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때도 해내지 못했던 오상욱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 두 번의 큰 부상으로 시련 겪은 뒤에 찾아왔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의 간판인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은 고교 재학 시절인 2014년 12월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한국 사브르 최초의 고교생 국가대표의 탄생이었다. 이후 오상욱은 승승장구했다. 2019년엔 두 차례 그랑프리 우승과 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까지 휩쓸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결과는 8강 탈락이었다. 개인전 탈락의 아픔을 뒤로한 채 오상욱은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와 함께 실력과 외모를 모두 갖춰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라 불리며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2020 도쿄 이후 오상욱의 커리어는 굴곡이 심했다. 2022년 12월엔 연습 경기 도중 실수로 상대 선수의 발을 밟아 오른 발목이 꺾여 인대가 파열됐다. 펜싱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큰 부상이었다. 수술 후 재활 과정을 견뎌낸 오상욱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오상욱은 실망하지 않고 마음을 다 잡았다. 지난 6월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휩쓸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오상욱은 생애 두 번째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에 입성했다. 2012 런던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원우영 코치의 주도 아래 우직하게 실시한 고된 체력 훈련과 기술 훈련은 오상욱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두 차례 큰 부상과 그에 따른 슬럼프를 딛고 더 강해진 오상욱은 27일(현지시간) 파리의 역사적 건축물인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내며 ‘해피 엔딩’을 맞이했다.
이미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보유한 오상욱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오상욱이 꼽은 고비는 파레스 아르파(캐나다)와 8강전이었다. 아르파는 국제펜싱연맹 랭킹 5위이자 올림픽 개인전 3연패를 이룬 아론 실라지(헝가리)를 제압하고 올라온 다크호스였다. 접전 끝에 아르파를 15-13으로 꺾은 오상욱은 “그 선수가 올라올 거라고 정말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원우영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의 지도가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결승전도 쉽지 않았다. 14-5로 앞서며 손쉬운 승리를 챙기는 듯했으나 페르자니의 맹추격에 14-11까지 쫓겼고, 어렵게 마지막 점수를 냈다. 이때를 돌아본 오상욱은 “정말 온몸에 땀이 엄청나게 났다. ‘여기서 잡히겠어’라는 안 좋은 생각이 많이 났지만, 선생님께서 할 수 있다고 계속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드디어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가 된 오상욱은 단체전 우승보다 기쁘지는 않다는 솔직한 심정도 털어놨다. 오상욱은 “단체전은 함께 뭔가를 이겨내고, 못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메워주는 그런 맛이 있는데 개인전은 홀로서기”라고 평가했다.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오상욱은 31일 예정된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의기투합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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