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 프랑스가 저지른 실수…세금↓투자↑제조업 르네상스를
[편집자주] 기업에게는 늘 도전과제가 있다. 그것이 갓 시작한 스타트업이든 한창 성장중인 유니콘이든, 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대기업이든 크고작은 문제에 맞닥뜨리고 이를 얼마나 잘 풀어내는냐가 다음 기업 성장을 판가름한다. 현대 산업환경의 특징은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풀기 힘든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탄소중립과 통상환경, 미래 성장 동력 등에 월드베스트 기업의 난제풀이 비법을 찾아본다.
"프랑스는 23년전에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바로 제조업 비중을 줄였던 것이죠"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파스칼 카그니(Pascal Cagni) 프랑스 국제투자 대사는 과거 프랑스 경제 정책의 실패와 그를 만회하기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을 설명했다.
카그니 대사는 우리나라의 코트라(KOTRA) 격인 '비즈니스프랑스'의 의장으로 일하면서 외국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프랑스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그는 애플의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시장을 관리한 경력으로도 유명하다.
카그니 대사는 "2000년대 초반 프랑스의 전략은 생산비용이 싼 해외로의 제조업 아웃소싱과 서비스 산업 위주의 경제구조 재편이었다"며 "제조업 기반이 없어지면서 일자리가 사라져 지난 5~10년간 실업률이 7~11%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코트라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제조업이 나라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5%에서 2022년 9%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 전체(유로존)가 같은 기간 17%에서 15%로 2%p(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개별국가를 살펴봐도 △독일 18% △이탈리아 14% △스페인 12% 등 두자릿수 제조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결국 2012년 '메이드 인 프랑스', 즉 제조업 부흥 정책을 채택했다. 2020년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을 계기로 제조업 자립도를 키우기 위한 정책도 가속화했다.
대표적인 예가 임마뉴엘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율을 최고 32%에서 25%로 낮추는 결정이었다. 2021년에는 전략산업 투자정책인 '프랑스 2030'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탈탄소화와 지속가능한 삶 구축을 목표로 5년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에 540억유로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카그니 대사는 "지난 3~4년간 프랑스에서 300개의 새로운 공장이 문을 열었다"며 "제조업에 관한 세금을 낮췄고 산업이 부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강한 경쟁력을 보였던 항공과 에너지, 명품 등 분야에 새로운 영역인 녹색 전환 등 산업까지 투자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신기술과 SMR(소형모듈원전)이나 수소같은 신 에너지원, 로봇 등 새로운 장비를 바탕으로 한 산업 재구성(리폼) 등이 활발해졌다는 설명이다.
프랑스의 제조업 르네상스는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카그니 대사는 "기업에 대한 세금을 낮추고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작업량과 고용제도를 유연하게 하면서 2017~2018년 20년만에 처음으로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이 유럽 전체 성장률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지난해 11월 "우리는 완전고용과 재산업화라는 국가를 위한 필수적 싸움을 하고 있다"며 "여러 개혁을 추진했고 잃어버린 시간을 따라 잡았다"고 평가했다.
영국이 EU(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프랑스가 유럽 투자의 관문으로 자리재김한 데다 전력을 포함한 각종 인프라와 우수한 인력 등이 프랑스의 강점. 지난해에만 프랑스 북부와 남부 등지에 총 279억5675만유로(약 41조8700억원) 규모 제조업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카드니 대사는 "한국은 짧은 기간 내 세계 GDP 순위 10위권에 들어갔고 현재도 1%대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나라"라며 "한국은 강한 정부를 바탕으로 기업과 경제를 성장시킨 유사점이 있고 프랑스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강점을 보이는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관계 형성과 프랑스로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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