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만 대만서 여의도 2배" 신주에 가다…TSMC 새 도전 '탄소중립'

신주·타이베이(대만)=유재희 기자 2024. 7.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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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스트 기업을 만드는 힘]- 난제 풀이①
[편집자주] 기업에는 늘 도전과제가 있다. 그것이 갓 시작한 스타트업이든 한창 성장 중인 유니콘이든, 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대기업이든 크고 작은 문제에 맞닥뜨리고 이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다음 기업 성장을 판가름한다. 현대 산업환경의 특징은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풀기 힘든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탄소중립과 통상환경, 미래 성장 동력 등에 월드베스트 기업의 난제 풀이 비법을 찾아본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혁신박물관. /사진 =유재희 기자

지난 4월 대만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하자 전세계가 주목했다. TSMC(대만반도체제조회사) 등의 반도체 생산 차질, 글로벌 공급망 위축 등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6월 대만 첨단산업의 구심점인 신주(新竹)과학단지를 방문했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서쪽으로 약 70km 거리에 위치했다. 1969년 대만 정부 주도 아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 장소다. 특히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가 탄생한 곳으로 지금까지 본사 및 주요 생산공장이 있다.

대만 영토는 우리나라의 경상도 크기에 불과하지만 신주과학단지는 어느 산업단지 규모에도 밀리지 않는다. 그 면적만 1375헥타르(㏊)(약 13.75㎢)다. 우리나라 여의도(840ha)의 2배에 가깝고 경기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415.6ha(415만6000㎡)의 3배가 넘는 크기다.
TSMC, 혁신의 결정체
TSMC 혁신박물관을 방문한 머니투데이 파도아카데미팀이 전시를 보고 있다./ 사진= 유재희 기자

"모리스 창(장중머우·TSMC 창업주)이 대만에 가져온 건 기술이 아닌 '혁신'"

기자가 방문한 TSMC 혁신 박물관(TSMC MUSEUM OF INNOVATION) 관계자는 TSMC의 경쟁력을 이렇게 정의했다. 박물관 곳곳에 담긴 메시지도 '혁신'이다.

TSMC 혁신은 대만의 국책연구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과거 대만경제부장(장관)이 박정희 정부 당시 우리나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ST)을 방문하고 본뜬 곳이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이다. 당시 반도체 전문가였던 모리스창을 ITRI의 원장에 앉힌 것도 정부의 구상이었다.

TSMC는 종합반도체 회사가 아닌 파운드리 회사로 입지를 굳혔다. 언뜻 보면 보편적인 주문과 생산 시스템 같지만 다르다. 모리스 창은 1970~80년대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한다는 생각을 냈다.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생산만 전문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 당시 새로웠다.

혁신은 일상에 스몄다. TSMC 관계자는 "2023년 TSMC는 파운드리 서비스를 528개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고 고성능 컴퓨팅,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디지털 가전제품 등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TSMC의 사업은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8% 정도를 차지한다. TSMC는 최근까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 여파로 대만 수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지난달 수출은 399억 달러(약 55조원)로 전년 동월보다 23.5% 늘었다. 2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잘나가는 대만도 걱정 '탄소중립'
린쥔쉬(林俊旭) 대만 싱크탱크 중화경제연구원 녹생경제연구세터장은 지난달 3일 대만 타이베이시 더 하워드 플라자 호텔에서 탄소중립 현안에 대해 강연 중이다. /사진= 유재희 기자

대만과 TSMC에도 걱정은 있다. 대만은 UN 회원국이 아닌 만큼 국제 질서에 의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었는데 탄소중립 문제는 다르다. 애플·구글 등 공급망 최상위에 있는 기업들이 TSMC 등 대만 기업들에 탄소 감축을 압박하고 있다.

린쥔쉬(林俊旭) 대만 싱크탱크 중화경제연구원 녹생경제연구세터장은 지난달 3일 대만 타이베이시 더 하워드 플라자 호텔에서 "대만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적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TSMC도 바이어(수요자)들이 공급망 측면에서 녹색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요구가 훨씬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소중립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리드해야 한다"면서 "기업들도 같이 정부의 노력을 보고 협력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노력 중이다. 2050년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정책 예산 9000억 대만달러(37조원)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앞서 '온실가스감량관리법'을 '기후변화대응법'을 개정, 시행했다. 법안에는 정부 감찰 강화 등 권한 확대, 탄소 중립을 위한 자금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세부적으로 △제1기 2016~2020년 2% 감축 △제2기 2021~2025년 10% 감축 △제3기 2026~2030년 20% 감축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현실이다. 린쥔쉬 센터장은 "대만 기업들의 탄소중립은 2030년부터 2040년 사이에 터닝 포인트(전환점)가 와야 하지만 대만의 신재생에너지가 어느 정도 뒷받쳐줄진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TSMC도 2040년까지 'RE100(재생에너지로 전력 100% 충당)'을 목표로 했는데 상황이 만만찮다. TSMC는 대만 내 재생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끌어 쓰면서 따가운 시선도 받고 있다. 린쥔쉬 센터장은 "대만 기업들 상당수가 재생에너지를 쓸 것이 없는 입장인 만큼 재생에너지를 가져가는 기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면이 있다" 설명했다.

그는 "대만 같은 경우 중점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는 해상 풍력, 태양광의 발전"이라면서 "발전 단가가 비싼 수소 에너지를 개발하고 현재는 핵 원자력 발전은 현 정권이 배제하고 있지만 검토해볼 문제"라고 밝혔다.

신주·타이베이(대만)=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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