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탁구를 흔든 북한의 이변, 어디까지 갈까?
깜짝 이변일까, 아니면 태풍일까.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북한이 2024 파리 올림픽 탁구의 금빛 판도를 흔드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북한의 리정식과 김금용은 28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 복식 16강에서 세계 랭킹 2위인 일본의 하리모토 도모카즈와 하야타 히나에게 4-1로 승리했다.
이날 혼합 복식 16강전은 코로나19로 3년 전 도쿄 올림픽에 불참한 북한 선수단의 대회 첫 경기로 주목받았다.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한 터라 북한의 승리를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이변 그 자체였다. 국제탁구연맹(ITTF) 혼합 복식 랭킹 2위로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하리모토와 하야타를 가볍게 눌렀다.
리정식과 김금용이 보여준 기량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리정식이 강력한 드라이브로 상대의 수비를 흔들면, 김금용이 영리하게 빈 틈을 찌르면서 손쉽게 점수를 쌓았다. 첫 게임을 8-1로 앞서가면서 11-5로 승리한 것이 이날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예고편이었다.
북한은 두 번째 게임을 일본에 7-11로 내줬으나 세 번째 게임을 11-4로 가져가면서 기세를 유지했다. 승부처인 4게임에선 4번의 듀스를 벌이는 혈투 끝에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5게임에서도 듀스 끝에 매치포인트를 따내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혼합 복식에서 금메달(미즈타니 준·이토 미마)을 가져갔던 일본은 이날 패배에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하야타는 경기가 끝난 뒤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상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남자 선수(리정식)이 치는 공을 막지 못해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고 탄식했다.
취재진은 믹스드존에서 승자인 리정식과 김금용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손사래를 치면서 경기장을 떠났다.
리정식과 김금용이 인상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그 기세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도 큰 관심사가 됐다. 애초 두 선수가 국제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 랭커가 아닐 뿐 실력은 이미 윗줄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직접 맞대결을 벌였던 임종훈(한국거래소)은 “원래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라 생각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만났을 때도 정말 까다롭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경기를 보니 역시 잘하더라”고 말했다.
원래 이변이 잦은 복식의 특성을 감안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에서도 북한이 결승에 오를 것이라 예측한 이는 드물었다. 리정식과 김금용이 일본의 2번 시드를 가로채 중국과 결승에서 만나는 것도 호성적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다만 리정식과 김금용의 국제대회 경험 부족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북한은 분명 복병이다“면서도 ”일본 선수들이 큰 부담을 가진 게 경기에서 보였다. 그러나 경험이 많지 않은 부분이 (문제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리정식과 김금용은 28일 오후 11시 혼합 복식 8강에서 스웨덴의 크리스티안 카를손과 크리스티나 칼베리를 상대로 4강 티켓을 다툰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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