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온 ‘얼굴없는 작가’의 전시.. “나를 기억해 줘요”

‘얼굴없는 작가’ 허스크밋나븐의 작업 장면. 사비나미술관 제공

20년 넘도록 정체를 숨긴 채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덴마크 작가 허스크밋나븐(HuskMitNavn)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 ‘더 빅 픽쳐스’(The Big Pictures)가 10월 27일까지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덴마크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얼굴 없는 예술가’로 유명하다. ‘허스크밋나븐’역시 예명으로 덴마크어로 ‘내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라는 뜻이다.

전시 전경. 사비나미술관 제공

작가는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아동 권리와 전쟁, 질병, 불평등, 차별 등 사회 문제를 다루며, 능동적 참여를 촉구한다. 이번 전시만을 위해 미술관에 특별 제작한 대형 벽화를 설치했으며, 특이하게도 이 벽화는 전시 기간에만 공개 한 후, 이후 완전히 제거된다고 한다.

벽화 외에 이번 전시는 회화와 드로잉, 판화, 영상, 오브제 등 총 158점의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미술보다 다른 분야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한 작가의 말처럼 다양한 매체가 활용됐다.

종이의 물성을 활용한 작품 ‘3D Drawing Series’, 2013-2024. 사비나미술관 제공

전시는 다채롭고 다층적이다. 일상적이면서도 창의적이고, 유머와 풍자가 살아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큰 맥락 안에서 펼쳐진다. A4 용지 한 장을 찢고, 접고, 구부려 움직임과 공간감을 강조한 3차원(3D) 입체 드로잉도 흥미롭다. 종이의 물성을 최대한 활용한 작업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다.

Park Life, 2023, 120x100cm, 캔서스에 아크릴. 사비나미술관 제공

‘더 빅 픽쳐스’(The Big Pictures)라는 전시명에도 허스크밋나븐의 예술적 비전과 철학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우선 작은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작가의 거시적 시각이기도 하며, 불평등, 소외, 폭력과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한 공감과 연대감을 강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가자는 다층적 의미를 품고 있다. 지난 24일 사진을 찍지 않는 조건으로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작가는 "항상 주변을 둘러보는 눈을 가지려 노력하고 주변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예술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작품 세계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