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고양이 성기에 가시가 났어요”···근데 이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색(生色)]
[생색-31] 저주와 축복의 양극단을 오간 동물, 고양이입니다. 13세기 교황 그레고리 9세는 “검은 고양이는 악마의 상징”이라고 했지만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는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끝없는 기쁨과 경이의 연속”이라고 했습니다.
도도하게 갈 길을 가면서도, 인간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고양이는 언제나 ‘영물’(靈物)이었습니다. 애정과 혐오를 시계추처럼 오간 그들은 결코 우리 인간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현대 과학이 굳건히 자리를 잡은 뒤에도 고양이는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그들의 번식 과정이 그랬습니다. 수컷 고양이의 성기에 돋아난 ‘가시’는 생물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지요. 이들의 성기에 가시가 돋아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응당한 이유는 있는 법. 우리 인간의 파트너로 굳건히 자리를 지킨 고양이의 사생활을 탐구합니다.
레지널드 이네즈 포콕은 1880년대 활동한 영국의 저명한 동물학자였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동물에 대한 방대한 호기심으로 학계의 거물이 되었지요. 1885년부터 20년간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거미를 비롯한 곤충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합니다.
1917년 포콕은 여러 해 연구 끝에 결과물을 발표합니다. “고양잇과 동물들의 성기에 가시가 있는 이유는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수컷 여러 놈이 암컷 한 마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합니다. 싸움에서 이긴 우람한 놈이 승자에 오릅니다. 놈은 암컷에게 다가가 짝지을 준비에 들어갑니다. 암컷은 몇 번 거절하는 듯 보이더니 이내 몸을 허락합니다.
격렬한 사랑의 끝에 수컷이 자신의 상징을 빼냅니다. 암컷은 고통스러운 듯 크게 울부짖습니다. 수컷 음경에 약 1mm 크기의 가시 120개가 암컷의 내부를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음경 가시’(penis spines)입니다.
고양이는 모든 집사들이 알다시피 깔끔한 동물입니다. 첫 짝짓기가 끝난 후 암컷은 자기 성기를 깨끗이 닦습니다.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때 다른 수컷이 암컷에게 접근한다면, 그는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고양이의 샤워 시간만큼은 무조건 지켜줘야 하는 것이지요.
고양이의 신체는 신비 그 자체입니다. 새로 태어난 두 마리 새끼의 아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번의 짝짓기에서 각각 수정이 일어나 한날한시에 같은 배에서 씨 다른 새끼들이 태어나는 것이지요.
고양이와 쥐는 천적관계지만, 번식의 관점에서는 동일한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적에게서라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는 건 자연계에서도 통용되는 셈입니다.
우리와 친척 관계인 영장류에게서도 음경가시가 발견됩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갈라고는 음경가시로 유명한 동물이지요. 이들은 짝짓기할 때 음경가시를 활용해 서로의 성기를 더욱 단단히 고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역시 번식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 인간 중에서도 침팬지와 비슷한 음경가시를 가진 사례가 종종 보고되곤 합니다. 성기에 우둘투둘 돋아있는 돌기가 성병이라는 오인을 부르기도 합니다. 의학계에서는 이 돌기가 해롭지도 않고, 병도 아니라고 진단합니다.
우리의 몸은 태곳적부터 수많은 생명들이 자연의 거대한 질서에 발맞춰 진화한 결과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ㅇ고양잇과 동물 수컷 성기에는 가시가 돋혀있다.
ㅇ암컷과의 짝짓기에서 자궁을 자극해 배란을 촉진하려는 전략이다.
ㅇ대를 잇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이다. 우리 모두가 난고(難苦)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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