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표 불안한데…일본은행, 금리인상 나설까
일본은행, 30~31일 금융정책회의
국채 매입액, 매달 6조엔에서 절반 줄일 듯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도쿄소비자물가 둔화
금리인상 여부 전망 엇갈려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일본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도쿄소비자물가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이달 말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선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가운데 개인소비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일본은행이 금리인상 결정에 다소 신중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오는 30일과 31일 금융정책회의를 개최한다.
우선 지난달 결정한 국채 매입 축소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밝힐 계획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지만 완화적 통화 기조를 유지하며 매달 6조엔 안팎의 국채 매입을 지속해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향후 1~2년 간 국채 매입액을 매달 6조엔에서 절반인 3조엔대 안팎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과 요미우리신문 등이 전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0.1%였던 기준금리를 0∼0.1%로 인상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그러나 3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해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본은행 내부에서는 물가 상승률 목표치 2% 달성이 가까워짐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부터 시행한 정액 감세, 기업들의 여름 상여금 지급, 임금 인상 확대 등도 금리인상 효과를 상쇄하며 향후 소비를 뒷받침할 것이란 관측도 일본은행 내부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실세들이 금리 인상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추가 금리 인상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꼽히는 집권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22일 도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며 “단계적인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방침을 더욱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일본과 미국 간 금리 격차를 줄여 과도한 엔화 약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도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환율은 일본에 문제이고 엔화는 너무 저렴하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했다.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독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은행에 자민당 실세들이 공개적으로 금리인상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일부 일본은행 정책위원들은 금리인상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임금이 전년 대비 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임금과 소비 움직임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6일 총무성이 발표한 도쿄 지역의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신선식품·에너지 제외)가 둔화세를 보여 일본은행의 결정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 도쿄의 물가지수는 전국적인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데, 7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6월 1.8% 상승률에 견줘 상승세가 둔화됐다. 7월 근원 CPI 상승률은 2022년 8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로 신선제품을 제외한 식품, 숙박료가 더딘 속도로 올랐기 때문이다.
마르셀 틸리앙 캐피털 이코노믹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이달 도쿄에서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급격히 둔화하면서 일본은행이 다음주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정책금리를 0.3%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일본은행이 올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이번달에 나타날지 아니면 올해 말에 나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빠르게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2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51엔까지 하락(엔화가치 상승), 엔화가치는 두 달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1일 161.7엔에서 2주 만에 10엔 가량 내렸다. 엔화 강세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일본 증시는 7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 26일 닛케이지수는 11일 고점(4만2426.77) 대비 11% 넘게 빠졌다. 갑작스러운 엔화 강세로 수출 주도 기업들이 불리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지수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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