 고령 창업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점업의 폐업률은 77.2%에 달한다. 10명 중 8명이 5년 안에 폐업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고령층의 경우 창업 실패 후 회복 능력도 부족하다. 코로나19와 같이 위기 상황이 닥칠 경우, 재취업 등 다른 경제활동 선택지가 여타 연령대에 비해 적은 게 현실이다. 심지어 창업 및 사업 유지를 위해 빚을 진 경우에는 결국 ‘노후 파산’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3년 개인파산 사건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47.52%로 절반에 가깝다. ‘사업실패 또는 사업소득 감소’가 파산의 원인이 된 비중은 44.6%에 달한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3년 기준 40.4%로 OECD 국가(회원국 평균 14.2%)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초저출생’ 시대에 접어들며, 이들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활동인구 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 안에 경제활동인구 1인당 부양해야 하는 인구가 1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인 빈곤을 더 부추길 수 있는 ‘은퇴 후 창업’을 줄이는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은퇴자들이 자영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기보다는, 다른 일을 찾지 못해 자영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전이 있는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택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다른 소득 창출 방안을 찾아줄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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