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 ㅠㅠ” 소중한 ‘내 주식’ 왜 떨어질까[경제뭔데]
“팩트는 조정으로 주식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것”vs“이제 거품이 꺼질 때가 됐다”
무더운 여름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등골은 서늘합니다. 상반기만해도 뜨거웠던 빅테크와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하반기 들어 거침없이 내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이면 싸늘하게 식어버린 주식에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단순 조정이라면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 ‘물타기’에 나설 수 있지만, 인공지능(AI) 거품 붕괴의 시작이라면 ‘손절’ 매도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이 ‘한 여름밤의 꿈’이길 바라며 주가가 다시금 랠리를 이어가길 바랄 뿐입니다.
‘돈 복사’에서 ‘돈 삭제’ 된 엔비디아
반도체주의 위기감이 커진 것은 지난달 말부터입니다. 6월20일(현지시간) 장중 140달러를 터치하며 최고점을 경신하며 ‘돈 복사’로 불리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달 25일엔 주당 112.28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엔비디아의 주가 등락률은 -19.6%에 달합니다. ‘돈 복사’에서 ‘돈 삭제’로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뀐 것이죠
엔비디아가 부진하니 다른 빅테크 반도체 주도 덩달아 부진합니다. 주요 반도체주가 모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6일(한국시간) 기준 최근 한 달간 8.53% 하락했고, 오랜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부진 여파로 지난 25일 주가가 9%가까이 급락하기도 했죠.
왜 주가가 하락할까요? 최근 반도체와 빅테크주의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①정치·무역규제 리스크 ②과열 부담 ③높아진 기대치 ④AI 수익화 우려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무역규제·트럼프 리스크에 흔들리는 시장
지난 14일 피격 사건 이후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를 저격해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비판했습니다. 이후 보조금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에 SK하이닉스는 물론 도쿄일렉트론 등 아시아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죠. 바이든 정부도 반도체에 대한 대중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주가가 출렁였습니다. 이미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이 제한되긴 하지만, 무역규제를 강화하면서 ‘칩4’로 불리는 한국·미국·일본·대만의 반도체 동맹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와 반도체 수요 감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죠.
‘트럼프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악재이지만, 두 리스크가 추세적으로 주가 하락을 이끌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입니다. 이 둘은 ‘구실’일뿐 시장에선 주가가 너무 오른 것이 조정의 원인이라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 올라도 너무 올랐나?
올해 AI랠리에는 지난 4월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고조된 것을 제외하면 큰 부침이 없었습니다. 주가가 거침없이 상승했죠. ‘이제 너무 올랐다’ 싶지만, AI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렸습니다. 엔비디아는 물론 관련 수혜를 보는 반도체와 전력주가 모두 올랐죠.
최근 반도체 주가가 조정을 받았지만, 연간 상승률만 보면 여전히 높습니다. 26일 기준 엔비디아의 연간상승률은 126.73%, ARM 98.47%, TSMC는 55.82%에 달합니다. 국내의 경우 한미반도체는 122.85%, HD현대일렉트릭은 289.29%, SK하이닉스는 35.55% 올랐습니다. 주가 부진을 감안해도 연간으로 보면 높은 성과를 낸 것이죠. 엔비디아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56.18배에 달합니다.
주가가 ‘너무 비싸진’ 만큼 조정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인 셈입니다. 만약 주가하락이 단순 조정에 그친다면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다만 올해 초와 같은 주가 급등세는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죠. 시장은 이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성장)와 호실적엔 만족하지 못합니다. AI 산업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충족돼야만 주가가 오르는 것이죠.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이 기대치를 높여도 AI 관련 기업의 성과가 계속 기대치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제 시장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고, 점차 이를 충족시키긴 어려우니 호실적에도 주가가 크게 오르기 어렵습니다. TSMC, SK하이닉스 등 최근 잇따라 호실적을 발표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반등하지 못했죠.
AI···그게 돈이 됩니까?
“그게...돈이 됩니까?”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중 순양그룹의 진양철 회장의 대사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돈’입니다. AI에 대한 기술력엔 의심이 없습니다.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간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것이란 기대도 큽니다. 다만 AI가 당장 수익을 가져다 줄지에 대해선 시장의 의구심이 큽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급락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당장 AI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실제 수익화가 가능할지, 얼마나 수익이 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AI주의 주가를 보면, 엔비디아 등 칩을 만드는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당장 AI로 큰 수익을 볼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AI산업이 커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니 AI산업에 가장 필수적인 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에 투자금이 쏠린겁니다.
반등의 키는 ‘수익화’
결국 핵심은 수익화입니다. 기기안에 자체 AI가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를 포함해 AI로 수익화에 성공해야만 AI주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당장 메타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AI 수익화가 확인되면, 반도체는 물론 소프트웨어 등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돈이 되지 않는다면, 반도체주에 대한 조정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견해입니다.
반도체주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여전한 만큼 지금이 추가매수의 기회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정치 리스크가 계속되는 가운데 AI의 성장 가능성이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확인돼야만 투자자들도 웃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