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혼하자, 월 13만원이 어디야”…위장이혼 부추기는 기초연금 [언제까지 직장인]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 타면
혼자 탈 때보다 年160만원 적어
국민연금 50만원 이상땐
기초연금 최대 50% 깎여
둘다 ‘연금’이라고 불리고 국민연금이 기초노령연금으로 불리다 보니 모두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크게 보면 국민연금은 납부한 보험료에 따라 지급되는 연금으로, 노후 생활자금의 중요한 거름이 됩니다. 기초연금은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인 노인에게 지급되는 최저생활 보장제도로, 국민연금 수급액이 부족한 노인에게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월 50만원 이상 받는 수급자는 기초연금을 100% 다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깎는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감액’ 독소 조항 탓인데요.
연계감액 제도는 국민연금으로 혜택을 보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해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됐습니다. 쉽게 말해 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이 덜 받는 사람에게 양보하라는 취지인 셈입니다.
연계감액으로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0%(2023년 말 기준 약 49만원) 초과 시 기초연금이 최대 50% 깎입니다. 이렇게 연금이 삭감되는 수급자는 40만명 안팎으로 기초연금 수급 전체 노인의 약 6%입니다.
올해 기초연금액은 33만4000원인데 국민연금 수령금액에 따라 기초연금액의 50%인 최대 16만7000원까지 감액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수령자 김모씨는 “연계감액제도로 인해 기초연금으로 50% 덜 받고, 또 연 2000만원을 넘게 수령하면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도 탈락한다”면서 “노후준비를 위해 수십년 간 아껴 꼬박꼬박 보험료를 냈는데, 되레 불이익을 받는 건 말이 안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감액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영세 자영업자 등의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장기체납’을 하거나 ‘납부 예외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기초연금 수령자 중에서는 빈곤층으로 보기 힘든 노인들도 많아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가령, 공시지가 7억원의 집을 소유하고 은행예금을 2000만원 정도 보유하고 있으며, 월 300만원정도 근로 소득이 있는 노인 부부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 포함됩니다.
올해부터는 재산을 소득으로 계산할 때 고려하던 조건인 고급 자동차의 배기량 기준(3000cc)도 없앴기 때문에, 고급 외제차를 몰아도 기초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됩니다.
복수의 관계자는 “성실한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연계감액제도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별다른 실효성 없이 정서적 반감만 키우고 있다. 취약계층은 기초연금을 줄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해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이면서 가구의 소득이 하위 70%에 해당할 경우 수령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1958년생이 해당됐고, 올해는 1959년생부터 기초연금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만 65세에 생일이 속한 달의 전월 1일부터 신청이 가능하고 늦어도 만 65세 생일이 속한 달까지 신청해야 제대로 수령할 수 있습니다.
기초연금 소득 기준 금액은 단독 가구와 부부 가구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독 가구는 2023년 대비 11만원 인상된 213만원 이하일 때, 부부 가구는 전년대비 17만6000원 인상된 340만8000원 이하일 때, 기초연금 소득 기준 금액이 됩니다. 이는 전년대비 5.2% 인상된 수준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 623만8798명 중 부부감액이 적용된 수급자는 269만4394명으로 43.2%에 달했습니다. 지난 2018년 41.6%, 2019년 41.9%, 2020년 42.4%, 2021년 42.9%, 2022년 43.2%로 매년 상승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부부감액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부부감액 제도’를 폐지해 위장 이혼도 감내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함께 사는 게 죄도 아닌데 부부라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깎다보니 문서 상으로 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가”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재정전문가들은 “부부감액은 해외 주요 국가들의 기초연금 사례에서 적용되는 사안”이라며 “특히, 장기적 재정부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기초연금법 개정안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기초연금의 부부감액제도를 폐지할 경우 2022~2027년간 총 10조8624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 평균으로 따지면 2조1725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김연명(교수)·주수정(박사과정) 중앙대 연구팀이 학술지 ‘비판사회정책(81호)’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 ‘국민연금 성숙과 기초연금의 노후소득보장 효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기초연금 보다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분석결과는 제5차 재정계산에 따른 연금개혁 방안과 관련해 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득비례 연금인 국민연금의 가입 기간 확충과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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