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무법자 '킥라니' 2인 이상 타면 더 위험... '발자국 수' 인식이 해법?
중상해나 사망 사고로 이어질 수도
중량·발자국 개수로 기술적 규제 가능
"사용자 계도와 교육이 먼저" 주장도
1인용 전동 킥보드를 2명 이상 여럿이 타다 중상·사망 등 심각한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여럿이 킥보드를 탈 수 없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에 2인 이상 타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발자국 수를 인식하는 센서를 부착하는 방법 등을 활용해 여러 명이 킥보드에 탔을 경우 운행이 불가능하게끔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논의가 나오는 것은 공유 전동 킥보드의 대중화에 따라 최근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9년 전동 킥보드 사고 건수는 447건에서 지난해 2,389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8명에서 24명으로 3배 늘었다.
10대들의 위험한 질주...큰 사고로 이어져
전동 킥보드가 일으키는 사고가 2인 이상 다인 탑승 또는 단독 탑승 시 발생했는지와 관련된 통계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일보가 언론 보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전동 킥보드 사망 사고를 분석한 결과, 2020년 4월부터 이달까지 보도를 통해 알려진 전동 킥보드 사고 중 탑승자나 접촉 사고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은 17건이었고, 이 중 다인 탑승 사고는 7건으로 파악됐다.
7건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10대들이 다인 탑승을 했다. 지난달 8일에는 경기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고교생 2명이 전동 킥보드를 함께 타다 산책을 하던 60대 부부와 충돌, 6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1일 충북 옥천군에서도 14세와 13세 중학생들이 전동 킥보드를 함께 타고 가다 자동차와 부딪쳐 14세 학생이 사망했다. 전체 사망 사고 80여 건 중 일부에 해당하기는 하나, 다인 탑승 사고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적지 않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다인 탑승 사고가 중상해나 사망 등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최승규 건양대 재난안전소방학과 교수는 "여럿이 킥보드를 타게 되면 아무래도 중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멈출 때 제동 거리가 늘어나게 된다"면서 "또 무게 중심이 쉽게 흔들려 (위기 상황에서도) 급정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통 법규에 익숙지 않은 10대들이 다인 탑승을 하게 되면 사고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정경일 교통전문변호사도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 면허를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탈 수 있는데, 면허나 나이 확인 절차가 허술하다 보니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자국·체중 센서가 다인 탑승 막는다?
이 때문에 전동 킥보드의 다인 탑승을 막는 기술이 논문이나 특허로 발표되기도 한다. 최승규 교수 연구팀은 최근 '전동 킥보드의 다인 탑승 방지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여성과 남성의 평균 몸무게를 고려해 탑승자의 중량을 120㎏ 이내로 제한하고, 킥보드 발판에 발자국이 3개 이상 감지됐을 때는 운전을 정지시키는 방안을 발표했다. 발판에 중량 센서나 압력 센서를 부착해 다인 탑승을 감지하는 기술들도 특허로 등록돼 있다.
공유 킥보드 업체 입장은 "글쎄요"
다만 이 같은 기술을 당장 시중에 공유되고 있는 전동 킥보드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현재 쓰이는 전동 킥보드를 전량 회수해 센서를 부착하거나, 센서가 부착된 킥보드를 구매해야 해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동 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해지는 추세라, 새로운 규제 도입이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한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다인 탑승 규제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당장 해당 기술을 전면 도입하기에는 정책과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규제부터 도입하기보다 무면허 운전이나 다인 탑승을 하는 전동 킥보드 사용자에 대한 계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 변호사는 "다인 탑승 규제가 강화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가 규제를 수용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자전거 교육을 하는 것처럼, 전동 킥보드도 가정이나 학교에서 철저한 안전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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