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태양 'KSTAR' "2040년대 실증 착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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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주제어실 상황판에는 '34837'이라는 숫자가 표기돼 있었다.
이날 연구시설을 안내한 남용운 핵융합연 KSTAR연구본부장은 "15분에 한 번 정도 샷을 진행하는데 하루에 30~40번 정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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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주제어실 상황판에는 '34837'이라는 숫자가 표기돼 있었다. 2008년 처음 KSTAR가 플라즈마 운전을 시작한 이후 진행된 '샷(shot)' 횟수다.
핵융합에너지 발전은 태양과 같은 별에서처럼 원자들이 합쳐질 때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지구상에서 구현해 에너지 생산까지 이어가려면 1억℃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플라즈마 발생을 반복하는 과정이 샷이다.
이날 연구시설을 안내한 남용운 핵융합연 KSTAR연구본부장은 "15분에 한 번 정도 샷을 진행하는데 하루에 30~40번 정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융합 실험을 1년 내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지보수와 실험 준비를 하는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플라즈마를 만드는 시간은 3개월 정도다.
3만 번이 넘는 시도가 있었는데도 계속 실험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 본부장은 "1억℃ 온도는 달성했지만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1억5000만℃ 온도에 플라즈마 밀도를 높여야 한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운전 시나리오와 플라즈마를 붙잡는 자기장 구조 후보를 찾아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융합연 연구진은 실제 핵융합로 실험뿐 아니라 KSTAR를 가상으로 만든 '디지털 트윈' 기술 등 최신 기술을 동원해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다. 또 미리 시나리오를 짜서 진행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센서를 설치하고 센서가 보낸 신호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고온의 플라즈마를 효율적으로 실시간 제어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KSTAR가 있는 거대한 격납고로 들어서자 핵융합이 일어나는 공간인 도넛 모양의 토카막 주변으로 수많은 실험 장비들이 보였다. X선 등 빛을 쏘아 플라즈마 온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장비와 핵융합 연료인 중수소를 가스로 주입하는 대신 고체인 펠릿(Pellet) 형태로 발사하는 장비도 볼 수 있었다. 모두 핵융합 실증을 향한 다양한 시도의 결과다.
남 본부장은 KSTAR가 실증까지 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소재'를 꼽았다. 그는 "극한의 저온·고온 상황 등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우주 부품과 유사하다"며 "많은 소재 기업들과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핵융합연은 지난해까지 KSTAR 핵융합로 내부에서 플라즈마의 강한 열이 용기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장치인 디버터를 기존 탄소 소재에서 열이 강한 텅스텐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남 본부장은 "기존에는 2050년까지 핵융합 에너지를 실증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고성능 부품이 뒷받침된다면 2040년대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STAR는 디버터를 교체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플라즈마 실험을 진행했다. 오는 11월부터 다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동하는 기간에 수행할 실험은 전 세계에서 미리 신청받는다. 남 본부장은 "최근 공모가 끝났다"며 "의미 있고 중요한 실험을 잘 선정해서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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